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약대 6년제 하려거든 약사법부터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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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약대 6년제 하려거든 약사법부터 고쳐라
  • 승인 2003.11.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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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신(서울 평화한의원장,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기획국장)


약사회는 약학대학을 6년제로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의약분업 논란 속에서 대한약사회, 한국약학대학협의회, 전약협은 완전 의약분업을 지지하는 대신 약대 6년제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분업 투쟁방향을 전환했고 그 후 의약분업 결과로 구성된 대통령 자문기구 약사제도개선 및 보건산업발전 특별위원회는 2002년 10월 18일 ‘2005학년도부터 시범 시행하고 2007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는 안을 의결하였다.

□ 약대 6년제 수순 진행중

정부에서도 김화중 장관 취임 때인 올해 3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약대 6년제에 대해 약계와 한의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수용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지난 9월 8일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약사직능의 발전 등을 위해 약대 학제를 2006년부터 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건정책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약대6년제 전담추진단’을 구성, 표준교과과정 마련 등 구체적인 실무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약대 6년제를 추진하려는 이유에 대해 약사회는 의약분업제도 시행후 임상약학 교육 강화, 신약개발, 국산 의약품의 품질 향상, 시장개방에 대비한 국제 통용 기구 개편 등을 꼽고 있다.

한편, 한의계는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데 그 이유는 ‘약대 6년제는 한약에 대한 교육강화를 (예, 韓方藥療) 통해 한·양방 통합약사를 만들고 결국 한약사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약대 6년제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한약관리법의 제정, 독립된 한약학대학 설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는 2002년 12월 4일 “6년제 연장 교육내용에는 한약과목 확대계획이 들어있지 않으며 한약취급범위의 변화는 약사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약학교육에 대해 다른 단체가 간섭할 자격도 이유도 없다”고 하였다.

약대 6년제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한의계가 왈가왈부할 정책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과잉공급이라는 측면도 보건정책을 담당하거나 국민의 입장이 아닌 한의계가 비판할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고 약사회의 주장처럼 한의계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일까? 한의계가 괜히 이유 없이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약사회가 한의계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 한약사제도 무력화 의도

한의계가 반대하는 것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약대 6년제가 한약분쟁과 동일하게 한약사제도를 무력화하고 한약 취급권을 갖고자 하는 우려이다.

흔히 한약분쟁의 결과로 한약에 대한 권한은 약사의 손을 떠나 한약사에게 넘겨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한약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약사의 관할 하에 놓여져 있고 계속해서 이를 지키려는 의지를 여러 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약분쟁의 여파로 만들어진 약사법의 조항도 한의계가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크게는 약사법상 한약사 면허 응시자격이 명확하지 않다.

약사법 제3조의 2(한약사의 자격과 면허) ②항에 의하면 ‘…한약사의 면허는 대학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약관련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로서 학사학위를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하고 한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부여한다.’고 하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한약학을 전문으로 한 자’라고 하였고 이에 맞추어 1997년 3월 6일 약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제3조의2 (한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약사법 제3조의 2 제2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약관련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라 함은 한약학과를 졸업한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약사회가 약대 6년제를 추진하고자 하고 있고 약사회의 주장처럼 한약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약사법 제3조 2항을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한다. ‘한약관련 과목’이라는 애매한 조항을 ‘한약학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을 졸업한 자로서’라는 조항으로 고쳐야 한다.

이것이 한약분쟁의 합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 한약분쟁의 합의 정신은 한약은 양약을 전문으로 하는 약사의 직능범위가 아니며 한약을 전문으로 하는 ‘한약사’의 직능범위라는 것을 공인한 것이다.

그러나 약사법의 이 조항만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목 95학점을 이수하면 누구든지 전공학과에 관계없이 한약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 한약독립없인 갈등 지속

사정이 이런대도 약사회측은 현재 추진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한의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현재 계획이 없더라도 약사법의 이 조항이 살아 있는 한 약간의 교과과정 개편만으로 약사들은 언제든지 한약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건의료 인력의 역할규정은 배타적인 데 이것은 서로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구별하여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약사법에 분쟁의 씨앗을 남겨놓은 채 약대 6년제를 추진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약사법이 아닌 약사법 시행령에 단서 조항을 명기하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약사법은 ‘과목’을 제한한 것이며 약사법 시행령은 ‘전공학과’를 제한한 것이다. 둘 사이의 법 해석상 당연히 약사법의 ‘과목에 관한 제한’이 상위의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전공학과를 제한하는 것이 더 상위의 개념인 데 법상으로는 오히려 반대의 체계를 갖고 있다.

즉, 시행령상의 규정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명령으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약사법의 조항을 근거로 한약조제약사 외에 95·96학번 약대졸업생의 한약사 응시자격을 인정하였고 그 이유는 약대 교과과정 160학점 중에 95학점 이상을 한약관련과목으로 이수하였다는 것이었다.

약사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약대 6년제는 계속해서 한의계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전히 이 문제는 한약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약사의 업무 영역에서 한약을 독립시키는 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한의사와 약사는 계속해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일례로 작년에 복지부는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수입품목허가신청(신고)서 검토에 관한 규정’ 제7조(제품명) 제2항에 한약제제의 경우에는 제품명에 ‘한약제제’라는 문자를 괄호로 병기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진하였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제품명에 ‘한약제제’라고 표기하는 것조차도 반대하는 것은 결국 한약을 약사의 관할인 의약품 체계 속에 계속 넣어두겠다는 의미이다.

약사회는 한약관리법의 반대, 한의과대학 내 한약학과 설치 반대 등의 주장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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