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보통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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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보통사람들
  • 승인 2017.04.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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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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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보통사람

 

1980년대 초반 <보통사람들>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있었고, 후반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선거에서 자신을 ‘보통사람’으로 지칭하면서 본의 아니게 ‘보통사람’이라는 단어는 1980년대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로 인해 최근 개봉했던 영화 <보통사람> 역시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 당시 엄혹했던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주로 복고풍의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들에게 소소한 재미에 중점을 두었는데 요즘에는 혼란한 시국 탓인지 정치적인 문제에 중점을 두면서 그 시대를 그리고 있는데 <보통사람> 역시 후자에 속하는 영화이다.

강력계 형사이자 평범한 가장인 성진(손현주)은 우연히 검거한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이 대한민

감독 : 김봉한
출연 :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안기부 실장인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가담하게 된다. 한편, 성진과는 가족과도 같은 막역한 사이인 자유일보 기자 재진(김상호)은 취재 중 이 사건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성진에게 이쯤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수술을 약속 받은 성진은 규남의 불편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7년은 88올림픽을 한 해 앞둔 해이자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긴 6월 항쟁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보통사람>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4·13 호헌조치 시기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정부가 뜬금 없는 사건들을 조작하여 시선을 돌리게 했던 일들을 주된 내용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순식간에 평범했던 사람들이 연쇄살인마가 되고, 간첩이 되는 등 역사적 사건에 가려져 있던 팩트들에 대해 얘기하며 잔혹했던 그 시절을 통해 30년 후 더 나아진 것 없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또한 라이방 선글라스, 바나나, 지프차 등과 같은 소품과 경찰서, 술집 등의 공간 등 그 당시의 모습을 매우 꼼꼼하게 재현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관객들에게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탓에 너무나 많이 봐왔던 이야기와 선악이 뚜렷한 캐릭터들로 인해 예측 가능한 결말이라는 점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요즘 같은 계절에 보기에는 무거운 내용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다. 오히려 이 영화 속 주축을 이루는 내용이자 <보통사람>의 원래 내용이기도 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 진행했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당찬 모습과 달리 능글능글한 악역을 제대로 소화한 장혁과 몸무게 20kg을 감량하며 연쇄살인마역을 소화한 조달환의 연기가 눈에 뜨이고, 손현주와 김상호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그 시대를 지냈던 한 사람으로서 과연 그들이 진정 ‘보통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앞으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깨끗하고 정직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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