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8> 『骨董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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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38> 『骨董飯』
  • 승인 2016.07.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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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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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방법이 골고루 섞인 醫療習俗


구한말~일제식민지에 민간에서 유행했던 의료습속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 1종을 살펴보기로 하자. 흔히 볼 수 있는 묵서필사본으로 작성자는 명료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으며, 자료의 성격상 누가 작성했는가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표지서명으로 쓰인 骨董飯(비빔밥)이란 이름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성향의 잡다한 내용들이 혼재되어 있어, 일정한 부류에 분류하기조차 어렵다. 예컨대 내면지에는 古文眞寶, 唐音, 唐律과 같은 서명이 적혀 있지만 본문에서는 딱히 해당 내용이 보이지 않아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여러 가지 신변잡사를 적어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골동반』

하지만 골동이란 의미에는 드물고 귀하고 오래된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듯이 겉보기와 다르게 다시 눈여겨볼 만한 소중한 글귀가 숨어 있다. 본문 안에는 작자가 주고받은 시문이며, 簡禮套式(편지글투), 服制, 각종 문서의 서식, 退溪先生警學者文 등 다양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지만 무엇보다도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佛說天地八陽神呪經(불셜텬디팔양신쥬경), 佛說百殺神呪經, 佛說解寃經, …… 佛說牛馬長生經으로 이어지는 祈禳文들이다.

구복과 퇴마에 쓰이는 이 기도문들은 한문으로 된 것도 있지만 한글을 병기하거나 혹은 한글토를 붙이거나 아예 한글로 작성된 것도 적지 않아 주로 부녀자나 기층민들 사이에서 애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우마장생경은 집에서 사육하던 소나 말 같은 가축이나 미물까지도 병들지 않고 오래 살기를 축원하는 기도문이어서 옛 사람들의 순박하고 착한 심성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生子所向方은 『동의보감』잡병편·부인문의 말미에 실려 있는 安産方位圖와 安産藏胎衣吉方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비록 産圖나 催生符가 그려져 있거나 借地法이 수록되어 있진 않지만 安産方位와 埋胎에 꺼리는 방위(玉女所在方)를 지정한 것이어서 궁중에서 행해오던 출산습속이 점차 민간에까지 두루 펴져나가 변형된 형태로 잔존하지 않았을까 짐작케 한다.

또 初??文은 학질 즉, 말라리아 예방이나 퇴치에 쓰이던 기도문으로 민간습속답게 무척 소박한 내용이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개략적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른 것이 아니라 네놈이 동네마다 휘젓고 다니다가 어느 동네 몇 살 누구를 며칠 새 침범했다하니 너의 죄가 너무나 통렬하고 놀랍구나. 내일 날이 밝자마자 石首魚(조기) 3뭇을 가지고 속히 천리 밖으로 물러가거라.(운운)”하였다. 특히 문장 가운데에는 ‘汝矣身(너의 몸), 汝矣罪(너의 죄), 持是遣(가지고)’ 같은 이두문이 섞여 있어 이글의 작성자가 향반이나 아전, 서리와 같은 鄕村의 士民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禁癬方法에는 피부 癬症을 그치게 하는 민간요법이 적혀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큰 붓으로 먹물을 묻혀 환처에 묵점을 찍고 “魚呑癬, 癬呑魚, 魚癬相呑, 幷絶絶”이라는 주문을 3×7=21회 외치는 것이다. 아마도 물고기[魚]와 생선[鮮]이라는 글자의 類感에서 비롯된 주술법으로 보인다. 비슷한 방법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 안질에 물고기 3마리를 머리를 겹치게 그리고 물고기 눈 중앙에 침을 놓아 기양하는 법이 있다.

또 丹毒文에서는 “風丹毒, 胎丹毒, 太(콩)丹毒, 豆(팟)단독, 菉豆丹毒, 米(쌀)丹毒, 麥(보리)丹毒, 木麥(밀)丹毒, …… 十二丹毒, 將帥중의 將帥令, 卽日出行, 不擇方所, 率去速去, ……”라고 단독의 형태나 색깔, 그 원인을 비유하여 노래함으로써 질병을 초극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여 우리 민족 정서에 내재된 인간의 질병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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