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란,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는 것
상태바
선이란,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는 것
  • 김진돈
  • 승인 2016.04.01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서 비평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선에 관련된 수많은 책을 보았지만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삶의 기로에서 도움이 될 유의미한 역대 화두 100개를 뽑아 나름의 촌철살인 논평을 곁들여 선문답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선가의 말들을 째거나 오리고 부수고 다시 지으며 신나게 갖고 놀았다고 고백한다. 선사들의 가르침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는 것이 본연의 정신에 충실한 것이라고 전한다.

장웅연 著
불광출판사 刊

문맥을 벗어난 선문답은 상식을 벗어난 초논리의 대화다. 언어적인 역설과 비약으로 통념의 벽을 초월해 결국, 뛰어난 혜안으로 깨달음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책은 비약과 비논리가 심한 선문답을 현대적 감각으로 쉽게 풀어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주며 타인의 말에 오래도록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말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선에도 오염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마음은 선(善)에 오염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는 정의롭다는 교만심이 악행으로 이어지고 종교전쟁이 그렇고 ‘갑질’이 그렇고 ‘구국의 결단’이 그렇다. 생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백이면 백 ‘생각한’ 생각이 아니라 ‘생각난’ 생각에서 비롯된다. 해서 생각에도 편집이 필요하며 치밀어 오르는 번뇌를 다스리는 방법은 일부러 딴 생각을 내어 집중하는 것이다. 화두를 드는 까닭도 이와 연관된다. 상대할 ‘생각’을 않는 것, 실용적 관점에서의 해탈이다.

사람은 본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여서, 서로 완전하게 어울릴 수 없다. 자주 흔들리고 곧잘 쓰러지더라도, 믿을 것은 자신의 체력과 지혜뿐이다. 당신은 그저 당신의 삶을 살면 된다. 역대 조사(祖師)들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즉, 삶의 내용을 따지지 않았고 삶의 방식에 구애받지도 않았다. 포화 속에서도 밭일을 할 수 있는 자의 마음은 겨울이어도 봄이다.

수행이란 원수의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다.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지, 라는 적개심이 저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동정심으로 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한 생각 내면 병이고, 한 생각 버리면 약이라는 초연의 극치에 도달하는 것으로 아무런 가식없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거리낄 것도 거슬릴 것도 없어진다.

어떻게 살아 있든 순간순간이 삶의 진면목이다. 남의 삶을 살려니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은 부재로서 존재한다. 남은 위험하고 나는 불안하다. 진실은 언제나 너와 나의 틈새에만 있다. 결국 오직 모를 뿐이니, 오직 할 뿐. 수처작주(隨處作主). 사랑에 상처받지 않을 원천적인 방법은, 내가 사랑하는 것이다. 입처개진(入處皆眞). 진실도 내 마음이 봐줘야만 비로소 진실이다. 외부적인 조건에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는 것. 나 자신을 믿는 것. 마음은 추스리고 몸은 닦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심이 도라는 것은 일상 속의 소소한 마음 이상의 극락은 없다는 가르침이다. 세상만사 마음놀음일 뿐이니 너무 나대지 말고 너무 쫄지도 말며 마음가는대로 여유롭게 살라. 살림이 검박하고 단조로울수록 외부적 조건과 변수에 의해 뒤틀리거나 무너질 확률이 적어지는 법이다. 마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마음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부처님조차도 결국은 남이다. 그대에겐 그대가 있다. 인맥관리 한답시고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정작 그대를 만나본 적은 몇 번이나 있는지.

삶의 길은 살아 있는 한 계속된다. 어디로든 이어지고 어떻게든 살아진다. 길을 잃었다 해서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니다. 어느 길에나 그만의 둔덕이 있고 쉼터가 있다. 오직 후회 속에서 알게 되고 절망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몇 번쯤은 인생이 부서져봐야, 그 잔해에서 진짜 인생을 건질 수 있다. 남들의 잘난 성공담을 들을 시간에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부딪히는 게 현명한 처세다.

중국의 옛 선사들인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외치면서 못나고 부족하고 모자란 나란 없다고 전해왔다. 저자는 누구나 삶의 무게를 갖는다. “눈 내리는 거리의 모든 뒷모습은 안아주고 싶다. 산다는 건 이러나저러나 견디는 것. 견딤이 쌓이면 무심(無心)이 쌓인다. 그 행복은 너무 무거워서, 남이 훔쳐가지 못한다.”면서 묵직한 행복을 제시한다.

또 중도란 균형의 길이다. 인간의 죄악은 대부분 마음의 쏠림에서 비롯된다. 해서,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과 거리를 두는 길이다. 한 생각 쉴 줄 알고 한 욕심 접을 줄 알면 이 세상 어디나 살 만한 곳이다. 인생을 무상하기에 변화를 꿈꿀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제대로 보인다. 간혹 행운이란 샛길이 나있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나 외길이다. 오직 나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며 어떻게 가든 정답이기에 홀가분하고 벅차다. 너를 괴롭히는 건 너다. 멈춰져도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다면 거기가 바로 충만한 현재이며 보장된 미래다.

모든 생명은 시간성과 육체성을 초월할 수 없다. 존재는 절대적으로 고독하다. 아프고 아쉽지만 누구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다만 독존(獨存)이란 실존을 흔연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독존(獨尊)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혼자 버려졌을 때에도 잘 놀 수 있다. 불쑥 찾아온다고, 저승사자를 원망할 일이 아니다. 살아서의 모든 시간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꿈은 삶을 빛나게 해주지만 그 빛에 눈이 멀 수도 있다. 가장 보잘 것 없으나 가장 소중한 음식이 맹물이듯 공기는 비어 있으나 꽉 차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적인 생각은 생명체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밑천이요 무기다. 깊고 오랜 생각은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의 질서를 잡아준다. 힘들어도 생각해야 하고 아플수록 생각해야 한다. <값 1만3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