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시평] 보험한약제제는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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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보험한약제제는 변신중!
  • 승인 2016.05.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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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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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한약 제약산업 재도약 계기 되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보건복지부고시 제2016-44호로 4월 1일부터 기존의 혼합단미엑스산제 뿐만 아니라 알약 형태의 정제와 짜먹는 연조엑스 형태의 단미엑스혼합제를 건강보험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를 개정 고시했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그리고 이에 따라 지난해에 허가받은 신규제형 7품목이 급여목록에 등재되었다. 신규 7품목(연조엑스 4종, 정제 3종)은 ▲정우반하사심탕연조엑스 ▲정우이진탕정 ▲정우황련해독탕정(이상 정우신약) ▲한풍오적산연조엑스 ▲한풍평위산연조엑스(이상 한풍제약) ▲함소아보중익기탕연조엑스 ▲함소아생맥산정(이상 함소아제약)으로 3개 제약회사의 7가지 처방이 제형변경되어 보험급여되는 것이다.

감회가 새롭다. 1987년에 한의건강보험이 도입된 이후 30년째가 되는 올해 드디어 한약제제 제형다양화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성과는 한약진흥재단의 한약제제 제형현대화사업에 힘입은 바 크다. 한약제제 제형현대화사업은 한약진흥재단의 전신인 한국한방산업진흥원에서 80억원(국비 40억, 대구시 20억, 경상북도 20억)을 들여 2012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5년간 한약 탕제와 약효가 동등한 현대적 제형개발로 한약제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다.

첫해인 2012년에는 일반(OTC) 한약제제의 정제, 캡슐제, 과립제, 발포제 등 제조공정의 표준·현대화로 부형제량을 최소화하는 공정을 개발하였으나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제형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구내용이 변화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첫해 연구사업 후 평가에서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일반의약품 한약제제의 제형을 혈세를 들여 다시 연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을 받음에 따라 과제의 방향을 수정하기 위해서 주관부서인 복지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미 첫해에 개발한 복합제제 한약제제 제형들을 보험급여에 반영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약사회 대표의 반대와 퇴장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 때 보험제제의 단미엑스제를 혼합하는 형태를 그대로 두고 제형을 연조엑스제 등으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본인의 제안으로 회의가 급물살을 타고 과제의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세금을 투입한 연구가 수행되고 3년이 지나 올해 그 열매가 맺게 된 것이다.

사실 큰 변화는 아니다. 단미엑스산제는 ‘단미엑스제제’로, 혼합엑스산제는 ‘단미엑스혼합제’로 각각 가루약으로 제한하던 ‘산’자가 빠진 것 뿐이다. 그러나 이 작은 변화의 결과로 산제뿐 아니라 다양한 제형들이 보험에 등재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30년간 혼합단미엑스산제로 꽉 막혀 정체되었던 보험제제를 변화발전시키는 것은 희망만으로 되지는 않았다. 고시를 개정하고 조정역할을 한 보건복지부, 품목허가를 내준 식약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올려 심의를 한 심평원, 과제를 만들고 수행한 한약진흥재단, 개발에 참여한 제약회사, 한의사협회와 한약사협회 등 관련 기관이 모두 협조하여 이루어낸 성과이다. 어떻게 해도 옴짝달싹을 못한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가 우리가 같이 노력하여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

어렵게 얻은 성과인 만큼 한의사들의 반응도 뜨겁기를 기대해 본다. 당장 환자들은 지금까지 보험 가루약을 물과 함께 복용하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례로 황련해독탕 정제는 쓴맛을 느끼지 않고 쉽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으며 보중익기탕 연조엑스는 휴대도 간편하며 소아나 노인들이 복용하기에 더 좋을 것이다. 앞으로도 캡슐제, 발포제등 연구개발된 제제들이 더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보험제제의 변신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심평원은 방치되어 왔던 한약제제 보험 활성화를 위해 2013년 ‘한의보험용 한약제제 표준화 및 상한금액 현실화’를 통해 기등재된 한약제제의 구성 및 함량을 기성한의서에 근거해 정비하였고 지난 2014년에는 ‘보험급여 한약제제 기준처방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한방 진료현장에서 다빈도로 사용될 수 있는 기준처방 조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번 연조엑스와 정제 급여목록 등재에 이어 앞으로도 보험제제에서 다빈도 질환과 한의사의 요구처방 및 다빈도 처방 분석을 통해 56개 기준처방의 조정이 조금씩 이루어져 전반적으로 고르게 사용될 수 있는 처방들로 바뀌어 변화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방산업진흥원은 지난 2006년 설립 이래 10년만에 올해 1월부터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약진흥재단으로 전환되는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신약 개발 및 한약제제 제형 현대화 사업 △한약재 품질검사사업 △우수 한약재 재배와 유통관리 및 한의약 관련 기업체 지원 △천연물 물질은행 및 한방바이오 소재은행 구축 사업 △한방화장품 및 기능성 식품 등 한방제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여 대한민국 한의약산업의 컨트롤 타워로서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3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감기, 소화불량, 난임, 암, 치매 등 30가지 병에 대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도 한약진흥재단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제약회사는 재조정 신청을 했는데도 새로운 제형의 보험제제가 복용의 편의성은 개선됐으나 임상적 유용성 개선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기존에 등재된 동일 처방의 산제와 동일가격으로 약가가 산정된 것이 불만일 수 있으나 다행히 복지부는 향후 적정 수준의 보험수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원료 한약재 원가 분석 등을 통해 한약제제 약가산정의 기준을 재정비하고 보험제제(산제, 정제, 연조엑스)의 약가를 재평가한다는 방침이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자.

2050년에 6000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서 현재 중국의 中成藥 세계시장 수출액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약 4조원에 이른다. 일본도 대표적인 한방 보험제제 생산기업인 쯔무라제약 한 곳의 한약제제 매출규모가 1조 3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30년만의 보험제제 제형 다변화를 통해 침체기에 빠져있는 국내 한약관련 제약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등재된 보험제제의 시장성이 확인되면 다른 제약회사들도 동참하게 되고 더욱 변화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우리는 보험제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부터 보험제제가, 우리나라 한약제제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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