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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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
  • 승인 2003.11.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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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부동산전문가가 되자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이 덕담이 된 지금, 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 듯하다. IMF 이후 강화된 노골적인 경쟁체제와 삼팔선·사오정·오륙도로 대표되는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의 증가는 월급쟁이들을 재테크와 부업, 창업의 열풍으로 내몰았다.

사실 한국에서 자본의 법칙에 따라 개인의 부를 획득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러나 지금의 속칭 베스트셀러들과 유명 재테크 전문가들이, 그리고 현실에서 한국의 부자들이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이를 권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전국민의 반정도가 무주택자이고 집이 있는 반수 중의 또 반수정도가 지붕에서 비가 새거나, 시부모와 부부가 같이 방을 쓰고 있어 시급히 이사를 가야하거나, 출가를 앞둔 성인자녀를 가진 상황에서 부동산은 무조건 ‘불패의 신화’를 창출한다.

현재의 재테크 방법중의 가장 권장되는 ‘악바리처럼 빠른 시일내에 종자돈을 마련해서 수도권 아파트를 찜한다’는 국가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 될 수 밖에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국가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비생산적인 zero-sum이라는 것이다.

전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도 석유 한방울 가져 올 수 없다. 국내의 소득 재분배효과만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며, 자본금이 개미수준인 월급쟁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바로 옆 다른 월급쟁이보다 빨리 아파트를 사서 다른 월급쟁이에게 프리미엄을 부쳐서 파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통용되는 것이 올바르냐 그르냐에서 이미 어떠한 자본주의사회에도 자본의 논리가 그대로 관철되지는 않는다.

국민들의 필수재로 변한 주거환경을 바탕으로 한 머니게임은 결국 전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더라도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사회에서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이미 IMF이전의 상황은 꿈으로 변했다. 우리는 저임금노동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경제개발독재도 없다.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며, 중간재 생산의 유리한 제조설비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선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일년에 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내고 정년퇴직한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수출이 살길이라고 생각해서 평생을 이렇게 정신없이 전 세계를 뛰어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국내에서 부동산 투기한 사람들만 돈을 벌었더라”.

수출을 위한 경쟁력이 서서히 상실되는 시기에, 주택을 담보로 하는 투기는 결국 망국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의 부자들이 이정도 수준이라면 그들은 아직 노블리제 오블리지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강제로 배워야 한다.

권 태 식(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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