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벽 깨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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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벽 깨기 위해서는...
  • 승인 2017.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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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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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히든 피겨스

지난 달에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히든 피겨스>의 세 주인공이 등장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할머니가 함께 나왔는데 바로 <히든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 중 한 명이 캐서린 존슨이었다. 실화 영화의 장점을 한 번에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고,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과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공용 커피포트 조차 용납되지 않는 따가운 시선에 점점 지쳐 간다. 한편,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게 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히든 피겨스>에 대한 정보 없이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영화인지 짐작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일단 영화 제목을 해석하면 약간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피겨스(Figures)'는 숫자 또는 인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바로 <히든 피겨스>는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논픽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숨겨진 숫자를 찾아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를 성공하게 한 잘 알려지지 않은 1960년대 NASA에서 일했던 흑인 여성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로 인해 흑인이면서 여성인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과정을 상세하게 표현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특별한 반전 결말이 있지 않으며, 수학과 과학 등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드라마틱한 전개 또한 없기에 약간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인종차별 등의 내용으로 인해 요즘 말처럼 고구마 장면이 많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들의 사이다 같은 리액션이 곳곳에 배치되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꿈을 위해 사회적 난관 등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는 그녀들의 모습 속에서 잘 안 되면 남 탓, 사회 탓을 하는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시간을 갖게 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무엇이든 ‘최초’가 되기 위해 지금은 힘이 들어도 사회의 높은 벽을 깨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면 이들처럼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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