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58> - 『鼇頭溯洄集』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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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58> - 『鼇頭溯洄集』①
  • 승인 2016.1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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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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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목처럼 내밀어진 醫經解說

지난 주 일본방문길에 수집한 고본 몇 종을 연말 특집 삼아 보여드리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책은 서명이 특이해 보이는 ‘鼇頭溯洄集’이다. 겉표지 안쪽에 표제지가 별도로 붙어 있고 큼지막한 제자로 서명이 적혀 있다. 판형이 대략 27.5×20cm에 달해 일본판 치고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1800년대 이후 판본들이 대개 20×15cm 내외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크기에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분량도 120장을 상회하여 두툼한 중량감을 갖고 있다.

이 책의 모본이 되는 원작은 다름 아닌 『醫經溯洄集』이다. 잘 알다시피 『醫經溯洄集』은 바로 금원4대 의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東垣 李杲의 학설을 기반으로 원나라의 王履가 1368년에 엮은 의론서이다. 그래서 이 책은 편서인『東垣十種醫書』(약칭, 동원십서)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내용은 주로 『내경』, 『상한론』등의 의경과 금원의가의 저술을 연구하여 깨달은 견해와 동원 학설에 대한 논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온병, 상한에 대한 분석이 들어 있어, 후대 溫病學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학술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상하 2권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모두 23편의 의론이 수재되어 있다. 먼저 상권에는 神農嘗百草論을 필두로 亢則害承迺制論, 四氣所傷論, 張仲景傷寒立法考, 傷寒溫病熱病說, 傷寒三陰病或寒或熱辯, 陽虛陰盛陽盛陰虛論, 傷寒三百九十七法辯까지 8편의 논설이 수록되어 있다. 또 하권에는 傷寒四逆厥辯으로부터 시작하여 嘔吐噦乾嘔咳逆辯, 中風辯, 中暑中熱辯, 積熱沈寒論, 瀉南方補北方論, 五鬱論, 二陽病論, 煎厥論, 八味丸用澤瀉論, 小便原委論, 內傷餘議, 外傷內傷所受經旨異同論까지 13편이 들어 있어 상하권 도합 21편의 논저가 차례대로 펼쳐져 있는 셈이다.

권수에는 元나라 王履(자 安道)의 저서이며, 明 陶華(호 節菴)가 校正하였다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원문을 좌하단에 외곽선을 둘러 편재하고 상단과 내측에 여백을 두어 각종 해설을 附記한 것이 특징적이다. 주로 원문 가운데 난해한 곳이나 설명이 필요한 문구나 용어에 대해 경서를 비롯하여 원전류와 각종의서를 망라하여 다양한 해설과 주석을 붙여 놓은 것이다.

주석에는 원서의 권차에 대한 첨삭으로 부터 시작하여 편저자연고지와 역대문헌 고증, 각종 의서류의 考據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상한 해설이 달려있다. 예컨대, 저자인 왕리에 대해 원문에 저자표기가 ‘元 昆山 魏博 王履 安道甫’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첫머리에서 부터 『大明一統志』, 『杭州府志』등 지리지를 인용, 지명을 고증해 놓아 매우 치밀함이 느껴진다.

이 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세심한 주석이 달려 있다. “王은 씨요, 履는 이름, 安道는 자이다. ○ 『說文』에 甫는 남자에 대한 美稱이라고 하였다. ○[著]:『韻會』에 著는 紀述한다고 하였다.” 가히 치밀함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또 교정자인 도절암에 대해서는 『古今醫統』을 인용하여 해설을 덧붙여 놓았는데, “어려서는 儒家書를 읽고 장성해서는 의학에 정통하였다. 상한병을 깊이 탐구하여 『(상한)瑣言』을 지었는데, 金(成無己의)『傷寒明理論』의 요점을 잘 끌어내어 무척 애쓴 노력이 돋보이며, 초학자의 규범이 된다.”는 평가를 실어 놓았다.

하지만 이와 연이어 『의학입문』의 기록도 수재하였는데, “정통연간에 징집을 피해 질병을 핑계로 돌아갔기에 당시의 여론이 들끓었다.”는 비평도 함께 수록함으로써 동시에 포폄의 정신을 구현하려 노력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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