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약 복용 후 탈모 보도와 안전한 한약사용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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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약 복용 후 탈모 보도와 안전한 한약사용을 위한 제언
  • 승인 2016.08.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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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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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SBS 8시 뉴스에 모 한의원에서 ‘탕약을 복용한 후 탈모가 된 아이’ 관련 보도가 있었다. 이 언론은 생후 27개월 장 모군(2016년 1월)의 보도 이후, 21일에는 다시 김 모군(27개월, 2015년 11월)과 박 모양(5살, 3년 전) 역시 같은 증세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의계의 대응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처음 한의원의 입장은 “한약만을 탈모의 원인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과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 없이 편파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한 상태”라고 하는 것이었다. 11일 한의협은 “한약 복용후 3일째부터 탈모가 시작됐으며, 한약투여 보름 전 입원치료와 항생제 등 양약치료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면서 “탈모 원인이 한약 때문인지, 그 전에 투여한 양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해당 한의원은 11일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두드렸고, 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를 이용해 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부작용 발생 원인이 한약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이다. 한약으로 인한 발생일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에 대한 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약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한약도 약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약복용 소아 탈모사건은 의료분쟁”이며, “한약복용과 탈모의 인과관계를 조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면서, “비판은 많지만 복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사할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식약처에서는 “한약재 안전관리는 식약처 담당이 맞지만, 환자 특성에 맞춰 조제하고 투약하는 것의 관리 업무는 복지부의 일”이라고 하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정부를 옹호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사실 한약의 부작용은 사각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약은 현재 법적으로 의약품의 범주에 속해 있지 않다. 당연히 의약품감시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의료법 위반이 아닌 이상 보건복지부가 나서기도 애매하고, 의약품이 아니니 식약처의 관리 대상도 아니다. 법률적으로 불비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한약도 의약품에 준해서 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법률을 만들고 규정을 만들고 체계를 구성하고 시행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최상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이 어려운 일을 우리 정부가 해내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좋은 정부,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

의료계의 반응

22일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하면서 ‘식약처 손문기 처장과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남점순 과장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였으며, 일각에서는 ‘식약처장과 한의약정책관의 즉각 파면과 근본적인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의약정책관은 현재 공석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서 무작정 정부 담당공무원을 파면하라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의료계의 반응은 절차상 조금 성급하거나 서툴러 보인다. 아니라면 정치적 선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대한 일이기는 하다.

한약 부작용 발생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지적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약이 약인가? 한약도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약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부작용보고체계를 갖추고, 자발적 부작용보고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2012년 5월 강연에서 ‘한약 약물 감시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한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한약 부작용 사례를 보고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고를 통하여 ‘약물감시제도와 한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제안’에서 당시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으로 약화사고에 의한 의료분쟁이 늘어날 것을 전망한 바 있다. 한약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또한 2015년 12월에는 “한약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작용보고체계 구축 및 활성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로 했다.

마녀사냥은 중단되어야 한다. 폭로성 기사나 의혹을 부풀리는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공중파 방송은 인터넷 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보도가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거나 폭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쟁점과 시사점, 제도적 대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담겨져 있어야 좋은 보도일 것이다. 어린아이의 예기치 못한 불행한 결과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속셈을 이루려 한다면 유치하거나 파렴치하다.

정부는 책임 있는 조사결과와 재발방지와 예방 및 제도정비를 해야 한다.

한약에 대한 부작용보고 체계의 구축과 분쟁조정시스템의 적절한 가동, 그리고 약물감시와 인과성평가를 위한 전문가 양성, 의료인들의 자발적보고 시스템의 필요성과 적극적 유인책 등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 일이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의 불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작용을 당한 어린아이나 가족들의 상처와 분노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과성평가와 원인물질 규명이 핵심이다. 추후 책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의료인 및 전문가들은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방의 시료를 확보해야 한다. 한약투여의 선후관계의 정황만으로는 직접증거(evidence)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인과관계 조사를 통해서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한약에 대한 자발적 부작용 보고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피해구제제도와 자발적 보고에 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한약으로 인한 드문 부작용 발생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의사는 한약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부작용을 알아야 하고, 부작용 발생 시 적절히 대처해야 하며,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알려야 한다. 한의사는 한약과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여야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층 성숙한 언론과 시민, 그리고 책임 있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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