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론통속강화(傷寒論通俗講話)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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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통속강화(傷寒論通俗講話) ②
  • 승인 2017.06.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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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행

이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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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유도주(劉渡舟: 1917-2001). 원래 이름은 유영선(劉榮先)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본 그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랴오닝성(遼寧省) 잉커우시(營口市) 출생. 북경중의약대학교수, 당대의 저명한 중의학 스승, 상한학의 전문가. 상한론의 연구에 역량을 드러내 육경(六經)의 실질은 경락(經絡)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육경병 제강증(提綱證)의 작용을 중시하였다. 『상한론(傷寒論)』 398조 조문 사이의 조직적인 배열이 유기적인 일체를 만든다는 설을 제창하였다. 임상에서는 주증을 잘 잡아 변증하였으며 경방(經方:『상한론』, 『금궤요략』에 기재되어 있는 처방)을 사용하여 병을 잘 치료하였다.”


이 평가는 참으로 적절하다. 이로부터 그의 학술사상에 대해 개괄해 보도록 하겠다.

1.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부터 이어지는 전통적인 이론을 활용하여 『상한론』을 연구

이러한 학술사상은 그의 사승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16세 때 왕지원(王志遠) 선생에게 『황제내경』을 비롯한 여러 한의학 기초서적을 배웠고, 그 후 만주국 황제 부의(溥儀)가 어의로 초빙하고자 하였던 명의 사사천(謝泗泉) 선생에게 임상을 배운다. “중의학 임상을 배우는 데는 외감(外感)과 내상(內傷) 두 종류가 아닌 것이 없다. 외감병을 배우려면 반드시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을 읽어야 하고 내상잡병을 배우려면 『의종금감(醫宗金鑑)ㆍ잡병심법요결(雜病心法要訣)』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스승의 영향 하에, 유도주는 청대(淸代) 가운백(柯韻伯)의 『상한래소집(傷寒來蘇集)』과 『의종금감ㆍ잡병심법요결』을 공부하여 이론과 임상실천을 결합시켰다.

그렇기에 그의 의론(醫論)에는 내경의 장부, 경락의 생리, 병리론이 다양하게 채택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경의 본질에 대한 견해이다. 그는 육경을 『소문(素問)ㆍ열론(熱論)』과 『영추(靈樞)ㆍ경맥편(經脈篇)』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중경(仲景)이 음증, 허증과 한증으로까지 확장-계승하여 발전시킨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육경론은 경락학설을 기반으로 장부, 경락, 기화(氣化)학설이 일체가 되어 있으며 변증에 있어서는 팔강(八綱)과 함께 『내경』의 음양론을 구현하는 방식으로서 적용된다. 유도주가 후학들에게 준 영향이 큰 만큼 이러한 서술방식은 지금도 현대 중국 『상한론』 연구서들의 서술체계, 혹은 장부변증을 통한 처방체계와도 맥락이 이어져 있다. 


2. 주증을 잡아야 한다[抓主證]

질병에 걸리는 사람은 반드시 단순한 증상만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모든 증상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복잡한 증상들에서 치료해야 할 우선순위와 논리적 연계성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증을 잡아내는 일이다. 주증이란 무엇인가? 육경제강(六經提綱)으로서 예를 들어 보면, 태양병(太陽病)에서는 맥이 겉에서 만져지고, 머리와 뒷덜미가 뻣뻣하고 아프며 오한한 것[脈浮, 頭項强痛而惡寒]이 주증이며, 방증(方證)으로서 말해보면 열이 나고 땀이 나며 오싹한 것[發熱汗出惡風]이 위주가 되는 것이 계지탕(桂枝湯)의 주증이며, 오한하고 땀이 나지 않으며 몸이 아프고 숨이 가쁜 것[惡寒無汗, 身痛氣喘]이 위주인 것이 마황탕(麻黃湯)의 주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매번 치료에 임할 때 주증(主證: 증을 결정짓고, 전속시킬 수 있는 주도적인 지위를 갖는 증후), 겸증(兼證: 주증을 따라서 존재하는 증상. ex: 계지탕에서의 氣喘, 項背强𠘧𠘧), 변증(變證: 오치에 의해 발생한, 정증으로 부를 수 없는 증후)과 협잡증(夾雜證: 질병의 발생과 발전이 복잡하여 여러 인자가 복합되어 있는 경우 및 체질, 성별, 지역조건 등의 여러 요인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 ex. 상열하한을 끼고 있는 황련탕증)의 층차를 정리하는 것은 치료를 잘 하기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환자의 복잡다단한 증상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표 증상을 잡아 이를 기반으로 논리구조를 만들어 다른 증상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서사화시킬 수 있어야 올바른 처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3. 처방과 증(證)은 서로 대응한다[方證相對論]

