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漢字가 아니라 韓字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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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漢字가 아니라 韓字로 바꾸자!
  • 승인 2016.06.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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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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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http://


글자 전쟁


弔와 畓의 공통점은?

김진명 著
새움 刊

바로 중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한자라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弔 대신에 吊를 써서 대문 앞에 걸고, 논을 표현할 때는 畓 대신에 水田을 쓴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글자 전쟁』의 저자 김진명은 중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통용되는 글자가 있다는 사실로 한자가 한국에서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생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소설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 한자가 만들어진 은나라는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이 세운 국가이므로 韓민족이 한자를 창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만 정권 시절, 당시 문교부장관이었던 안호상 박사가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을 만났을 때 우스갯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놓아서 우리 한국에서 한글전용과 한문혼용으로 분열되어 문제가 많다!’ 그러자 임어당이 놀라면서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라고 경멸하듯이 말했다고 한다.(『글자 전쟁』 296쪽~297쪽 참조) 이는 우리의 한자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지금도 한자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어서 한자는 중국의 글자이므로 한글만 써야 한다는 한글 전용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글과 한자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병용론자들도 있다. 얼마 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두 주장을 펼치는 학자들끼리 갑론을박 논쟁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 책은 한자의 기원이 동이족에 있다는 소설을 쓰려는 소설가(킬리만자로)가 중국에서 피살된 것을 목격하고, 그의 유품으로 남겨진 노트북에서 유고를 읽으면서 차차 한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가는 무기거래상(태민)의 변화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방식과 긴장감으로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한자의 기원은 은나라 시대 갑골문에서 시작되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은나라를 한족이 세운 나라로 바꾸었기 때문에 한자가 한족이 만든 글자로 둔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없는 조상할 弔(조)와 논 畓(답)이란 글자가 한국에만 있고, 집 家(가)에서 집안에서 돼지를 키우는 풍습이 동이족에만 있었던 것으로 작가는 韓민족이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신라 시대나 고려시대 쓰인 이두 문자는 한자의 음을 달았던 발음 기호이며 세종대왕도 발음기호가 대중들에게 너무 어려워 한글을 창제하여 발음기호로 삼았다는 것이 작가를 포함한 한자의 韓민족 기원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의견이다.

필자가 모 대학 중문학과 다니던 시절이었다. 강좌를 듣던 중 중국어 교수에게 지금 한국의 한자음이 고대 한자의 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한자의 고대어 연구를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한국은 옛 것을 버리지 못하는 고지식한 나라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한자의 고대음과 글자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자의 韓민족 기원설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자가 동이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동이족이 현재 한국 민족의 조상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일부 소수 민족의 조상이기도 하므로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작가가 많은 자료를 모아 스릴러 영화처럼 긴장감 속에서 주장하는 것이기에 실감이 났고 한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한자의 기원에 대한 역사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이후에 한자를 우리글 속에서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 표준화된 글자와 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잘 보존한 우리의 글자인 한자가 역사적으로 인정받고 동북아의 표준화된 언어로 지정되어야 한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이다. 한의학의 중국 기원설, 동이족 복희씨 창안설 그리고 침의 한반도 기원설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한국 한의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역사적 사실을 통해 한국 한의학의 기원을 정확하게 밝히고, 한의학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밝혀서 중국의 중의학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값 1만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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