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약현대화 시범사업…한의계 우려와 기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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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약현대화 시범사업…한의계 우려와 기대 엇갈려
  • 승인 2017.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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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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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약보다는 엑기스, 연조엑기스, 정제 등 우선 시행해야”

[민족의학신문=신은주 기자] GMP 수준의 탕약 조제‧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탕약의 품질과 안전성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탕약현대화 시범사업에 대한 한의계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올 초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다빈도 처방 탕약을 안전하게 조제·관리할 수 있도록 ‘탕약 현대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탕약은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제할 수 있으나 조제설비·방법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품질관리 및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가 지속된 바, 탕약현대화 시범사업을 통해 향후 4년간 다빈도 처방 탕약을 제조의약품(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수준으로 조제·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양산시 소재)에 탕약을 의약품 수준으로 안전하게 조제·관리할 수 있는 탕약표준조제시설을 구축해 한약재 구입부터 보관·조제·포장·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GMP급 표준조제공정을 마련한다.

또 탕약표준조제시설에서 조제한 탕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드는 ‘표준화정보시스템’은 한약진흥재단에서 구축하게 되며, 아울러 탕약에 대한 임상연구기준 및 임상연구방안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2018년까지 탕약표준조제시설, 정보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시범운영을 완료한 후, 2019∼2020년 탕약표준조제시설 이용을 원하는 국공립 및 민간 한방의료기관(100∼200개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탕약현대화 시범사업에 대해 한의계 일각에서는 “처방 획일화와 한의약 주권 강탈을 획책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강력히 항의한다”는 입장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회장 이범용)는 6일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는 ‘한약의 제제화, 제약화를 통한 산업화로 해외시장 진출에 목적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 논의의 최우선 조건은 한약제제 및 한약 처방을 근거로 한 제약의 한의사 독점 처방권 유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회는 또 “한의원의 탕전시설 기준 강화로 한의원 원내 탕전 시설을 완전히 없애고 한방의약분업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처방 표준화란 미명하에 ‘가감 처방’을 제한하며 처방 획일화를 유도하고 한의사의 한약 처방권을 제한하는 동시에 한약의 제제화, 제약화, 산업화를 도출하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는 더 나아가 한의약학적 개인 특이성을 제한해 국민 개개인의 맞춤형 처방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국민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위해”라며, “한의약학과 한의사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민족문화협의회(회장 김성환)도 지난달 1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한약탕제의 안전‧유효성 등의 강화라는 미명하에 GMP수준으로 하는 한약 원외탕전실 현대화사업에 300억원이라는 국민혈세를 쏟아 붓겠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한약의 안정성이나 유효성 등은 탕전실의 현대화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한약제의 관리 및 유통체계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협은 “그동안에도 한약을 한의원 자체에서 끓이거나 각 가정에서 직접 끓이는 것이 탕약의 안정성, 유효성에 하등의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한의사를 믿고 처방을 받았으나 환자가 진료받은 한의원이 아닌 별개의 원외탕전실에 처방을 보내어 한약을 끓인다면 그곳에서 한의사가 처방한 최고 품질의 한약을 사용 했는지 안했는지 많은 불안감과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탕약 현대화 정책을 좀 더 보완‧조율해간다면 한약에 대한 신뢰 회복 및 한의학의 보장성을 강화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개원가의 A한의사는 “탕약표준화사업을 엑기스, 연조엑기스, 정제 중심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하며, “가감이 가능한 탕약까지 포함하는 것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A한의사는 “중앙원외탕전에서 현재 보험한약에는 없지만 보험한약의 후보군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연조엑기스들(마행감석탕, 오령산, 온담탕, 계지복령환, 조등산, 억간산 등)을 생산해냈으면 하고, 일선 한의원에 저렴하게 보급해 한의원에서 1일분 2000~3000원 정도로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A한의사에 따르면 이렇게 하다보면 많이 사용하는 품목들은 보험한약으로 등재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처방들을 연구하는 과정에도 적용이 될 수 있으며, 아울러 현재 한약진흥재단에서 연구하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다는 견해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시스템에 발맞추어 근거 중심의 한의약 인프라를 만들어가는데 찬성한다”며 “국민들에게도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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