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6>-『醫生試驗文』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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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36>-『醫生試驗文』①
  • 승인 2016.07.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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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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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定傳染病 앞세운 新醫學 교재


일제강점기 醫生이라는 명칭으로 격하된 전통의학 지망생들은 소정의 양의학 지식 습득 과정을 거쳐야만 했고, 의생시험이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강요받았다. 특히 1923년 의생규칙을 개정한 이후로는 限地의생이라는 활동지역이 제한된 자격을 주었다. 그들은 한방의 다양한 치료법 보다는 오히려 기초적인 양의학지식을 토대로 전염병 관리나 1차 의료의 최전선에 발 벗고 나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열악한 것이었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당시 상황을 전해주는 의생시험 대비용 서적으로 당시에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던 강의교재를 일부 발췌하여 등사한 것으로 보인다.

◇ 『의생시험문』

의학도 개인이 自學 학습용으로 등사한 것인지라 두툼한 겉표지에 여러 겹을 꼬아 만든 실끈으로 단단하게 매어둔 전통방식의 선장본의 모습에서 수험공부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표지에는 서명과 아울러 작성일시가 ‘昭和十年’ 즉, 1936년으로 명기되어 있고 ‘醫學’이라고 큰 글씨로 쓴 제자가 중앙에 적혀 있다. 이와 함께 ‘醫學試驗文’이라 적은 표제, 그리고 ‘新醫學篇一卷’이라고 쓴 권차 명이 한 면에 모두다 함께 들어 있다. 등사자 혹은 소장자로 보이는 이름이 보이는데, ‘金鶴琪文’이라고 밝혀져 있어 이 책을 발췌, 등사한 당사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의 第一장은 ‘傳染病學之部’(附豫防及消毒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전문은 한문투에 한글 토씨, 그리고 일본어 가타가나로 적은 음차명이 혼용되어 있다. 또 본문 곳곳에 붉은색의 펜으로 옆줄을 그어 강조한 것으로 보아 아주 실전적인 학습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1장 제1항은 다음과 같은 문항으로 시작된다. “法定傳染病과 非法定傳染病은 何인가” 이로 보아 전염병에 대한 병리적 소견이나 의학적인 견해보다는 위급한 법정전염병을 가려내어 격리시키기 위한 조처가 우선임을 짐작케 한다.

1번 문항의 하위 단에는 이러한 당시 실정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해주고 있다. “법정전염병(十種傳染)은 국가의 권력으로서 법률로 제정하야 자유를 抗制하고 强制로 取締하는 것으로 傳染率, 危險率이 多한 急性傳染을 云함이니 此을 類列하면, …… ” 여기서 말하고 있는 법정전염병이란 장티프스, 파라티프스, 赤痢(疫痢), 콜레라, 디프테리아, 流行性腦脊髓膜炎, 猩紅熱, 痘瘡, 發疹티프스 등으로 오늘날에도 주의가 필요한 전염병 관리대상 질환이다.

2번 항목 역시 “法定傳染病을 擧하고, 其病原體를 기하라.”고 적혀 있다. 이 항목에도 법정전염병의 명칭이 10조나 열거되어 있는데, 각각의 병원균에 대해 발견자와 발견한 해가 기록되어 있어 역사적인 시각을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급성 이질 설사를 일으키는 赤痢菌은 1898년 일본인 志賀씨가 발견했고 페스트균도 역시 1894년 일본인 北里씨가 발견했음을 기록해 조선총독부에서 자국인의 기여도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타 법정전염병중 發疹하는 종류, 腸을 범하는 종류, 발열의 종류 등이 정리되어 있고, 이어 각 전염병에 대해 상세 설명이 이어지는데, 특별히 우리말 병명(여기서는 鮮名 혹은 俗名으로 표기)이 병기되어 있어 흥미롭다. 예컨대 콜레라는 鮮名이 怪疾이라고 적었고 속명은 ‘쥐통’이라고 하였다. 또 赤痢에 대해서 鮮名은 痢疾, 疫痢 그리고 속명은 ‘배피’라고 적었다. 같은 방식으로 장티프스는 ‘瘴感傷寒, 옘병’, 痘瘡은 ‘疫神, 時痘’ 그리고 속명은 ‘마마’, 猩紅熱의 鮮名은 ‘陽毒’, ‘洋毒’, 그리고 페스트에 대한 鮮名은 ‘黑死病’이라고 적었다. 이렇듯 동서양의 전염병에 대한 병명을 대조해 놓았지만 그 대처법은 사뭇 서로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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