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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어가자”
영화읽기 | 걷기왕
2016년 11월 17일 () 09:00:19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외국사람들이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먼저 배우는 우리말 중에 ‘빨리빨리’가 있듯이 우리는 ‘빨리빨리’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빨리빨리’ 덕분에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부실공사를 야기시키는 경우도 있어 일장일단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좀 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뛰지 않고 천천히 간다면 어떨까?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영화 <걷기왕>에서 제시하고 있다.

   
감독 : 백승화
출연 : 심은경, 박주희

4살에 발견된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만복(심은경)은 오직 두 다리만으로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 다니는 씩씩한 여고생이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 꿈과 열정을 강요당하는 현실이지만 뭐든 적당히 하며 살고 싶은 그녀는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던 만복의 놀라운 통학 시간에 감탄한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경보를 시작하게 된다.

<걷기왕>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자 자극적인 요소가 전무한 청정한 영화로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보기 편한 영화이다. 특히 이미 <수상한 그녀>를 비롯하여 많은 영화를 통해 나이에 비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심은경이 주인공을 맡은 작품으로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영화이며, 매우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와 전개 방식이 기존 영화와는 색다른 요소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의 역할이었던 ‘오드리’를 생각나게 해주는 ‘오두리’라는 버스 정류장에 적혀 있는 마을 이름과 <달려라 하니>의 ‘하니’와 ‘나애리’라는 이름의 선수가 등장하고, 주인공의 집에서 키우는 소가 내래이션을 하는데 분명 <족구왕>과 <응답하라 1988>에 출연했던 안재홍의 목소리와 수컷이라는 대사가 있음에도 소순이라는 이름과 영화 결말에 깜짝 반전의 주인공이 되는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깨알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소소한 재미가 있는 <걷기왕>은 자칫 경보에 대한 스포츠 영화로 인식되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래의 꿈에 관련된 청소년들의 성장영화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과 열정을 강요하며 빨리 가기를 재촉하는 현사회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지점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들의 생각 차이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로인해 극중 담임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필자의 경우 예상과 다른 영화 결말 부분에서의 주인공의 선택을 보고 많은 의문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물론 꿈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안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면서도 오히려 너무 빨리 가려다가 큰 상처를 입고 다치는 것보다 천천히 세상을 둘러보면서 나를 찾고, 꿈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수없이 많은 기회를 기다리며 빨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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