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21세기를 읽는 키워드, 인류에 대한 지리학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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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21세기를 읽는 키워드, 인류에 대한 지리학적 통찰
  • 승인 2017.05.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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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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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왜 지금 지리학인가

고교시절에 입시과목 중 하나였던 지리는 사회과목에 속하였는데, 지리를 Ⅰ과 Ⅱ로 나눠서 Ⅰ은 국토지리를 배우고 Ⅱ는 세계지리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주로 어떤 지역의 어떤 기후조건에서 어떤 산업이 발달하였는지를 외워야 했었기에, 외우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던 필자는 비록 넌덜머리가 나는 과목이었지만 나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되어 한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하름 데 블레이 箸
유나영 易
사회평론 刊

이제 의학사를 전공하게 되자, 조선 초기의 역대 제왕들이 왜 여러 지리지(地理志)의 편찬에 그토록 매달렸는지, 조선 후기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의 『택리지(擇里志)』나 김정호(金正浩, 1804~1866; 추정)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가 왜 중요한지 조금 알겠다.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역사, 과학, 문화 등의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어 조선의 의학사를 공부하자면 필수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다.

지금 소개하는 책은 비록 도발적인 제목이 붙여있어 약간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우리 의학도들이 잘 접하기 어려운 인문학 서적으로써 누구에게나 추천하여 일독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만큼 지리학의 영역은 넓고도 깊어서 인류의 역사를 생각하고,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하자면, 기후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구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같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리학은 인류발전의 전반에 걸쳐서 미치지 않는 바가 없어서, 조선시대의 지리서들은 기후변화를 꼼꼼히 적고 그 바탕에서 인간 삶의 흔적들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으니, 오늘날 조선시대의 풍속이나 물산의 유통에 이르기까지 이들 지리지를 살펴보면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듯 환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왜 지금 지리학인가』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 정세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을 마련하고 있으며, 지리학의 근간인 기초 이론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어서, 미 국무부 추천의 외교관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과 2장은 지리학의 관점과 기초적인 이론을 소개하고, 3장은 인구의 변동에 따른 환경과 질병이 국제정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4장과 5장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학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6장과 7장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테러의 현장을 분석하고, 8장에서 10장까지는 세계 주요국인 중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지리적 특성과 분쟁 및 문제들을 상세히 살펴 미국의 역할을 생각하며, 마지막 11장에서는 문명의 시작점이었던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적인 충격 그리고 식민주의가 남긴 흔적들을 분석하여 왜 아프리카가 중요한지 알아본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제 국제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 모든 생물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생태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전락하여, 결코 머잖은 미래에 인류궤멸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환경과 기후, 그리고 이러한 지구적 변화에서 인류는 어떻게 변화했고, 그 가운데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의 의학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의학의 역할은 인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고, 지금 우리는 세계 의학에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고민할 때다. 모쪼록 지구가 멸망하기 전, 최후의 의료인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의사일 것이라는 긍정적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값 2만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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