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57> - 『百鍊椎』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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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57> - 『百鍊椎』 ③
  • 승인 2016.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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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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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草가 내 목숨 살릴 약이다

지난 호에서 미진했던 임상 병례 몇 가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어떤 이가 狂症으로 인하여 정신이 맑지 않고 머리와 눈이 몽롱(頭目蒙濃으로 표기)하며, 말이 어눌하였다. 이때 쓴 처방 내역에, 숙지황을 생강즙에 담가 하룻밤 재운 다음 불에 쬐여 숯처럼 만든 것 1돈7푼, 천궁, 원지, 복신, 산조인, 백자인, 자석영 등과 함께, 소의 쓸개즙에 적셔 말린 牛膽南星, 竹茹와 같이 淸熱祛痰하고 鎭心하고 安神하는 약재들이 망라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한 가지 치법, 방제에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의 사례에서 鎭心廣志丸을 連服한다고 하였는데, 여기에도 역시 백복신, 맥문동, 반하곡, 남성, 백자인 같은 약재에다가, 더하여 靈砂, 蝙蝠, 朱砂, 眞珠와 같은 희귀약재가 각3돈씩이나 들어가고, 그리고 금은박을 20편씩 넣어 꿀로 환을 빚어, 사용하였다고 되어 있다. 미리 갖가지 종류의 희귀 약재를 구비해 놓지 않고선 급한 환자에 당해서 酬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례로 27살 먹은 젊은 남자가 매일 오후만 되면 으슬으슬 약간 오한이 나면서 앓았다. 柴胡四物湯에 지모, 황백을 각3돈씩 더 넣고 생강 3쪽, 대추 10개를 넣어 달여서 먹도록 하였다.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왔는데, 저녁나절이 되면 기침이 나고 한열이 왕래한다고 하였다. 단지 가미사물탕만을 썼는데, 숙지황을 생강즙에 초하고 백작약, 당귀, 천궁을 각1돈반, 백복령, 귤피, 행인, 천문동, 맥문동 각1돈, 패모, 길경 각7푼, 감초 지모 각5푼을 넣어서 달여 먹도록 하였는데, 30첩을 쓰고 나서 다 나았다.

비슷한 사례이지만 이번엔 10살 먹은 어린 남자아이가 해소, 胸煩, 상열, 手足身體熱, 혹 唾血痰, 倦怠한데, 滋陰淸火膏, 瀉南補北湯, 加味离坎湯, 萬重膏 같은 처방을 투여하였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증상으로 보아 폐결핵에 해당하는 병증을 오래 앓았던 것이 아닐까 추정이 가능하며, 이 역시 1편의 소중한 치험례이다.

유사한 증상이지만 케이스마다 전혀 다른 용법과 처방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번엔 50여 살 먹은 남자의 해수증 치험 사례의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唾血, 吐血이라고 병발 증상이 적혀있는데, 피가 섞인 가래(血痰)를 뱉고, 기관지나 폐출혈에 해당하는 각혈이 수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미지황탕을 썼는데, 숙지황 3돈, 적작약 2돈, 서각, 목단, 당귀, 과루인, 패모, 행인, 백복령 각1돈에 길경, 오약, 황금, 황련 같은 약을 넣어 썼다.

아마도 출혈이 심하여 급하게 지혈 위주의 치법을 구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뒷 구절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들어 있어 확인해 볼 수 있다. ‘血止後’, 즉 지혈되고 난 뒤에 短氣, 喘急하여 인삼, 백출과 꿀을 더 넣어 사용하였다. 즉 지혈제를 별도로 쓴 것이 아니라 원인별 치방에 가미법만 바꾸어 임증 대처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생생한 치험례라고 할 것이다.

다음 구절에는 또 吐血, 下血에 쓴 단방이 기재되어 있는데, 중풍에 쓰는 豆淋酒 용법과 흡사하여 매우 흥미롭다. 검은 콩(黑太) 1되를 불에 볶아 익힌 다음에 거칠게 麤末하여 술(渴酒)에 하룻밤 재워 두었다가 따뜻하게 복용한다고 했다. 제조법과 적응증이 달라진 새로운 용법이 기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역시 콩의 주산지답게 용법도 다양하게 발전한 것이 입증되는 셈이다.

권미에는 또 ‘經驗新方聚類’라는 소제 아래 앞부분과는 다소 다른 성격의 경험의안이 실려 있는데, 주로 여성환자와 여아를 치료한 것이어서 일정한 시기에 이루어진 별도의 경험사례를 모아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의학 경험 속에는 주머니 속에 든 송곳처럼 감출 수 없는 전통지식의 가치가 담겨져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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