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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미래 위해선 한의학적 관점과 창의적 혁신 있어야…”
인터뷰 | 김완희 동의생리학회 초대회장
2016년 11월 30일 () 09:00:29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민족의학신문=신은주 기자] 대한동의생리학회(회장 권영규)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3일 창립40주년기념 학술대회를 마련하는 등 한방생리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 동의생리학회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김완희 대한동의생리학회 초대회장(84)을 만나 한방생리학의 과거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완희 대한동의생리학회 초대회장

▶동의생리학회가 40주년을 맞았습니다. 학회 초대회장으로서 당시 학회 창립의 주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요.

한방생리학이라는 분야는 1948년 동양대학관 이후로 한의학을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분야입니다. 한방생리학이라는 분야가 이전에는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방생리학에 체계를 부여하고 내용을 채우는 것은 전적으로 생리학 분야가 형성될 당시의 사람들에게 맡겨진 임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의 은사이신 윤길영 선생님이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윤길영 선생님은 한방생리학의 초석을 놓으신 분입니다. 선생님의 생리학에 대한 구상은 선생님이 쓰신 ‘한방생리학의 방법론 연구’(1962)라는 논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논문에는 비교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음양론을 기초로 한 한의학 이론이 정말 우수하며, 「황제내경」에 흩어져 있는 생리학적인 내용을 정리하여 음양, 오운육기론에 입각하여 한방생리학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한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서양의학적인 지식을 ‘원용(援用)’하여 제3의학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해 왔습니다. 제가 이것을 강조한 것은 저의 뜻이라기보다는 윤길영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서 강조하는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제가 말하는 것이 어조(語調)가 좀 다르고 단어가 몇 개 다를 수는 있지만 뜻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의 기본 이론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것을 그대로 묵수해서도 안 됩니다. 한의학 이론의 우수한 점을 계승하여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더 빛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한의학 이론에 바탕을 두면서도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동의생리학회가 창립될 당시의 학회 창립 목적이었고, 또 궁극적으로 동의생리학회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창립멤버를 소개하자면 부회장으로 양기상, 총무로 이웅정 선생이 일을 했고, 이외에 운영위원으로 박병열, 이철호, 신민규, 신재용, 김길훤, 김건환 선생 등이 함께 했습니다. 창립 당시에는 학회에 복수로 가입하는 것이 가능해서 박병열, 유기원 선생 등 타 학회 멤버들도 생리학회 창립에 힘을 보탰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윤길영 선생님을 따랐던 졸업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이 생리학회 창립에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학회 초대회장으로서의 주요 성과 및 회장으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1976년 경희대 한의학과 학과장 재직 당시 서울대 의과대학을 벤치마킹하여 한의학과에 교실 체제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생리학교실도 그 때 처음 만들어졌고 제가 초대 교실 주임교수를 맡았습니다. 이전에는 과목 담당 교수만 있었지요. 그러므로 당시 학회로서 형태는 갖추었지만 학회로서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이번 기회에 한방생리학과 동의생리학회의 역사를 잘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현재와 40년 전을 비교해보면 학회 구성원이나 학회의 비전 등이 변화가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볼 때 잘 된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윤길영 선생님의 학문을 지금에까지 충분히 잘 잇지 못한 저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학회의 외형은 잘 갖추어진 것 같으나 내실이 미흡한 것 같아 약간 아쉽습니다. 80년대 중반이후부터 복고풍의 학문분위기로 인해 한의학이론에 매달려 원전해석에 매몰되는 것도 안타깝지만, 서양학문의 이론이나 방법론을 새롭게 배우고 도입한 이후에 연구실적 평가에 내몰려 원용이 아니라 연구유행에 휩쓸리는 모습도 보여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동의생리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요?

과거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한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서양의학의 새로운 지식을 원용하여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제3의학 체계를 수립해야 합니다. 우리가 원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것을 한의학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원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눈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말로는 한의학을 이야기하지만 한의학 이론은 버려지는 현실입니다. 한의학 이론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으면 어떤 서적,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한의학적 원용이 가능합니다. 원용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는 한의학 이론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이라는 우리의 자리, 즉, 주체성이 없으면 원용은 아닙니다.

 

▶초대회장님께서 공부하고 진료하고 경험하신 한의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각에서는 한의학의 미래를 우려하기도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날로 신기술이 발달하고 그 가운데 의료의 발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의학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한의학의 미래는 밝습니다.(웃음) 한의학의 본질은 삶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한 한의학도 살아갈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가느냐겠지요.

생리학은 모든 생명현상을 다룹니다. 이런 기본이 없이 어떻게 임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저의 눈에는 임상에서도 기초에서도 한의학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생리학이 한의학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생리학적인 것은 다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과거 학교에 재직하고 있을 때 기초이론에 입각하여 학생들의 임상을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을 지도한다고 하면서 한의학의 기초이론에 입각하여 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임상을 지도하는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기초에서도 임상과 연결되는 기초이론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영역에 대한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한의사들이 자기 영역이 줄어들까 봐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발전이 없습니다. 저는 일찍이 1970년대에 유기능이론, 유기능체계를 제안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학계에서 수용하기 어려웠던 내용이었고, 1980년대 복고주의 바람이 불어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혁신이 있어야 한의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저서가 발생학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설명하고자 시도한 ‘신생리학총론’입니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만 저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유기능이론을 통해 발생학에서의 능성(能性)을 들어 체세포도 자리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을 1970년대에 이미 주장한 바 있습니다. 너무 앞서 갔기 때문에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관점에서 창의적인 혁신이 있어야 한의학의 미래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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