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47> - 『舍岩五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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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47> - 『舍岩五行』 ②
  • 승인 2016.10.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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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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鍼灸醫案에 담겨진 한국의 無形遺産

이 작은 필사본 舍岩鍼法 책에는 이른바 舍岩五行이라 알려진 사암오행침 본문과 경험방편으로 2분 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별도의 서문이나 발문이 붙어 있지 않고 목차조차 달려 있지 않아 전서의 체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표지에 ‘檀紀四貳八九年春抄’라고 밝힌 초사기만 간략하게 적혀있어, 이 책이 광복과 정부수립 이후 민족정서가 한참 고양되었던 시점에 작성되었음을 감안하면 전통 침법에 대한 관심도 한결 고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본문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바람은 天地의 正氣이며, 山川의 噓氣이므로 하늘에서는 기가 되고 땅에서는 나무가 되고 절기의 순서로는 봄이 되며, 사람의 몸에서는 간병을 일으키는 사기가 된다.”고 하였다. 아주 원론적인 언급일 수 있지만 이어지는 말에 “이로써 천기가 탁해져 바람이 움직이며, ...”라고 한 말은 자연현상과 빗대어, 결국 체내 정기가 흐려져 기 순환이 나빠지면 풍기가 동하게 되며, 산천이 우는 것과 같이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며, 혈관이 흐름이 나빠지게 됨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또 땅에서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이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에서는 근육이 떨리는 것을 보고 곧 풍사가 일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다. 재미난 표현이자 매우 알기 쉬운 유비법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를 보아서도 이 책이 단지 경험혈위나 자침기술 몇 가지만을 적은 침구경험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자연과 인체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 인간 본위의 치료법이 펼쳐져 있다고 할 것이다.

후반부 경험방편에는 각종 사암침구 의안을 병증문별로 분류하여 수록해 놓았는데, 병문은 중풍, 상한, 運氣, 中暑로부터 시작하여 耳病, 目病, 口病, 喉症에 이르기까지 37문, 100여조 이상의 의안이 담겨져 있다. 사실 현전 사암침법 초본류에 이론적 적용방법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지 않고 원론도 별도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여기 수록된 의안을 분석하여 적용이론을 추론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효용가치가 있는 매우 소중한 침구경험의안이자 학술연구 자료가 됨을 손쉽게 깨달을 수 있다.

의안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자. “나이 60된 한 남자가 산에 올라 약초를 캐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오른 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눈알이 오른쪽으로 돌아가 앞을 보기 어려웠으며, 허리와 등을 펴지 못해 힘을 쓰지 못하였다. 이에 勞宮혈을 보하고 照海혈을 사하였는데, 하루 만에 앉게 되었고 1번 더 치료하고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며, 3번 치료하고 나니 스스로 예전처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입은 반쯤 제자리에 돌아왔고 눈은 평소처럼 되었으나 어리석은 백성이 더 이상 침을 맞지 않았고 점차 차도가 더디게 되었다.”

鬱門에는 여성 환자의 사례 하나가 소개되어 있다. “나이 서른 남짓한 한 부인네가 배꼽 위로부터 심부 아래까지 창만증과 같이 답답하고 냉기가 부채질 하듯이 일어나며,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프지 않은 것 같기도 하며, 비록 이불을 끌어안고 있어도 항상 배가 차가 움을 느꼈다. 아픈 부위는 중초에 위치하고 창만의 기운은 모두 비장의 증후에 속하며, 한기는 허증이므로 脾正格을 썼더니 곧바로 그쳤다. 모두가 바로 혈맥이 쇠잔해진 것이니 陰土를 따뜻하게 덥혀주고 陽水를 깍아 내어 다스린 것이다.(溫陰土而平陽水)

사암침법은 한의학에 있어서 가장 고유 특색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침법이라 할 수 있으며, 한국의학에 있어서 영원히 보전해야할 무형유산임에 분명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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