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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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당신에게
  • 승인 2017.06.2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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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hustlejin@http://


 

 

“선배님, 저는 한의학에 입문한지 3년이 되었지만 한의학에 대한 회의가 들어요. 마음속에서 한의학을 부정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진단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은데 의료기기 사용도 어렵고 의대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답답해서 질문을 올립니다.”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한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었다는, 그것도 한의대생이 되었다는 설렘을 갖고 캠퍼스를 거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문이 빼곡히 박혀 있는 책을 펼친 채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한의학 수업을 듣다보면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하며 혼란스러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의대생들이 어떤 학생들인가. 소위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던’ 혹은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수재들이 아닌가. 그들이 하는 고민에 열심히 답해준 선배 한의사가 있었으니. 우 원장의 현답(賢答)을 들어보자. 
 

■ “한의학에 대한 회의가 들어요” 

학생들이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의학과 임상의 간극은 엄청나다. 이것은 양방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는 오해가 양의사는 어디를 가도 똑같이 얘기하는데, 한의사들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 천만의 말씀이다. 양의사도 똑같은 환자라도 진단과 치료, 처방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보통 20살에 한의대에 입학 하면 무얼 알겠나. 한의원에서 병을 고쳐본 경험이나 있으면 다행이다. 정말로 한의학이 안 될 것 같으면 졸업하고 의대를 가든지, 자퇴하고 의대를 가면 된다. 그래도 한의대를 자퇴하지 않고 끝까지 다니고 싶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본인이 아플 때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라. 환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의원을 찾아오는 이유는 양방에서 전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양방에서 되는 것도 많다. 양방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병은 양방으로 보내드린다. 내 실력이 부족해 환자를 치료 못 하는 것이지, 환자가 부족하지는 않다. 
 

■ “교수님들 말이 다 달라요”
한의사라고 다 똑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대학교수도 있고, 임상 한의사도 있고 같은 개원의라 해도 주로 보는 환자군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토씨 그대로 발언을 받아들이면 종종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가령, 진맥이 어렵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진맥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 “우리는 마이너잖아요” 
한의원들은 대부분 1차 의료기관으로 존재한다. 입원시키고, 수술하고, 수혈하는 대학병원은 애초에 우리의 경쟁 대상이 아니다. 한의원들이 고려해야하는 병들은 같은 1차 의료기관들인 의원급들과 경쟁하는 병들이다. 오히려 마이너이고 산업화되기 어려운 학문이라 좋은 점도 있다. 학생들이 보기에 커다란 대학병원에서 카리스마 있게 진료하는 전문의, 병원 교수가 멋있어 보이겠지만 그들도 의대의 소수 엘리트인 것이다. 
 

■ “한의학은 진단이 안 되잖아요” 
여기서 ‘진단’이라는 말은 양방 병명으로의 진단이다. 우리는 변증을 해야 한다. 진단명은 기본으로 알아야겠지만 침과 한약을 처방하기 위한 하나의 베이스일 뿐이다. 한의학은 변증이 되어야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변증은 진단보다 훨씬 상세하며 한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만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바로 한의사다. 
 

■ “제대로 된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뭣도 모르면서 좌절 금지. 공부 빡세게 안했으면서 의심 금지. 환자를 구경도 못했으면서 의기소침 금지! 일단 학생 때는 공부를 빡세게 하는 거다. 그리고 본인의 병을 한의원에 다니면서 고쳐보라. 내게도 한의대 학생 환자가 있었다.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와서 비염을 치료 받았다. 아마도 그 학생은 “비염이 한의학으로 나아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 공부를 열심히 따라가고 본과 1학년 정도 되었다면 조헌영의 ‘통속한의학 원론’을 한 20번 읽어보자. 읽었는데도 모르겠다면 베껴 적는 거다. OK?
 

■ “희망적인 이야기”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다. 96학번도 그랬고, 86학번도 했던 고민이리라. 더 격하게 고민했던 선배들도  졸업해서 한의원 잘 하고 있다. 격하게 고민한 만큼, 격하게 공부하면 된다. 한의학에 회의가 들던 사람이 더 훌륭한 한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단 열심히 공부하되, 졸업하고도 진료하면서 계속 연구해나가자. 그렇게 10년, 20년이 지나다보면 내가 잘하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고 그 분야를 계속 파고들면 고수가 될 수 있다. 
 

*본 기사는 우소영 원장(대전 강남한의원‧대구한의대 96학번)의 블로그에 포스팅 된 ‘한의학에 대한 확신이 없어 힘들어하는 한의예과 본과생에게’라는 글을 사전 동의하에 일부 발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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