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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알파고와 한의약
2016년 04월 01일 () 09:57:11 김윤경 mjmedi@mjmedi.com


이제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컴퓨터가 어떻게 인간이 만든 게임중 가장 복잡하다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겠냐고 생각했었던 우리는 마치 인간처럼 판세를 예측하고 최선의 수를 두어 이세돌 9단에게 4번이나 승리한 알파고에게 경악했으며 대국이 끝날 때쯤엔 반대로 어떻게 사람이 컴퓨터처럼 수를 읽고 알파고를 이기겠냐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알파고를 탐구하여 값진 1승이라도 일궈낸 이세돌 9단의 ‘인간승리’를 고마워하게 되었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이 충격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인간에게 승리할 수 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1997년 IBM이 딥블루를 개발하여 체스에서 세계 챔피언에게 승리한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2011년에는 인공지능 왓슨이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에게 승리했었다. IBM은 이 왓슨을 의료분야에서 교과서와 논문, 영상자료등으로 계속 학습시킨 결과 2014년에는 암 진단정확도가 82.6%라고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하였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단편 소설이 문학상을 1차 통과했다는 소식도 들리며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공지능 트위터는 인간들의 악플과 욕설을 배워 하루도 안되어서 철수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알게 모르게 이미 생활 속에도 들어와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사진을 올리면 사진들 속에서 사물들과 인물들을 구별해 내고 얼굴을 인식하여 이사람이 누가 맞느냐고 태깅을 하고 어떤 차종은 인공지능으로 차선을 인식하고 위험시 자동제동을 하여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한다.

 
알파고의 경우 2015년 10월 유럽챔피언 판 후이를 꺾었을 때만 해도 그 때의 기보가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알파고는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인간이 천년간 학습할 분량을 학습하여 인간 최고수를 이기게 되었다!

알파고는 많이 알려진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무작위 시뮬레이션)과 딥러닝(여러 개의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기계학습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주의 원자수보다 경우의 수가 많다는 바둑처럼 복잡한 게임에서 효과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매번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한 모든 기보들이라는 대용량 데이터에서, 이를 관통하고 있는 승리전략을 스스로 학습하여 매상황에 적용하여, 표본을 추출해 시뮬레이션하여 승률이 가장 높은 곳에 착점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과 학습을 최대한 배워서 따라하여 인간처럼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을 이긴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회사의 대표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어디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진출할 분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의료분야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6개 중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로봇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등으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3위는 콘크리트공, 정육·도축원, 고무·플라스틱제품 조립원 등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직종이었지만 일반의도 55위로 높은 편이었다. 알파고처럼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질병 진단과 약 처방 등에서 일반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정보를 다 아는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혈액검사나 병리, 영상검사로 질병명을 찾아주는 진단이나, 진단이 나온 후 적합한 약을 처방하는 것은 데이터만 입력해주면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알파고가 나오기 전부터 의료분야에서는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60만건의 진단서와 150만명의 환자기록, 전문서적 등을 학습하며 연구되어 미국 뉴욕 MSK 암센터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암진단 및 치료법을 조언하고 있었다. 데이터만 축적되어 있으면, 정해진 문제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한의학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단일 리니어 모델을 연구하는 수준에서 최근 오믹스의 발달로 시스템 생물학이나 네트워크 사이언스가 발달하게 되면서 MCMT (multi-compound, multi-target)의 한의약을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한의학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것은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의 경우는 사실 한의학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측면이 많았다. 알파고가 학습한 바둑의 기보처럼 이런 대용량의 정제된 데이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사실 과거의 기록인 의서들은 있지만, 현대의 진단과정에 대한 정보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고, 치료효과나 예후에 대한 자세한 기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방이나 침구 치료법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를 보고 나니 딥러닝이라면 인공지능도 한의학에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현재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는 없지만, 만약 알파고를 검증된 1000명의 명의 한의사에게 붙여서 수년간 이들이 수십만명의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 치료처방을 정하는 과정, 환자의 예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꼼꼼하게 수집하게 하면 어떨까.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모두 모아 딥러닝을 시킬 수 있다면 한의학이 스스로 체계화할 수 없었던 한의학의 진단, 처방 알고리즘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여 파악하여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한의학의 변증과 이에 따른 처방도 일종의 패턴인식이니, 딥러닝으로 이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알파고가 바둑에서 모두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최선의 수를 두었던 것처럼, 한의학 명의들의 데이터에서 현재의 최선의 방안을 뽑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학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의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와 영상에 의한 진단, 처방을 인공지능이 맡아준다면, 아직 한의학적 진단과 처방의 표준화와 알고리즘이 확립되지 않은 한의학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한의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진료하는 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한의학도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적극도입하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첨단 기술을 통하여 한의학의 숨은 알고리즘을 밝혀내고 치료법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의학의 과학화, 현대화에 인공지능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점점 데이터 기반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고,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는 분야와 사람들이 앞서나가게 될 것이며 이는 의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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