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3> - 『和漢名數大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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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33> - 『和漢名數大全』 ②
  • 승인 2016.06.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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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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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교역과 朝鮮産 藥材의 성가


지난 호에 미처 다하지 못한 채, 넘긴 조선 약재의 성가에 대해 적어 놓은 본문 대목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비록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醫家第十’의 ‘日本誤用藥品’조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중이 있으며, 동아시아 약재교역의 역사에 있어 커다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화한명수도회』

무엇보다도 먼저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인삼 조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기록되어 있다. [人參] “自朝鮮, 及中華來, 其價貴, 俗醫所代用, 其亦多矣.” 이것은 당시 인삼이 너무 고가로 거래되어서 時俗의 의원들이 흔히 다른 약재로 대용하곤 한다는 실상이 지적되어 있는데, 이 문제는 곧바로 일본 내에서 인삼의 僞品이나 유사품 유통이 만연하고 있었다는 사실로 이어지게 된다.

또 “如沙蔘, 其形狀性味相似, 故張潔古, 取沙參, 代人參, 今欲 代用, 唯取沙蔘, 而可也.”라 하였는데, 대충 내용을 풀어보자면, 여러 가지 대용 약재 중에서 오직 사삼은 형태나 성미가 유사하고 潔古 張元素같은 명의가 이미 오래 전에 인삼 대신 사용한 전례가 있으므로 대용품으로 오직 유일하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다른 약재들은 인삼을 대체할 수 없으며, 특히 당시 통용하던 竹節人蔘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맛이 쓰며, 비록 산채품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원기를 쏟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인삼처럼 원기를 크게 보충할 수 있는 효력이 없으니 절대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지이다.(其餘諸品, 並勿代用. 就中俗醫, 用有節而苦者, 竹節人蔘, 生乎山中近水處, 其苦味, 可滲泄元氣, 愼而勿用之.)

당시 일본인들은 인삼 한번 먹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일 정도로 열망하였다고 한다. 인삼에 대한 과소비 열풍을 막기 위해서 의학자들까지도 인삼의 효용을 과신하지 말도록 비평을 가하곤 하였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함부로 인삼을 대용하는 일에 대해 우려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에 담긴 사실성과 저자의 학문적 양식을 신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어 五味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自朝鮮來者, 眞有五味, 可用.” 위의 언급을 살펴보면 아예 조선에서 산출되는 오미자만이 진정한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약재로 쓸 수 있다고 명확하게 단언하고 있다. 또한 조선산 오미자에 대해 “의약서에서 ‘요동오미자’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醫書, 所謂遼五味子, 是也.)”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언급은 『본초강목』을 깊이 연구하여, 일본 본초학의 걸작 『大和本草』를 저술한 저자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또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산 오미자에 대해 품질의 상하까지 논의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오미자가 품질에 있어서는 차등품이며, 일본에서 생산되는 것은 맛이 너무 쓰기만 할 뿐이고 수렴하고 자음보폐하는 공효가 없기에 도리어 정기를 빼앗아 쏟아내 버릴까 두려우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自中華來者, 次之. 産本邦者, 味偏苦而已, 不可有收斂滋補之功, 恐却滲泄精氣, 不可用.”)

일본산 오미자를 맛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쓴맛만 남아 있고 달고 신맛은 느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외에도 細辛, 白附子, 海松子, 蕪荑, 免絲子 등 수 많은 약재들이 이 땅에서 나는 특산품으로 우수한 약효를 자랑했건만, 오늘날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던 약재들이 점차 사라지고 오로지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일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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