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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49> - 『壽世寶訣』 ②
전통을 고수한 일제치하 한의의 맥박
2016년 10월 22일 () 10:01:24 안상우 mjmedi@mjmedi.com
   
◇『수세보결』

『수세보결』이 저술될 당시 전통의학계의 동향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1896년 甲午更張을 전후로 전통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교육과 양성이 제도적으로 차단된 이후 전통의학계는 同濟醫學校, 醫學講習所 등을 설립하여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겨우 연명하기는 하였으나 일제를 통해 조선에 들여온 서양의학의 위세로 날로 위상이 축소되어 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유학하고 들어왔거나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정규 서양의사들은 매우 수가 적어 조선의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1913년 조선총독부는 한방의료에 종사하고 있던 이들을 ‘醫生’으로 등록시켜 의사의 지휘권 아래에 두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 책이 간행된 1929년은 전통의학계 내부에서 東西醫學 절충론이 대두되는 시기이다. 한의학의 위상은 날로 축소되어 가고 서양의학의 세력이 점점 확대되어 감에 따라 이를 자각한 선구적 한의학자를 중심으로 서양의학을 연구하여 한의학을 새롭게 발전시켜 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직 민간에서는 서양의술이 변변치 못한 시기였고 또 1913년에 실시된 의생제도는 전통의학 종사자를 더 이상 육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기에 의생들의 수는 해마다 감소하였고 한방 시술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1930년대 『東洋醫藥』지에 실린 金永勳의 글에는 “조선의 현실이 인구에 비해 턱없이 의사의 수가 보족하다. 고급스런 시설을 갖춘 현대식 병원에서의 진료가 좋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조선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라고 탄식한데서 잘 알 수 있듯이 당시 조선의 의료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의서 『兩無新編』에서는 “서울 이하 남부 지방에 더위를 먹어 죽은 자가 50여명인데, 위생계에서는 단 1명도 원인을 밝혀서 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아, 우리나라 의학의 용렬함이 이와 같구나!”라고 통탄하였고, 또 “신묘한 약과 처방이 과연 의서에 실려 있었으나, 다만 여러 의원들이 살피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기술하였다. 이와 같이 당시 의료실태란 조선인이 혜택을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당시 세력을 넓히고 있었던 서양의술에 관한 내용은 전연 보이지 않고 오직 전통의학적인 방법만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총독부와 공립기관에서는 서양의학을 위주로 편중된 의료정책을 실시하였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치료방법과 한의를 선호하는 정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이 책의 골간은 『본초강목』 내용 중에서 필자의 70년 경험을 통해 유용한 것만을 발췌하였고 이밖에도 홍만선의 『산림경제』와 청강 김영훈의 처방도 인용하고 있다. 더욱이 『본초강목』의 내용은 약재별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 찾아보기 불편한데 반해 이 책은 병증별로 정리되어 있어 전문 의료인들도 이용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596년에 『본초강목』이 편찬된 이후, 조선에 전래되면서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간편하고 손쉽게 찾아보고자하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18세기 이후 『廣濟秘笈』, 『仁濟志』등과 黃度淵의 『本草附方便覽』도 역시 이러한 조류 가운데 나타난 저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목차는 『본초강목』의 ‘百病主治藥’과 유사하지만 찾아보기 쉽도록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이상 한국한의학연구원 편, 『국역수세비결』해제 참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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