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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인터뷰 | 정진형 경남 거제시 둔덕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2016년 12월 01일 () 09:00:54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민족의학신문=신은주 기자] 한의대생부터 임상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의사까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 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은 늘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저마다 학회, 강의, 스터디모임 등 다양한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있을텐데, 이번에 만나본 정진형 한의사(경남 거제시 둔덕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는 ‘근거중심한의학’을 중심으로 번역스터디 및 블로그 활동 등을 하면서 그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의 공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근거중심한의학 중심으로 논문 번역 및 블로그 포스팅

 

   

◇정진형 한의사(경남 거제시 둔덕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근거중심한의학 논문 번역 스터디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한의대에 입학할 때부터 임상을 잘 하고 싶다는 내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특히 범람하는 강의들 속에서 중심을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개인 서재를 만들어 나가는 이미지’로 내재화 시키고자 구글드라이브나 에버노트 등을 이용하며 자료를 축적·재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공보의 신분으로 이 곳 보건지소에 배치 받은 이후에는 구입한 도서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개인블로그에 올리고, 문헌연구, 고서나 의안 혹은 의생약학 논문이나 기사들을 번역하고 SNS상에 링크하는 방법을 시험하면서 나에게 알맞는 것인지를 가늠해 보고 있다. 지금까지 1년 6개월 정도 체험한 셈인데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이러한 공부방식을 고안하게 된 배경에는 SNS활동, 특히 페이스북의 공이 가장 크다. 자신의 계정에 지식들을 재가공해 포스팅 하는 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포스팅을 염두에 두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른 직능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질 좋은 정보를 다루게 된다.

 

▶스터디 모임에 대해 소개하자면.

아쉽게도 스터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다. 최근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선배의 초대로 중-일본의학 및 고서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북학의’라는 텔레그램 온라인 모임에 초대받았는데, 그곳에는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소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들이 다수 있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재미난 기억이 난다. 성격상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모임을 만들면 마음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지금처럼 작업하면서 그냥 스스로 만족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새내기 한의사로서 한의대를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므로 한의대 교육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 같다.

많은 한의사들이 변해가는 한의대 교육과정이 오히려 한의학에 대한 길을 잃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학부과정은 한의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라 임상과의 괴리가 있다는 학생들의 푸념 또한 적지 않다. 나 또한 학부생활 및 병원생활에서 불만족스러움을 느꼈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졸업 후 모교의 존경하는 교수님께 학교 불만을 가득 담은 이메일을 보내고 후회를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통해 학부교육과정은 계속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필드에 나가보면 의사학을 기준으로 횡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문헌들에 대한 연구들이 실제 임상에서 한의학의 개성을 온전하게 가진 치료법으로 환원돼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현재 학부교육과정에 혁신적인 뭔가가 필요하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개선될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적으로는 기초 한의를 담당하는 서적들에 인용(quotation)이 세세하게 명시됐으며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사학을 기준으로 횡적으로 퍼져있는 지식들을 종적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핵심은 인용의 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각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강의들이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조급함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학교에서 권위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만 하게 되면, 학생들은 이에 반응해 학교를 등지고 자신의 재화창출을 담보해 줄 수 있는 권위자에게 기대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현재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의학은 의학에 비해 제도권에서 멀어져있다는 느낌이 있다. 새내기 한의사로서 정부 혹은 한의계에 요구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의계가 제도권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한의사의 권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청사진을 그리고 싶진 않다. 예를 들어 첩약의료보험제도 이슈에 대해선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좀 더 사회정의에 맞추어 구조조정이 이루어 진 다음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까워질 부분과 거리를 두어야 할 부분의 선을 그어 사업을 추진하는 현 집행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제도권과 우선 거리를 가깝게 해야 하는 부분은 국가 펀딩을 통해 시행되는 보건사업 분야이다. 펀딩의 주체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근거제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근거의 확보가 보건사업 분야 및 제도권과 가까워지는 데에 있어 선결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본인은 심리학계가 한의계와 여러 방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어 한의계 전반에 대한 문제를 살펴볼 때 미국심리학계가 정신의학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과정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심리학회가 독립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신의학과교실에 흡수되기도 하는 과정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한의계도 자기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일정부분 의학계에 흡수되어 균형을 이루는 적절한 포지셔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미래의 한의사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1980년대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자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한의계가 이에 큰 힘을 얻고 외연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이러한 문화적 현상은 점차 수그러졌고, 현 시점에서 한의학 학문 자체가 지닌 매력만으로 국민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힘은 대개 소진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한의계는 지난날 확장한 외연을 지키면서 내실을 다지는 이슈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타 의료계의 직능들과의 소통에 적합한 용어를 사용하는 한의사들이 한의계에서 부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보의 생활을 마칠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30대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복무이후의 삶에는 아무래도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에 임상가로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기를 수 있다면 주요기관이나 대학병원에서 활동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하다.

전문분야로는 수면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현재 ‘Atlas of Clinical Sleep Medicine’이라는 책과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원서들에 대해서도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수면학회(WASO)에 가입해 최근 출판되는 논문들을 틈틈이 열람하며 기본소양을 쌓아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수면의학에 대한 한의계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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