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작가 김진명이 파헤친 대韓민국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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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작가 김진명이 파헤친 대韓민국의 비밀!
  • 승인 2016.03.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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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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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천년의 금서」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대했다. 20대 초반까지는 읽었었지만 이후론 읽은 기억이 없으니 거의 40년 만에 소설을 손에 잡은 셈이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김진명 著
새움 刊

이야기의 전개는 서울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지난한 문제를 풀어가는 역사적 사실의 접근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국호가 어째서 대한민국인가를 추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서 조금 부끄러운 면이 있었다.

조선이란 국호가 대제국을 경영했던 고조선에서 유래하고, 고려라는 국호가 또한 대제국을 이루었던 고구려를 계승하여 지어진 이름이지만, 대한의 한(韓)은 대한제국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겨우 한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진한, 변한, 마한을 아우르는 삼한(三韓)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기에는 기존의 국명들과 비교해서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작가 김진명은 자신이 비록 역사가는 아닐지라도 소설을 통해서 이것을 차분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작가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사학자 윤내현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여러 사서들을 뒤져서 밝혀내는 역할은 순전히 작가의 몫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바탕 없이 무모하다시피 할 정도로 헤매고 다닌 작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한민족의 기원을 밝혀내는 줄기는 또렷하고 분명하다.

그러기에 오늘날 가만히 앉아서 일제 식민학자의 역사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는 우리 고대사학계를 질타하고 있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원한 일갈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우리 의사학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고대 의학사는 식민사학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저 중국에서 받아들인 의학으로만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개간되지 않은 황무지처럼 의학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조차 고대 의학사는 접근을 꺼려하는 분야가 되어 아무도 책임지고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조선시대에 매달리고 있고, 그것도 동의보감이 출현한 이후의 의학사에 매달려 있다.

그리하여 이제는 조선 중기 이후만 아니라 그 이전의 조선전기와 고려시대와 삼국시대, 그리고 고조선과 동이의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각 시대마다의 전공자가 배출되어야 할 것이다. 한 전공자가 이런저런 시대를 다 훑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시대에 따른 전공영역이 활발하게 연구되어 각 시대마다의 토론이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각 대학에서도 의사학 교실이 확충되고, 의사학 전공교수들도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양성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원적인 차원에서 각각의 시대를 연구하는 학생을 선발해 길러내야 할 것이고, 우리 개개인의 한의사들도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적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역사가 모든 학문의 꽃이요 혼이라고 한다면, 의학사는 한의학의 꽃이요 혼이며 미래인 것이다.

아직까지도 의사학 교실조차 없는 대학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는 것이며, 한의사로서 정신 나간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값 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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