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71> - 『農家指南』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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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71> - 『農家指南』①
  • 승인 2017.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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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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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事는 천하를 지탱하는 大本業

바야흐로 봄볕이 완연해지면서 들녘에서 땅을 일구는 일손들이 한층 바빠진 모습이다. 그래서 오늘은 오곡과 과실, 약초를 길러내는 농사법을 기록한 근대서적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제는 『農家指南』, 제목으로 보아서는 한눈에 특징을 파악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대략이 세종대에 펴낸 『農事直說』로부터 시작하여 『衿陽雜錄』, 『四時纂要抄』, 『農家集成』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전통 농서의 계보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근대화 시기 마지막 전통농법을 담아 펴낸 전문서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李鍾炫으로 당시 경북 영일군 기계면에 거주하였던 지방 지식인으로 보인다. 일제치하인 대정14년, 즉 1925년에 포항의 계문사에서 연활자본으로 발행되었다. 1권1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 경상북도 농무과장의 서문을 필두로 海隱 李鍾國, 영일군수, 그리고 편찬자인 이종현의 自序가 잇달아 실려 있다. 목록을 살펴보면, 본문은 크게 4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편에는 1429년(세종 11) 鄭招가 세종의 왕명으로 편찬한『농사직설』의 내용을 토대로 대부분 그대로 수록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차례를 자세히 살펴보니, 備穀種(종자의 선택과 저장, 종자처리) · 耕地法(논밭갈이) · 種稻法(벼의 재배) · 種苗法(본문에서는 苗種法) · 種山稻法(조생벼) · 種黍粟法(기장, 조, 수수의 재배) · 種大小豆法(콩, 팥, 녹두의 재배) · 種大小麥法(보리와 밀의 재배) · 種木花法(면화 가꾸기) 등 10여 항목으로 나뉘어 논술해 놓았다.

하지만 원문의 뜻을 보전하는 범위에서 첨삭과 가감을 더하여 상당 부분 수정보완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원래 있던 種麻(삼)와 種稷(피), 種胡麻(참깨), 種蕎麥(메밀) 등의 항목은 빠져 있고, 種木花法, 附農事直說字音義 그리고 길일을 선택하는 방법[附播穀吉日] 등이 첨가되어 있어 다분히 당시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내용상 많은 변모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2편에는 朱子의 勸農文 2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원래『농가집성』가운데 실려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글귀를 산삭한 흔적이 보인다. 제3편에는 姜希孟(1424∼1483)이 1480년대에 저술한『금양잡록』전문을 옮겨 놓았는데, 穀品, 附現行穀品, 老農問答, 諸風辨, 種穀說, 農謳의 차례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부 문장에 표현을 달리하는 등 다소 손질을 가하였으며, 중간에는 임의로 삽입한 내용[부현행곡품]도 들어 있다.

첨삭이 이뤄진 부분은 당시 경상북도 종묘장에서 시험을 거쳐 만들어 낸 벼, 보리, 밀, 피, 콩, 감자, 고구마, 목화 등 내병다수성 품종을 소개한 것으로, 지대별 재배 적합지까지 열거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금양잡록』의 農談篇을 대폭 축소한 老農問答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서 農謳는 내용이 같지만 끝부분의 吐氣振唇은 제외되어 있어 역시 내용상 편집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제4편 역시 강희맹의 『養蠶要義』를 삽입하였는데, 下蟻法, 用葉法, 分擡法 등으로 되어 있다. 다만 이것은 그 원문이 아직 발견되지 않아 차이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지만 이것도 앞부분에서 이뤄진 편자의 집필방식을 참고해 본다면, 아마도 일정 부분 필삭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4편에 실린 『양잠요의』 구절에도 강희맹이 지은 『사시찬요초』의 구절과 같은 내용이 많이 삽입되어 있으며, 그 다음으로 수재된 種瓜法과 種竹法, 역시 『사시찬요초』에서 抄出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어 조선초기부터 내려온 전통농법을 토대로 현실적으로 새로 적용된 농사기법을 가미하려고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식치융합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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