방증이라는 것은 특정 처방이 특정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 대응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경은 『상한론』에 계지증(桂枝證), 시호증(柴胡證)과 같은 기록을 남겨 후대 방증 연구의 길을 열었다. 방증상대를 중요시 한 것은 일본의가들로 알려져 있지만 유도주도 이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상한 주가들의 서적을 중시했다. 『내경』의 논지로 『상한론』을 해석한 성무기(成無已)의 저서를 중요시하기는 했지만, 『상한론』을 탕증으로 분류한 서대춘(徐大椿)의 『상한류방(傷寒類方)』 및 가운백의 『상한래소집』 역시 중요시하였다.

그의 『상한론십사강(傷寒論十四講)』을 보면 전반부는 조문의 조직적 배열의 중요성에 대하여, 중반부에는 상한육경에 대해 다룬 후, 후반부는 대부분 탕증 및 가감증치에 대하여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다만 방증상대를 대하는 유도주와 일본 의가들의 임상 관점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 의가들은 가급적 『상한론』, 『금궤요략(金匱要略)』에 기재된 원방을 사용하거나 시박탕(柴朴湯: 소시호탕 합 반하후박탕)과 같이 원방을 유지한 상태에서 합방을 통하여 치료를 시도하지만, 유도주는 주증을 잡고 겸증, 변증, 협잡증 등의 층차를 파악하여 좀 더 개체 특이적으로, 또한 다양한 후세 처방 및 약물도 활용하여 합방 및 수증가감을 한다는 데 있다.


4. 상한론 조문은 조직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상한론』을 학습할 때 어떠한 처방, 예를 들면 소시호탕이 기재되어 있는 조문을 워드에서 찾아, 그 조문만을 가지고 공부하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 처방이 없는 조문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틀린 것이다. 조문은 그 조문이 있는 위치에 따라 가지고 있는 행간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태양병 상편에서 계지탕, 소한방(少汗方: 계지마황각반탕 등), 태양병 중편에서 갈근탕, 마황탕의 순서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중경이 계지탕에서 마황탕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의 매개체와도 같은 의미를 소한방류에 부여하여 적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조문은 글자로 적어놓지 않았더라도 그 선후 관계의 맥락을 잘 알고 이로 인해 부여되는 의미까지 올바르게 파악되어야 올바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유도주의 학설을 접하면 처음엔 많은 지식들의 홍수에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모든 논설을 수업 시간에 듣던 지당한 말씀일 뿐으로 여기고 도대체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환자를 치료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도주 역시 훌륭한 임상가였다. 모든 복잡, 장황해 보이는 논설은 바로 각 병증과 처방의 주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하자면 『상한론통속강화』는 위에 요약한 유도주의 학술사상 중 1번에서 2번까지를 다룬다. 이 책은 『황제내경』에서부터 이어지는 전통적인 이론들을 결집하여 『상한론』의 내용을 개괄하고, 이를 토대로 각 병증과 주요한 처방들의 주증을 학습시키기 위한 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는 3번과 4번의 내용은 다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상한론통속강화』만으로는 유도주의 학설을 전면적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다행히 3번과 4번 내용을 다룬 유도주의 역작 『상한론십사강』이 곧 출판될 예정이라 한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한의사 이원행
(대한동의방약학회 학술국장, 일산 화접몽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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