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9>-『增補山林經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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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39>-『增補山林經濟』
  • 승인 2016.07.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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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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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林處士 꾸려나갈 한집안 살림살이


『산림경제』는 역대 한국인의 빼어난 저술 가운데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워낙 인지도가 높고 호평을 받은 책인데다가, 이 책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이미 이 자리를 빌려 몇 차례에 걸쳐 다룬 바 있다. (󰡔山林經濟󰡕, 301회 전통시대의 생활과학 / 2006년7월24일자, 302회 지식인의 건강지침 / 2006년8월14일자, 303회 鄕村의 토산약초, 治藥方 / 2006년8월21일자, 󰡔增補山林經濟󰡕 304회 5대를 이어온 儒醫 가문의 가전경험 / 2006년8월28일자)

◇ 『증보산림경제』

太醫로 中樞府知事를 지냈으며, 두창 치료의 1인자로 명성을 떨친 柳瑺의 아들이자 역시 내의를 지낸 柳重臨이 『산림경제』의 내용을 대폭 개정하고 보완하여 펴낸 것이 바로 󰡔增補山林經濟󰡕 이다. 『산림경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갖가지 이종 사본이 전해질 정도로 널리 쓰였지만, 정작 단한 번도 간인된 적이 없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버클리대학 동아시아도서관에 소장된 이른바 아사미문고로 알려진 조선판 고전적 가운데 하나이다.

비록 零本 1책에 불과하지만 烏絲欄에 淨寫本으로 보존상태가 뛰어나다. 현전본은 전11책 가운데 제7책으로 목록 및 권수제에는 본문 권차가 제11권으로 표기되어 있다. 해당 제11권에는 家庭 상편에 해당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擇居止, 先修身, 知國思, 孝父母, 兄弟和, 夫婦敬, …… 力農桑, 治財用, 防火災, 備盜賊, …… 戒酒色, 擇技藝, 時嫁娶 등의 소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다.

매 주제는 단문 위주의 몇몇 조문들을 권점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 전본에 수록된 내용이 비록 전문의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의관이 집필한 것이고 은연중에 의약과 관련 있는 조문들이 적지 않으므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그런데 며칠 전에 한국전통식에 쓰인 고추와 장류의 역사를 추적해 온 식품연구원의 권대영 박사를 만나보니 대뜸 이 책의 서명으로 쓰인 ‘산림경제’의 의미를 아냐고 물으신다. 산림처사의 의미에서 유래된 草野의 의미가 아니냐고 답변했더니, 영문으로 ‘forest book’이라고 오역한 경우가 있었다고 실소를 지으면서, 우리말 ‘살림’을 借音한 용어라는 새로운 주장이다. 이 해석에 따른다면, 이 책은 가정살림을 어떻게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실행방안이 제시되어 있는 살림백과전서라고 풀이할 수 있다. 학술적인 논의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개연성도 있고 기존의 해석보다 의미가 훨씬 더 잘 통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본서는 가정편을 수록한 권이어서 더욱 이런 해설에 부합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첫 대목의 편명을 개괄하는 해설에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한 집안이 흥성하고 쇠퇴하는 것은 오로지 家長에게 달려 있으니 돌아볼수록 그 책임이 무겁지 않겠는가. 가사 일이 헤일 수 없이 많으나 모든 일은 반드시 순리에 따라 대응하고 살펴보아서 조금이라도 선대에 해 온 일에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라고 하였다.

이 말은 비록 가정사라 할지라도 한 사람, 한 가정의 일일 뿐만 아니라 누대로 이어져 내려온 연속선상에서 지속적인 책임성을 지니고 추진해야만할 작은 규모의 治家事임을 의미한 것이다. 특별히 첫 조문에 들어있는 擇居止는 주거지를 선택하여 정주하는 일로, 다시 말해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이 주제는 전서를 통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선결요소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공간적 환경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사안이다. 典範이 되었던 洪萬選 원작의 『산림경제』에서는 제1권 첫머리에 ‘卜居’라는 항목을 두어 이 문제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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