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때 판타지 영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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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때 판타지 영화 한 편
  • 승인 2016.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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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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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거울나라의 앨리스

얼마 전, TV에서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물론 이미 극장에서 본 영화였기 때문에 내용은 다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과 완전 일치하는 것을 보고 정말 영화 속에서나 있을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감히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영화보다 더 한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허탈과 분노가 뒤섞여져 있는 혼란한 때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며 배의 선장으로 지내온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런던에 돌아와 참석한 연회에서 나비가 된 압솔렘을 만나게 되고, 거울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앨리스는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을 만나 위기에 처한 모자 장수(조니 뎁)의 얘기를 듣게 되고 시간(사챠 바론 코헨)의 크로노스피어를 훔쳐 과거로 돌아가 모자 장수를 구하려고 한다. 한편, 하얀 여왕에 의해 아웃랜드로 추방되었던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 또한 크로노스피어를 호시탐탐 노리고, 앨리스는 붉은 여왕과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모자 장수를 구하기 위한 스펙타클한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롤이 1871년에 출판한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이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많이 다른 편이다. 우선 디즈니가 제작한 영화답게 기발한 발상과 멋진 화면 구성은 판타지 영화다운 면모를 맘껏 과시하고 있으며 전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을 정도로 독립적인 이야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워낙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며,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과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지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시간을 의인화한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초를 캐릭터화하면서 서로 모이면 분이 되고, 시가 되는 것을 비주얼 이미지로 보여주는 나름대로의 기발한 유머도 선사하고 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시간에 대한 영화이다. 그래서 마치 타임머신과 같이 과거와 대과거로 이동하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어릴 때 모습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즉 아무리 지금 힘들더라도 과거를 바꾸게 되면 모든 것이 뒤엉켜져 버리며 끝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매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물론 영화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좀 더 뭔가를 기대한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시간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믿음과 자신감, 가족 등 우리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들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힘을 갖고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속 시끄러운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멋진 화면을 통한 눈호강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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