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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16> 내면의 정기(正氣)를 확장하는 리소스 마인드풀니스(resource mindfulness)
2017년 07월 07일 () 06:59:47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 형 원
원광대 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마음챙김 상태에서 느끼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는 어디일까?

정돈된 방과 침대, 푹신한 소파 …. 잔잔한 호숫가와 숲속 오솔길, 푸른 바다가 보이는 넓은 백사장 …. 마음챙김 상태에서 떠올린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는 우리가 가진 평범한 일상에 있다. 그 곳엔 우리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 있다. 이런 장소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갖는 기쁨과 슬픔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장소가 아니라 대상이 사람이라면 어떨까. 마음챙김 상태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사람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관계 속에서 겪는 어려움이 집중된 경우 더욱 그렇다. 

마음챙김 상태는 모든 걸 내려놓고 나 자신과 마주한 상태이다. 진정으로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상태이다. 그 때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 그 곳으로 가지고 있었던 리소스를 불러올 수 있으며 전신으로 확장해 재경험하고 체득해 나갈 수가 있다. 

이렇게 마음챙김 상태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를 떠올려 그 느낌을 오감을 통해 느끼고 확장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리소스 마인드풀니스(resource mindfulness)라고 한다. 이미 내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불러내 그것을 체험하고 확인한 후 내 몸에 다시 저장하는 과정을 통해 리소스는 점점 확장되어 체득화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리소스를 몸에 저장하는 것은 필요할 때 혹은 위급할 때 언제든 불러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걷지 못하는 운동선수인 예린이(가명)가 휄체어를 타고 내원하였다. 검사를 해봐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데 벌써 3주째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있었다.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한 젊은 선수다 보니 코치며, 부모님은 안달이 나 있었다. 누구보다 답답하고 불안한 건 예린이 자신이었다. 
 

“마음챙김 상태에 계속 머물러봅니다. 자. 이제 그 상태에서 예린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가 있으면 그대로 떠올려봅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가 있나요?”
    “네” 
“그 곳이 어디인지 천천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체육관요. 운동하는 체육관요.” 
“주변에 누가 있나요? 혼자 있나요?”
    “혼자요.”
“체육관에서 혼자 무얼하고 있나요?”
    “서 있어요. 혼자”(눈물이 주욱 흘러내린다)
“체육관에서 혼자 서있네요?”
    “네.”
“그 곳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걷고 싶어요.” 
“네. 걷고 싶네요. 예린이가 이 상태에서 천천히 혼자 평소의 걸음으로 걸을 수가 있습니다. 천천한 한 발자국씩 움직여볼 수 있을까요?”
    “네”
“예린이의 페이스로 걷고 있습니다. 
엄마의 페이스도 아니고, 코치의 페이스도 아닙니다. 
관중의 페이스도 아닙니다. 
오로지 예린이의 속도로, 
예린이의 보폭으로, 
예린이의 표정으로,  
예린이만의 폼으로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명상 가이드를 하는 내내 뺨에서 굵은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원하면 눈을 떠도 된다고 했지만 계속 걷기를 원했다)

“계속 걸어도 괜찮습니다. 오로지 예린이 만의 속도로, 페이스로, 몸짓으로 걷고 있습니다. 오로지 무대 위의 조명은 예린이만 비추며 따라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되었으면 이제 서서히 눈을 뜨셔도 됩니다.”
 

이렇게 마친 후 “선생님은 나가있을 테니, 방금 마음챙김 상태에서 체험했던 것을 그대로 이곳에서 재현해볼 수 있겠니?” 했더니, 해보겠다고 하였다. 서서히 책상을 잡고 일어나더니. 휠체어를 뒤로 밀고 한참을 서 있었다. 3주 만에 처음 아무 것도 의지하지 않고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그 때 문을 열고 들어가 양손을 건네며 손을 잡고 옆으로 돌아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내내 엄마가 눈물을 훔치며 보고 있었다. 엄마 앞에까지 가 양손을 건네는 순간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지나친 훈련으로부터 멈춰버린 걸음은 코치도 엄마도 관중의 시선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페이스와 의지로 훈련하겠다는 자신을 믿는 용기로 다시 걸음을 시작하였다. 그 후 예린이는 선수로서의 명성을 더욱 견고히 쌓아가고 있다.   


리소스 마인드풀니스를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이다. 전환장애는 정신적 갈등이 원인이 되어 갑작스런 감각상실이나 운동마비와 같은 신경계 증상이 생기는 현상이다. 고부갈등으로 전신마비증상이 온다거나, 수능을 앞두고 글쓰는 손이 마비된다거나, 피아노 연주 무대에 서야하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굳어버린다던가, 예린이처럼 운동선수가 큰 시합을 앞두고 하지마비가 나타나 못 걷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氣)가 막혀 말그대로 기막힌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기증(氣證)으로 표현한다. 기의 변화가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서의 변화 또한 기의 변화를 유도하며 이런 기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치료 또한 기의 변화를 유도하여 기순환을 원활하게 유도하는 데 초점이 있다. 기를 조절하여 정신을 치료한다는 조기치신(調氣治神)의 원리를 응용한 침치료와 정(精)을 옮겨 기(氣)를 변화시켜 정신을 치료한다는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은 신경정신과 질환을 다루는 한의학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위의 사례처럼 마음챙김 명상상태를 유도하여 리소스를 찾아가는 경험을 하는 것은 기를 조절할 수 있는 좋은 치료적 기법이다. 의식상태에서는 표현되지 못한 갈등과 억압이 마음챙김 상태에서 경험한  안전한 장소에서는 방어기제가 무장해제된다. 그 자리에서 자유로움을 경험하며 기의 원활한 조절을 유도할 수 있다. 리소스 마인드풀니스는 마치 정기(正氣)를 북돋아서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부정거사(扶正去邪)의 한의학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어 활용범위가 넓다. 수많은 사기를 몰아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내안의 정기를 북돋는데 전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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