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65> - 『新字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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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65> - 『新字典』①
  • 승인 2017.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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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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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時代에 맞춰 개편한 文字學 사전

한의학 입문에 있어서 선결요건이자 필수 과정이라 할 한자 학습에 반드시 구비해야할 한자자전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사전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의 민족 계몽과 전통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최남선이 앞장서 설립한 朝鮮光文會에서 1915년에 편찬한 본격적인 전문 자학사전이다. 新文館에서 발행하였으며, 종래에 사용해 오던 전통방식의 玉篇을 신시대에 맞게 개편한 對譯辭書라 할 수 있다.

규모를 살펴보면, 전서는 4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246장(492면)에 달한다. 본문에는 표제자만 6000여자를 수록하였기에 방대한 작업으로 인하여 착수한 지 5년 만에야 완성하였다고 하니 대략 1910년경에 편찬 작업 일에 착수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의 편제가 4권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지만, 부수별로 획순에 따라 글자를 찾아가기 때문에 分卷은 다만 검색에 보조적으로 필요할 뿐이지 주제가 달라지진 않는다. 곧 이 자전의 검색목록에는 권수와 장수를 같이 병기하여 해당 글자의 면수를 표기하고 있는 것이 요즘 자전과는 다소 다른 면모이자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이것을 두고 근대적 획인자전(劃引字典, 즉 획수로 찾아볼 수 있는 자전)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하는데, 기존의 전통적인 韻書나 사서가 운자별로 분류되어 있던 것을 상기해 보면 근본적으로 검색방식이 바뀌고 사전의 효용성 또한 새롭게 변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전 편찬의 주역인 柳瑾과 崔南善의 서문을 참조하여 편찬과정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전체 편찬작업은 유근의 주관 아래 李寅承 · 南基元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한자의 새김은 근대 한글학 연구의 1세대인 周時經과 金枓奉이 정성을 다하여 심혈을 기울였고, 인쇄에 즈음하여 자획 등을 교감하는 일들은 신문관에 근무하던 崔誠愚와 같은 이들의 힘이 컸다고 전한다.

범례(‘新字典例’)에 따르면 이 『신자전』의 기본이 된 자전은 청나라 강희제때 만들어져 당대 최고의 자서라 일컬어지는 『康熙字典』을 대본으로 하고, 내외 고금의 여러 가지 자전류들을 참작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도록 빼고 더하고 바로잡아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당시 조선)의 옥편은 1800년대에 두루 성행하여 널리 쓰였던 『全韻玉篇』을 기준으로 편찬에 참고하였다고 적혀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서문과 典例에서 밝힌 대로 한자의 자획을 바로잡고, 진보적인 사전의 형식에 따라 종래에 없던 주석의 용례를 각종 經書에서 찾아 인용하였으며, 특별히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삽화를 넣어서 다채로움을 더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 무엇보다도 자전의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해 놓은 조선 俗字 · 新字를 실어놓은 점이 가장 특징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한편 인용은 주석을 실증하는 성격이어서, 한자의 주석 하나하나 처음부터 새로 하는 작업과 같았다고 밝히고 있어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자전은 牛痘法을 소개하고 한의사단체의 효시인 全鮮醫會(1915)를 이끌었던 松村 池錫永의『字典釋要』(1909)를 많이 참조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 이 보다 앞서 『강희자전』을 근거로 『규장전운』의 자음을 따르고 俗音을 병기하는 동시에, 3국의 속자를 이미 수록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部首 배열에 따르는 檢字의 내용이 두 자전이 서로 거의 같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한자자전이 나온 뒤로 일제강점기에 나온 여러 종류의 옥편들이 위에서 말한 면모들을 대부분 그대로 준용하였다. 망국 조선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나온 이 자전은 기존의 옥편에서 갖추지 못한 결함을 시대 변화와 새로운 수요에 맞추어 개선하고 상세한 주석을 보충함으로써 충실하고 현대적인 사전의 전범이 될 수 있었다.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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