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칼럼] 유교와 중의약의 세계화 : ‘중국 꿈’ 실현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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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칼럼] 유교와 중의약의 세계화 : ‘중국 꿈’ 실현의 열쇠
  • 승인 2016.06.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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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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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 시계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왕조순환사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 스스로의 관점에서 본다면 ‘공산당’ 왕조의 최전성기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마오쩌둥의 혁명과 개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흑묘백묘’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노선을 지나 ‘중국 꿈’의 실현을 기치로 내세운 시진핑 시대 중국은 새로운 ‘중화제국’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이 민 호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표준기획팀
책임연구원

그렇다면 ‘중국 꿈’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정책 혹은 방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최근 중국 정부는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새로운 실크로드 구상, 곧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가 ‘대국굴기’의 수단으로 새롭게 육·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고 한 것은 역사적으로 육상 실크로드를 개척했던 한(漢) 무제(武帝) 시대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지나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탐험했던 명(明) 영락제(永樂帝) 시대와 비슷한 역사 단계에 와 있음을 알린 것이라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데에는 그다지 큰 장애물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 중국을 출발한 기차가 이란의 테헤란에 도착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하지만 해상을 통한 세계진출은 쉽지 않다. 미국과 일본 등의 견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반대와 견제를 무릅쓰고 각종 인조물과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해상 돌파를 위한 그들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한(漢)대에 서역으로 가는 요새인 ‘하서주랑(河西走廊: 간쑤성의 란저우(蘭州)에서 둔황(敦煌)에 이르는 900킬로에 달하는 길)’을 차지하기 위해 흉노족과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던 것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서는 비단이,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서는 도자기와 차 등이 세계에 전해졌다. ‘세계의 공장’을 자임했던 최근 수 십 년 동안에는 수많은 중국 제품이 이 길을 통해 수출되었고, 이는 중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상품 수출만으로 중화제국의 부활과 ‘중국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이에 중국은 서구가 비서구사회를 침략할 때 사용했던 기독교와 과학문명처럼 ‘유교’와 ‘중의약’을 세계진출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5.4신문화운동(1919년)’과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 중국 역사 발전을 가로막은 원흉으로 지목되어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유교는 개혁·개방 시기 현대화와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덩샤오핑 시대에 이르러 다시 부활했다. 공자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여 유교와 공자사상이 현대 서구문명이 초래한 각종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오쩌둥 시기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 등 선교사들의 활동을 ‘제국주의의 선견대’라고 비판했던 중국은 중화주의의 부활과 세계제국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유교와 공자사상을 세계에 전파하려 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자아카데미’는 유교 전파의 ‘선견대’라 할 수 있다. 작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공자아카데미’를 찾아간 것은 이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유교를 세계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전통 중의약의 세계화이다. 지난해 중국중의과학원의 투유유 연구원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절대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 주도 아래 추진하고 있는 중의약의 세계화 사업은 오랜 기간의 계획 수립 과정을 거쳐 최근 뚜렷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중의약 서적인 『황제내경』과 『본초강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중의 침구’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킨 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중의약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WFCMS)’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를 중심으로 중의약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중국 꿈’ 실현을 위한 ‘두 개의 100년(2021년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목전에 둔 21세기 10년대 중국, 그들은 중화제국 부활의 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까? 역사의 전환점에서 세계 진출의 통로인 남중국해의 해상권을 장악하는 것과 유교와 중의약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느냐가 해답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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