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 산책/ 746> -『舍岩五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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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 746> -『舍岩五行』 ①
  • 승인 2016.09.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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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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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傳統鍼法에 덧장을 씌우자

이 책의 표지서명은 ‘舍岩五行’으로 되어 있고 형태는 보통 소매 속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袖珍本이라고 불리는 핸디북 모양의 선장본이다. 소형 절첩본보다는 다소 큰 장방형으로 된 단책의 필사본이다.

1956년에 작성된 초사본으로 아직 고서의 반열에 오르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어느덧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이고 무엇보다도 한지에 선장본으로 엮어진 외양이나 모필 묵서로 작성한 점 등이 여전히 조선시대 사본의 특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전통침법의 대표명사격인 사암침법을 논위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된다.

외양으로 드러난 고사본의 특징보다는 여기에 담겨진 사암침법의 世傳性, 즉 世代傳承의 과정과 성격에 더욱 주목해야만 한다. 그래서 말인데, 이 사본의 작성 시기를 보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 시기여서 전통의 모습이 온존되어 있다고 말하기엔 어색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암침법의 전승과정에 있어서는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사암침구서가 비로소 활자화된다. 따라서 광복 이후 격동기의 사회상황과는 별개로 여전히 人人傳授의 상황에 놓여있었던 전통침법의 전승과정을 고려해 본다면, 이 사본 역시 사암침법이 근현대 한의학에서 한국의 고유침법으로 대접받기 이전 시절의 전사본으로서 나름대로 충분한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표지는 오래 보다가 헤어져서 改裝하였는지 겉표지가 덧씌어져 있다. 요즘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자신이 아끼는 책에 겉표지를 다시 싸서 사용하는 습관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새 학기마다 받아든 교과서를 철 지나간 달력 종이를 재활용하여 표지를 깨끗하게 덮어씌우곤 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또 한때는 동네 서점마다 구매 고객들을 위해 판매대에서 각자 서점상호가 인쇄된 용지로 겉을 싸서 주었던 풍경도 떠오른다.

지금은 보기 힘든 이런 풍습들이 사실 우리 시대에 잠시 명멸했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조선시대로부터 전해진 오랜 독서전통이자 愛書 풍경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필자의 손을 스쳐간 수많은 고서 가운데 상당수가 이렇게 전적에 덧장을 씌워 보존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로, 과거시험 교재였던 이른바 사서삼경으로 일컬어지는 七書류에서 그런 경우가 흔하게 발견되었고 이른바 족보라고 일컫는 譜牒類나 스승의 문집 등도 존중의 의미를 더하여 소장하게 간직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었다.

의서 가운데도 그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를 『동의보감』이나 『제중신편』같은 필독 의서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방약합편』이나 비전 경험방서와 같이 약방의 필수구비서는 1겹도 모자라 여러 겹으로 층층이 싸여진 경우도 있었다. 여러 장 덧대어진 한권의 책표지에서 독서의 이력이나 혹은 이 책이 전해져온 내력을 추적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덧 표지의 경우, 여전히 세인들의 주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지만 소장내력이나 내용의 첨삭, 加筆, 전적의 개변 사항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지니고 있기에 애서가라면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요즘 신서에도 외장커버나 포갑, 또는 날개나 외장용 장식띠를 두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광고효과나 디자인 측면에서만 고려될 뿐, 도서관이나 개인 소장가들도 무심히 폐기하거나 함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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