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연기의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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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굵은 연기의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 했다”
  • 승인 2016.10.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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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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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아수라

어느 날, 평소 TV에서 잘 보지 못했던 연예인들이 갑자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거의 자신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시청률이 좋거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일수록 바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며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마케팅으로 인해 일단 초반 공략에 성공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큰 흥행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반기 기대작 중에 하나였던 <아수라> 역시 젊은이들이 많이 보고, 항상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면서 큰 마케팅 효과를 얻었고, 그 결과 개봉 6일 만에 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보여주고 있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게 된다.

1990년대 후반,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통해 세기말 청춘들의 모습을 매우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했던 김성수 감독이 20년이 흐른 2016년에 선보인 <아수라>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화려한 연출 스타일을 다시 보여주며 최근 한국영화계의 특징 중에 하나인 강한 남성 영화의 또 하나의 굵은 획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스타로 만들었던 감독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정우성과 진한 의리를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영화의 내로라하는 선 굵은 연기의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악귀의 세계에서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들의 왕을 뜻하는 <아수라>라는 제목답게 영화는 모든 주인공들이 악역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기존 스토리텔링이 언제나 권선징악이라는 고정관념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는 새로울 수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던져주고 있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그로인해 <아수라>는 매력적인 악인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지점에서 포인트를 놓치며, 오히려 잔인한 장면들을 더 강조하는 듯 제목 그대로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만을 보여주면서 청소년관람불가였지만 흥행에 성공했던 <내부자들>과 비교하여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그들을 이끌어 가는 전반적인 내용의 부재로 인해 아쉽게도 개봉 전 가졌던 기대감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단, 앞으로 이러한 내용의 영화가 나오지 않도록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랄 뿐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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