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72> - 『農家指南』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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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72> - 『農家指南』②
  • 승인 2017.04.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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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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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農法과 전통의 절충, 新舊相參
◇『농가지남』

이 책의 편저자인 李鍾炫이 남긴 自序를 살펴보면, 편집 의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즉, 조선의 농부들이 구태의연한 재래식 농법만을 고수하고 이른바 ‘改良農法’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오랫동안 시골에서 살면서 보고들은 여러 가지 농사법과 아울러 조선에서 권장해온 농사기법이 담겨져 있는 勸農敎文 및 여러 학자들이 남긴 농사에 관한 논설과 문자들을 널리 채록하였다고 했다. 또 간혹 자기의 뜻을 붙여 이 책을 엮었다고 밝히고 있다.(乃博採舊韓勸農敎文, 及諸家說農文字, 編爲一局, 間亦竊附己意, 名曰農家指南, …….)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다음 구절인데, 정작 저자가 바란 것은 무조건 신지식을 수용하거나 오랜 관습과 경험을 묵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과 오랜 전통을 상호 참조하여 적절하게 절충해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因此而或可推舊, 而漸入於新, 又能由新而溯反於古, 則庶幾新舊相參, 有小補於農家云爾.)   

그러면 이제 저자가 자기 자신의 견해라고 밝힌 사례(己意)에 대해 첨부된 몇 가지 구절을 살펴보기로 하자. 苗種法에서는 왕왕 治田, 養苗, 施肥의 功力이 이 책에 제시한 것에 미치지 못하여 농사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비료는 현행 改良 비료와 綠肥, 대두 및 大豆粕이 매우 좋지만 가난한 농가에서 이것을 제때 얻어 뿌릴 수가 없으니 매우 한스럽다고 개탄하고 있다.

또 ‘附農事直說字音義’에는 세종대에 펴낸 『農事直說』에 등장하는 몇몇 글자에 대한 오해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음과 훈을 적시해 둔 것이다. 예컨대, ‘秕’자에 대해서 ‘음은 비로 읽고 곡식의 껍질이라는 뜻이다(秕, 音比, 穀皮也.)’라고 하였다. 또 ‘甛’자에 대해서는 ‘음은 점이니 달다는 뜻이다(甛, 音占, 甘也.)’라고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는 항목도 존재한다. 역시 부록으로 첨부된 ‘길일을 선택하는 방법’[附播穀吉日]인데, 踏稻種日, 種黍日, 種粟日, 種大小麥日에 대하여 길한 날을 제시하였다. 예컨대, 보리나 밀을 파종하기에 좋은 날은 신미, 신묘일과 8월의 3卯日이 가장 좋고 기미, 기해일은 成日, 收日이므로 오곡을 씨뿌리기에 두루 통용한다고 하였으나, 상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적용방식을 달리하도록 융통성을 두었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위의 파종일이 비록 좋다하나 田家의 事情이 혹 비가 와서 물이 불어 위의 법칙대로 종자를 뿌리기 어려우면 반드시 이때를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 빼버려야 마땅하나 여기 적어놓아 참고하기에 대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田家事情이 或因雨水하야 有不得如法播種, 則不必以此, 固執失時일새 當刪去, 而姑錄于此하야 以備參考하노라.)

2가지 종류의 勸農文을 실은 것에 대한 견해도 실려 있는데, 본문 가운데서 그다지 실용에 절실하지 않은 내용이라 여길 수도 있겠으나 민초들의 간절한 심정을 愛恤하는 의미에서 여기에 特記하여 농사짓기를 권면하는 의미에서 적어놓았음을 밝히고 있다.

穀品에는 종종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종류의 벼 품종들이 등장한다. 조생종으로 救荒狄所里(구황되오리), 自蔡, 著光 등이 있고 그 다음 빠른 벼로는 於伊仇智(   우디), 倭子, 所老狄老里(쇠노되오리), 黃金子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 만생종으로는 沙老里(사노리), 牛狄所里(소되오리), 黑沙老里, 高沙伊老沙里(고  사노리), 伊所老里(쇠노리) 등 다양한 품종이 수재되어 있는데, 대부분 우리말로 된 고유어를 한자를 借用하여 적었음을 알 수 있다. 新舊相參, 어느 시대나 필요한 融和의 한 방식이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식치융합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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