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현대 과학이 착각하는 믿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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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현대 과학이 착각하는 믿음에 대하여
  • 승인 2016.10.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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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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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과학의 망상

이제껏 비교적 안전지대라 여겼건만, 우리나라에서도 한 달여 전 진도(震度) 5.8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천년고도 경주의 남남서쪽 8㎞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에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는데, ‘카더라’ 통신은 지진 자체보다 국민안전처의 졸속대응에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하더군요.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각종 재난 대처 방안을 잘 갖추어야 할 텐데, 이 기회에 동물의 행동에 근거한 경고 시스템을 적극 모색해보면 어떨까요? 2009년 이태리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수컷 두꺼비들이 교미를 멈추고 번식 우리를 탈출했고, 2004년 아시아에서는 쓰나미가 있기 전에 코끼리·물소·개·염소들이 높은 구릉지로 내달렸거든요. 비록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이런 재난 예측 능력을 아직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지만….
  ‘과학의 망상’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의 책입니다. 현대의 과학자들 대부분이 영원불변한 ‘진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10가지 핵심적인 명제가, 사실은 비이성적·맹목적 신념에 불과한 도그마(dogma)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氣)의 실체를 부정할 수 없는 한의사 입장에서는, 또 살아있는 유기체는 물리학과 화학의 용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캉길렘(Canguilhem)·베르그송(Bergson) 등의 생기론자(生氣論者; vitalist)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입니다.
  지은이는 영국의 생물학자로서 현재 캘리포니아 소재 정신과학연구소 특별 연구원으로 있는 루퍼트 셸드레이크(Rupert Sheldrake)인데, 그는 형태장(morphic field) 이론 ? “스스로 조직을 생성하는 자연의 모든 자가조직화체계(self-organizing system)들은 시공간을 넘는 공명(共鳴; resonance)을 통해 자신들의 모든 종으로부터 집단기억을 물려받는다.” - 으로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분입니다. 그의 가설은 발생·유전 등과 같은 생물학의 보편적 주제뿐만 아니라, 예지·텔레파시 등과 같은 초자연적 주제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매우 혁신적인 이론이었기 때문이지요.
  책은 모두 12장으로 나뉩니다. 1장부터 10장까지는 현대 과학의 10가지 도그마 - 자연은 기계적인가?,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한가?, 자연법칙들은 영원불변한 것인가?, 물질은 의식이 없는가?, 자연은 목적이 없는가?, 생물학적 유전은 모두 물질적인가?, 기억은 물질적 흔적으로 저장되는 것일까?, 정신은 뇌 안에 얽매여 있는가?, 초자연적 현상은 환각일까?, 기계적 의학만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유일한 치료법인가? - 를 소제목으로 삼아 그에 대한 반박을 다룬 내용이고, 11장과 12장은 ‘객관성이라는 환상’과 ‘과학의 미래’라는 소제목 아래 과학이 진정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에 관한 내용입니다. 모두 흥미로웠지만, 저는 “수많은 과학 교육 안에서 수동태 문장은 현실과 분리된 객관성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선호되고 있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의 약 70%는 결국 식물로부터 추출한 것이고, 이 식물들이 지닌 의학적 특성에 대한 수많은 지식들은 과학시대 이전의 아주 오랜 문화로부터 온 것이다.”라는 주장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가장 멋진 과학은 열린 마음으로 탐구하는 모습이지, 믿음의 체계가 된 모습이 아니다(science at its best is an open minded method of inquiry, not a belief system).”는 저자의 일갈! 정말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값 2만2000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 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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