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4>-『鍼灸受驗基本問題詳解』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734>-『鍼灸受驗基本問題詳解』①
  • 승인 2016.06.24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근현대 침구학 발전의 길목에서


근현대 침구학 교육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역사자료이자 교육 참고자료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명은 『침구수험기본문제상해』, 책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아마도 의생자격 검정시험이나 침구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의학생도들을 위해 꾸며진 수험 대비서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전본에는 이러저러한 출판배경이나 혹은 역자나 편집자의 설명이 실려 있지 않아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침구수험기본문제상해』

부득이 책 뒤편에 실린 판권부를 살펴보니 ‘鍼灸受驗基本問題詳解/ 柳谷素靈 원저’ 그리고 이와 함께 ‘송영민 역, 이태호 발행’이라고 적은 저작사항이 밝혀져 있다. 1965년 행림서원에서 처음 펴냈으니 이 책이 나온 지도 어언 반세기가 지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표지는 다소 퇴락하고 변색되었지만, 아주 단순하고 추상적인 도형 몇 개를 그려 넣은 표지 그림이 무척 편안하고 친숙해 보인다. 뒤표지에는 杏林이라는 한자로 된 명칭을 도안으로 삼은 출판사 마크가 한가운데 배치되어 있다.

서문은 없고 속표지 다음에 곧바로 목차가 등장하는데, 전문은 전9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편 해부학을 필두로, 생리학, 병리학, 위생학, 증후개론, 한방개론, 침이론, 구이론, 치료일반까지 도합 9편이다. 각 편의 구성은 적은 곳은 40여 문항으로부터 많은 곳은 69문항에 이르며, 대개 50~60문항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어 제법 짜임새 있는 체제에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전문은 모두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 형식의 문항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응답 형태로 싣고 있어, 철두철미하게 묻고 답하는 전형적인 고전기술 방식을 닮아 있으며, 수험대비서로서의 접근하기 쉬운 체제를 채택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특히 본문 전반부의 앞쪽에 해부, 생리, 병리, 위생학 등의 학과를 내세운 것은 아마도 당시 해부위생 지식을 토대로 전통의학을 개량화시키려고 획책한 일제치하 식민지 전통의약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해방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었으며, 특히 이 교재가 일본의 침구의학자인 야나기 소레이(柳谷素靈, 1906~1959) 원작을 번역한 것이기에 더욱 이러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작자 柳谷素靈은 어떤 사람인가? 오래 전부터 이 글을 읽어 온 독자라면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사라진 조선침법의 일면을 간직하고 있었던 『藏珍要編』이라는 침구경험서를 소장하고 있었던 일본 침구학자라고 소개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장진요편』의 원작은 조선 사람 松又溪로 되어있지만 자세한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고 다만 지금의 경남 합천 땅에서 세거하던 조선인 침술가였던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바로 이 『장진요편』의 寫本을 柳谷素靈이 소장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1957년 初譯한 내용을 미처 출판하지 못한 채, 이듬해 56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원고는 그의 유품이 되어버렸다. 그 뒤 후인들이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하여 1988년 겨우 책으로 꾸며져 나오게 된 것이었고 이 일본어역본을 보고 필자가 진즉 이 코너에 소개한 한 바 있다.(157회, 天稟과 氣質을 우선한 秘傳鍼法 - 󰡔藏珍要編󰡕 / 2003년5월19일자)

조선 말엽 비전의 침법을 전했던 조선침술서, 그리고 이 책을 오랫동안 소장하고 초역했던 일본인 학자, 그리고 그가 쓴 침구학 수험서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었으니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은 학술교류의 이면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