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 수고했어 오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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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수고했어 오늘도 ♬
  • 승인 2016.03.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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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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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뇌 속의 재잘거림. ‘이러면 어쩌지?’ ‘TV에 나오는 저 사고가 나한테, 우리 가족에게 생기면 어쩌지?’ ‘TV에 나오는 저 의사양반들 말 들어보면 나도 저병 같아’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마음 속 재잘거림의 실체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현재 대한민국은 불안을 아주 creative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내고 있다. 불안을 비롯한 대부분의 걱정꺼리들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혹은 뇌 속에서 계속 재잘거린다. 이런 뇌의 기능을 직접 몸으로 체험한 뇌 과학자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다. Ted강의 전체 누적 조회 수 2위를 차지한 유명 강사이자 하버드대 뇌 과학자이고 <긍정의 뇌>라는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몸에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몸에 힘이 빠지고 꼼짝도 못했다. 눈앞에 있는 전화기로 다가가 구급차를 부르는 데만 30분 가까이 걸렸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녀는 뇌 과학자였으므로 자신의 좌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순간 그녀는 기분이 어땠을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좌 뇌의 기능이 All-stop되는 순간 그녀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느낌을 느꼈다. 심지어 저자는 “우와 이거 멋진데! 그 순간 나는 황홀한 마비에 빠졌어. 굉장한 느낌이야”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미쿡 사람 특유의 타고난 유쾌함일까? 뇌 과학자인 저자가 이 무슨 희한한 말이지?

위기의 순간에 이런 감정을 느낀 이유는 우 뇌와 좌 뇌의 기능적 차이에 있었다. 우뇌는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한 느낌>을 담당한다고 한다. 반대로 좌 뇌는 인생에서 경험한 심적인 외상을 바탕으로 다시금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걱정과 염려: 사고 패턴의 고리>를 만든다고 한다. 쉽게 말해 우 뇌는 ‘지금 좋으면 장땡’이고 좌 뇌는 ‘타고난 걱정제조기’라는 말이다.

게다가 생존 본능에 따라 좌 뇌는 항상 우 뇌를 제압하고 좌 뇌 영역을 활성화 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서 우리가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항상 좌 뇌가 우세한 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뇌졸중이 와서 좌 뇌의 기능이 저하된 그 순간 오히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낀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테일러 박사는 의도적으로 좌 뇌의 활동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테일러박사가 스스로 쓰고 있는 방법은 뇌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는 순간 90초 정도는 그냥 기다려주면서 호흡을 크고 깊이 한다. 부정적 생각이라고 없애려는 저항을 할수록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스스로 좌 뇌를 향해 “나를 보호하려는 너의 능력은 높이 사지만 나는 더 이상 이런 생각이나 감정에는 관심이 없어. 그러니 이런 것들을 끄집어 내지마. 나는 기쁨과 행복을 선택할거야”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어느새 좌 뇌의 활동은 줄어들고 우뇌가 <지금 여기의 행복>을 위해 활동한다고 한다. 테일러 박사가 스스로 개발한 마법의 주문인 셈이다.

테일러 박사 외에도 인간이 우주와 하나가 되는 감정(열반이나 극도의 정신적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이 있었다.

이 때 뇌의 어느 부위가 관여하는지 알기 위해 티베트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 모아서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실을 잡아당기도록 했다. 그리고 뇌를 관찰해보니 그 순간 <좌 뇌 언어 중추>의 활동이 감소해 뇌의 재잘거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즉 좌 뇌의 활동이 줄어들수록 인간은 정신적 행복감을 느끼고 몰입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뇌를 ‘우주와 통하는 길’ ‘평화와 행복을 만드는 영역’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처럼 우뇌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길임을 알지만 우뇌 활성화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상과 마음 상태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한 일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뇌 활성화 방법으로 <감동>을 제안하고 싶다. 남상천 선생의 저서 <경락학 원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에는 ‘뇌의 보윤(補潤)작용을 위해서 감동을 주거나 감동을 받는 것이 좋고..’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스트레스로 끊임없이 혈(血)과 진액(津液)을 소모 하고 있다.

이때 우리 뇌를 촉촉이 적셔주는 것이 바로 감동이다. 좋은 음악, 멋진 그림, 여행, 사랑, 수많은 요소들을 통해 감동을 자주 느끼는 것이 우리의 우뇌를 활성화 시키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스님들은 명상과 수행을 하면서 75분의 1초에 해당하는 찰나(刹那)를 느끼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의식이 과거나 미래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아두기 위해서다. 인간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곳은 <여기 지금 Here & Now> 뿐이라는 것을 불가(佛家)에서는 깊이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박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좌 뇌의 재잘거림을 최대한 줄여보고 ‘지금 여기에서의 감동’을 많이 만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불안 제조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에서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이 아닐까 한다.

좌 뇌는 잠재우고 감동은 늘여보자. 우리 조금만 더 행복하자. 이미 우린 열심히 살아왔다. 옥상달빛의 명곡 <수고했어 오늘도>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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