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77>『健生必知』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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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77>『健生必知』①
  • 승인 2017.05.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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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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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능 시대의 도래와 미래의 청사진

 

이 작은 책자는 1962년 金乙成이 부산 海東文化社에서 펴낸 것으로 대중적인 건강참고서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 담겨져 있는 내용들은 다분히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대략 가정구급방 계통과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한 필수 지식, 그리고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에서 雜方으로 분류되는 여러 가지 필수품의 제조법이나 생활상식에 해당하는 잡다한 종류의 지식정보들이 모아져 있다.

◇ 『건생필지』

특별히 눈길을 끄는 점은 매우 소략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청색을 넣어 그린 표지화이다. 겉표지에는 근육질인 남성의 벗은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불룩하게 솟은 상박근과 머릿기름을 발라 말쑥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아래쪽에는 복잡한 톱니바퀴와 릴 테이프가 달린 영사기 모양의 카메라가 그의 복부를 비롯한 체간부와 한쪽 팔을 비추고 있는데, 빛에 드러난 부위는 늑골과 척추, 천골, 대퇴부 등 뼈마디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아마 뢴트겐사진을 보듯이 몸속을 비추면 내장이나 골격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 표현한 것으로, 근대화된 과학지식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 다른 아래 쪽 구석엔 한반도와 일본열도, 그리고 동해와 북태평양 상공, 북미주 대륙의 일부가 드러난 북반구 지도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다. 그 위쪽으로는 별모양의 인공위성과 알라스카 산맥으로 보이는 산악지형이 그려져 있다.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알 순 없으나 50~60년대 미·소를 필두로 각축을 벌인 우주개발 경쟁과 인공위성 발사 소식에 몹시 고무된 나머지 향후에 다가올 미래 사회를 앞질러 표현해 보고자 이를 디자인적인 요소로 삼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에 이르러 보편적으로 보급된 초음파진단 장비나 MRI나 CT를 비롯한 영상투시 장비, 그리고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치정보 추적기술(GPS) 등이 상용화 되어 서비스되는 현실이므로 반세기 전의 가상현실은 그다지 어긋난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수록된 가정구급법이나 잡방들은 모두 전근대적이며, 민간전래의 불확실한 정보들이어서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겉표지에 이어 표지이면에는 세계중요발명표가 들어 있는데, 제빙기, 전화기, 타이프라이터, 축음기, 백열등, 자동식 수화기, 사진기, 전기기관차, X광선 등 이른바 현대과학 문명을 일으킨 발명품들이 열거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발명시기가 단기로 기재되어 있으며, 이어 발명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여기에 에디슨의 발명품이 5가지나 올라 있어 지난 세기 그가 발명왕이라 불린 명성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이어 퀴리부인이 발견한 라듐, 마르코니의 무선전신, 잠수함, 비행기, 천연색영화, 비타민이나 원자탄, 페니실린 등이 들어 있다. 미량원소의 발견으로 부터 전기, 전신의 원리 발견, 그리고 군사무기의 개발, 시네마스코프의 발명, 영양소와 항생물질의 발견 등이다.

이 책의 표지서명은 『健生必知』로 되어 있다. 아마도 건강생활에 필요한 필수지식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겉표지의 서제 위쪽에 다시 ‘社會常識’이란 부제가 달려 있어 다소 의아스럽다. 하지만 본문에 앞서 차례를 살펴보면 무슨 의미인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우선 첫머리에 家庭訓書라 하여 三綱五倫과 朱子十悔가 적혀 있다. 이는 아마도 조선시대 이래 이어져 내려온 기존질서 체제와 倫理道德律이 아직 健在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 다음 장에는 기미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과 殉國烈義士 22인의 명단이 기재되어 있어 광복 이후 당시 한국내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해 볼 수 있다. 수록한 본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하자.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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