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48> - 『壽世寶訣』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748> - 『壽世寶訣』①
  • 승인 2016.10.15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70여년을 한결같이 十錢普施方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연활자본 의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의 첫머리에 ‘壽世秘訣序’라고 쓴 春軒 申鉉台의 서문에는 작성시기가 戊辰년으로 밝혀져 있으니 1928년(소화3)에 집필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서문에 의하면 “이 책은 李昌雨氏의 저술로 그분은 70여 년간을 의업에 몸담아 늙어가면서 이미 시험해보고 효과를 본 처방을 일일이 모아서 800여조의 방문을 엮은 것이라”고 하였다.(此書, …… 李昌雨氏所著, 氏, 老於醫, 積七十餘載間, 已試已效者, 一一蒐編, 而其多八百餘條矣.)

서문을 쓴 신현태는 지석영, 신채호, 오세창, 변영만 등이 활동했던 畿湖興學會에서 간사로 일했던 인물로 보인다. 이 학회는 1908년 8월에 교육과 애국계몽을 목표로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의 선각자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기관지로서『畿湖興學會月報』를 창간하였는데, 이듬해인 1909년 7월까지 통권12호를 발행하여, 한일합병 직전까지 애국사상 고취에 열심이었다.

저자 이창우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이 시기에 이미 70여 년 이상을 醫業에 투신해 왔다는 표현으로 보아 이미 이때에 90세 안팎의 老境에 이른 임상의였을 것으로 여겨져, 대략 1800년 중반에 출생하여 주로 조선말기~대한제국 시기에 활동한 인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동무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창안하고 석곡 이규준이 부양학설을 펼친 시기와도 겹쳐지므로 시대적 배경과 저술상 특점을 주목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서문에서는 여기 실린 처방들이 모두 효과도 뛰어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사용하였기에 불과 “엽전 2전이면 죽을병을 낫게 하고 10전이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라고 매우 현실적인 면에서 설득력 있게 그 장점을 피력하고 있다.

본문은 전5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대분류는 하지 않고 곧바로 ‘諸風’으로부터 병증항목이 열거 되어 있다. 이어 寒, 傷寒, 感寒, 瘟疫 등으로 이어지면서 역병이 한문과 같이 수록되었고 외감과 내상이 함께 들어있다. 또한 여러 가지 잡병증상들과 함께 五絶急病이란 소제로 구급질환이 들어있고 酒病, 酒醉不醒, 飮酒不醉, 斷酒方 등의 항목이 수재되어 있어, 애초부터 질병분류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중요도에 따라 열거한 것으로 보인다.

제2권에는 주로 외형 질환이 수록되어 있고 옹저, 외상, 제상문에 해당하는 질환들이 들어 있다. 특별히 눈에 띠는 것으로 ‘藥名同異’가 있다. 같은 명칭을 쓰는 약재들을 모아 비교한 것으로 ‘五物同名, 四物同名, 三物同名, 二物同名, 比類隱名’ 5항목이 있는데, 유사명칭의 본초 감별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자료이다. 권2부터는 별도로 ‘本草抄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아마도 비용이 저렴한 단방 위주의 약방을 골라 수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3권에는 주로 부인과질환이 수재되어 있는데, 室女門과 婦人門으로 크게 나눈 것도 특징적이지만, 첫머리의 無竅조에 “産門이 나면서부터 합해져 열리지 않은 경우, 동전을 날카롭게 갈아 째고서 석회를 바르면 곧 나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오랜 임상에서 비롯한 실전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임을 알 수 있다.

제4권에는 노인문과 소아문이 배치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노인성 질환증상과 아울러 소아의 성장발육, 그리고 소아 전염병에 관한 제반 사항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제5권에는 별편으로 구황벽곡에 관한 내용과 환단류 처방들이 수록되어 있어 선가류의 벽곡양생법이 의학에 흡습되어 전해지는 양상을 지켜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