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생각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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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생각해 봤어?”
  • 승인 2016.05.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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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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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저자는 부모의 남다른 교육관에 다른 교육을 받아왔다. 초등 2학년 때 휴학하고 가족과 1년간 세계여행을, 중1때 또 휴학을 하고 가족들과 두 번째 세계여행을 다니며 1년 동안 50여 개국을 돌았다. 그 후 돌아와 여러 대학에 지원했으나 다 떨어졌다. 궤도를 이탈해 왔지만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옳은 길이며 후회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인트존스 졸업생인 저자는 4년 동안 세인트존스에서 공부법을 한국인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준다. ‘진짜 배움을 얻는 법’,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법’ 등에 대해 그리고 이런 교육이 가능케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어 출간했다고.

조한별 著
바다출판사 刊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배우는 학습공동체인 세인트존스. 강의와 수업 대신 100% 토론으로 교육하고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자신만의 공부법 습득하게 하는, 수업 중 말을 하지 않으면 의지부족으로 판단되어 제적도 가능한 대학. 주는 수업도 아닌, 받는 수업도 아닌 스스로 닦는 수업修業이다. 교수 대신 튜터가 있고 꾸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이 있다. 학교의 핵심 커리큘럼은 고전 100권을 읽는 것이며, 철학과 역사 같은 인문학은 물론이고 언어와 음악 심지어 수학과 과학도 고전을 통해 배운다. 튜터는 함께 공부하며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비판하고 충고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의견 공유를 통해 좋은 토론을 유도한다.

각 장에서 세인트존스의 대표적인 특징들과 고전 커리큘럼 안에 세인트존스식 배움의 핵심인 중요한 요소들, 책으로 하는 공부 외에 다른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학교의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학교는 고전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관조나 명상을 통해 자신만의 견해를 갖도록 지도하며 토론을 통해 대화의 질 향상이나 다양한 시야 확보를 갖도록 하며 스스로 질문을 정하고 답을 찾으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에세이 작성법을 단련시킨다. 결국 정보를 습득하는 고전 읽기에서 토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가치관의 정리를 글쓰기를 통해 이룬다. 학생들 평가는 병 주고 약 주는 튜터들의 공개 뒷담화, 돈 래그(Don Rag)로 학생이 보는 앞에서 담당 튜터들이 모여 학생에 대해 평가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상상 속의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의 차이를 알고 나면 충격을 받기도 즐거워지기도 한다. 학생을 앉혀놓고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튜터들이 모여 앉아 그 한 명의 학생에 대해 자기들끼리 얘기를 한다. 예를 들면, “이 학생은 내 수업에서 만날 아는 척만 해요” “아, 그래요? 그 학생, 내 수업에선 늘 졸기만 하던데?” 주인공인 학생은 그 자리에 있음에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기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자신이 냉정하게 점검된다.

저자는 고전은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생각하는 책이다. 해서 고전은 ‘읽어봤어’가 아니라 ‘생각해 봤어?’ 라고, 묻는 게 정확한 질문이라고. 두 시간 생각해봤는데 다시 읽고 더 생각해보고 싶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학습하는 법은 스스로 공부하라. 무언가 읽고 생각하라. 토론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라고 한다.

세미나가 세인트존스 커리큘럼의 장남이라면 과학 실험(LAB)과 수학은 쌍둥이 동생쯤 되겠다. 수학 수업이 인간의 순수 이성을 사용해 우주와 인간을 공부하는 시간이라면, 과학 실험 수업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땅과 자연, 동물로서의 인간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즉 체계적이고 세심한 공부습관, 집요한 토론과 글쓰기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세미나 수업을 보완해주는 것이 언어, 수학, 음악, 과학 실험 튜토리얼이다.

영어로 하는 세인트존스의 독서, 토론, 작문편에서 가장 좋은 말하기는 질문하기다. 질문에는 주제를 정리하는 정리질문,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하도록 하는 요구질문, 내가 더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으로 돌아가는 유도질문, 들은 내용을 내 문장으로 정리하는 따라 말하기 질문이 있는데, 네 가지 질문을 종류별로 하면서 양념을 뿌리듯 내 의견을 첨가해주면 된다고. 이 내용들은 세인트존스에서 토론 수업을 통해 배운 중요한 말하기 방법들이다. 이 방법만 익혀도 토론이 아니라 평범한 대화를 하더라도 말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거라 믿는다. 영어 말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공감하고 반박할 줄 아는 소통의 능력이다. 이 질문하기 방법들은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 자세가 갖춰져 소통이 되기 시작하면 대화가, 토론이 재미있어진다. 조금씩 질문에 내 의견까지 덧붙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말하기 실력은 훌쩍 향상돼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 장으로 내가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것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한계와 정정당당히 마주하게 하고 그 한계를 인정하게 하는, 이후 한계에 도전하고, 실패 혹은 성공하기도 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게 하는, 결국에는 학생 각자가 자기만의 배움을 찾도록 하는 학교가 내가 경험한 세인트존스다. 이것이 세인트존스가 원하는 교육 목표, 스스로 학습(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결국 내가 배운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무엇을 가치있게 여기고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나를 알아가기 위한 스스로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책, 신문 영화 외에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사건을 통해서까지도 배울 수 있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내 가치관을 하나하나 확립해가면서 세상과 나를 연결시키는 공부를 시작할거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전과 토론 그리고 자율, 진짜 생각하기 등등으로 다시 한 번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텍스트이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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