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무대를 지키는 조연들
상태바
열정으로 무대를 지키는 조연들
  • 승인 2016.04.29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대배우
감독 : 석민우
출연 :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

2016년 현재,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총 13편이다. 그리고 이 중 7편에 출연하면서 1억 관객을 동원한 배우가 한 명 있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천만 관객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자부심이 있을텐데 무려 7편이라는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은 가히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영광스런 배우는 ‘천만 요정’이라는 별칭이 붙은 오달수이다. 이처럼 진정 한국영화계의 대배우인 그가 <대배우>라는 영화를 통해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나서면서 대배우가 되고자 고군분튜하는 한 연극배우의 삶을 표현하게 된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장성필(오달수)은 극단 생활을 함께했던 설강식(윤제문)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 자신도 대배우가 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제는 가족들마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때 세계적인 깐느박 감독(이경영)이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면서 신인 배우 오디션을 보게 되고 이 소식을 접한 장성필은 자신의 연기를 만인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된다.

<대배우>는 오달수 뿐만 아니라 현재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연극배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유명 배우들의 삶이 워낙 언론에 많이 비춰지다보니 많은 관객들은 대다수 배우들이 모두 그들처럼 화려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꿋꿋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열정도 어느 순간 현실에 부딪히게 되고, 극중 오달수의 대사처럼 가족들이 짐으로 느껴지면서 또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연극인들이 무대가 아닌 영화나 TV로 오게 되고, 우리는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과 영화는 매체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기에 오달수처럼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다. 이처럼 <대배우>는 실제 극단 선후배였던 오달수와 윤제문이라는 두 배우를 중심으로 마치 그들이 겪었음직한 이야기를 매우 현실적이면서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대배우>는 개연성 있는 초반부와 달리 중후반부로 가면서 관객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과장된 설정을 집어넣으면서 자극시키지만 소소한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한 주제보다는 박찬욱 감독을 차용한 깐느박 감독과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섞어서 만든 설강식이라는 캐릭터, <대배우>라는 영화제목답게 출연 배우들의 연기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비록 현재는 무명일지라도 미래의 대배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연기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극중 오달수 아들의 대사가 큰 울림이 되기를 바라며, 배우들의 까메오 출연과 실제 영화 출연진들의 오디션 장면이 등장하는 엔드 크렛딧까지 놓치지 말고 보길 바란다.

비록 천만요정의 주연작답지 못한 관객수와 함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를 전해주는 영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