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23> - 『交隣須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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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23> - 『交隣須知』②
  • 승인 2016.04.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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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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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答 속에 오고간 醫藥交流


지난 호에서 임진전쟁 이후 국교를 수복하고 조-일간 평화 수복에 일익을 담당했던 조선통신사절과 함께 그들을 영접했던 대마도의 의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1668~1755)를 소개하고 그의 대표작이자 대조선 외교관으로서 자신의 오랜 동안에 걸친 경험을 담아 펴낸 조선어교본 『교린수지』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는 이 책의 판본과 구성, 그리고 간략하게나마 본문에 실려 있는 내용 가운데 의약 관련 사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 『교린수지』

본문은 일본어와 그에 해당하는 한국어 문장을 대역식으로 구성했는데, 표제어가 별도로 제시되어 있는 外務省藏板本에서는 상단에 표제어를 두고 그에 대한 예문 형식으로 일본어 가나와 한글로 된 문장을 대조식으로 제시해 놓았다. 이 책은 1703년경에 처음 간행된 이후 여러 종류의 판본이 존재한다. 초간본은 4권4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1904년 前間恭作이 京城에서 발행한 연활자판은 주제별 분류를 유지한 것 외에는 불분권 1책이다.

본문은 대략 다음과 같은 주제 항목들로 구분되어 있으나 판본별로 약간 다르다. 먼저 권1에는 天文, 時節, 晝夜, 方位로부터 頭部, 身部, 形貌, 羽族까지, 권2에는 走獸, 水族, 昆蟲, 蔬菜, 果實 등으로부터 味臭, 喫貌, 熟設, 疾病, 行動까지, 권3에는 墓寺, 金寶로부터 盛器, 織器, 風物, 視聽, 飯食까지, 권4에는 靜止, 手運, 足使, 心動, 言語, …… 雜語, 逍遙, 天干, 地支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분류 방식은 『事文類抄』같은 전통 辭書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訓蒙字會』의 배열 방식과 흡사하다고 한다.

범례에 앞서 釐正引用書目에는 『書經諺解』, 『詩經諺解』, 『四書諺解』, 『倭語類解』, 『全韻玉篇』, 『훈몽자회』, 『천자문』 등이 열거되어 있는데, 조선판본을 사용하였다고 밝혀놓았다. 이외에도 일본의 고전시가집인『萬葉集』과 함께, 의원인 寺島良安이 지은 백과전서 『三才圖繪』와 明末 李時珍이 지은 본초서『本草綱目』같은 다양한 서적을 참고하였음을 볼 수 있다.

유관내용으로 頭部에 “[頭] 머리를 차게 하면 두통이 없으니, [白睛] 흰자위에 불근 노육이 있습니다, [面腫] 면종이 대단하오.” 등이다. 또 身部에 이런 내용이 보인다. “[皮] 사람에게 피육(皮肉)이란 말은 하되 가죽이란 말은 아니 합니다, [指] 손가락에 정종(疔腫)이 났습니다. [脉] 진맥하니 맥이 매우 약합니다.”

약초에 대해 이런 것들이 보인다. “[人參] 인삼 같은 약이 세상에 없으니 과연 선약(仙藥)이 올세, [山藥] 마는 쪄도 먹고 말려 약재(藥種)도 하느니라. [朮] 삽주 뿌리는 약재도 하고 잎은 나물해 먹습니다. [桔梗] 도라지는 약재도 하고 나물도 하느니라.” 또 “[龍眼] 용안은 약재로되 그저 먹어도 무던합니다. [山椒] 천초는 침채에도 넣고 골동밥에도 넣습니다.”(이상 필자 윤문 표기)

질병에 대해서는 권2에 별도 항목을 두어 많은 용례를 다루고 있는데, 病, 痛, 疲로부터 중풍, 소갈, 현훈, 사시 등과 같은 갖가지 질병명과 함께 救病, 調攝, 侍病, 宿病, 回春과 같은 관련어 주제도 수록해 두었다. 예컨대, “[脚麻] 다리가 저리니 바람증(痛風)인가 싶습니다, [時病] 염병은 전염하매 무섭습니다, [痲疹] 홍역은 언제 했는지 모르는 아이도 있더라.”등과 같은 조문이 보인다.

또 교유에 자주 등장하는 속담이나 얘깃거리도 보이는데, “[瞽] 소경의 단청 구경이 올세, [經水] 경도(經道)가 순하여야 잉태(懷胎)를 잘한다 합니다, [矮子] 난장이를 춤을 추게 하고 보니 우습다, [癡] 어림없는 놈을 그리 조롱하지 마십시오.” 등이다. 아픈 곳을 묻고 약초를 찾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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