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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치료기술 연구 지속하겠다”
이사람-100여 편 이상 한의학 관련 SCI 논문 발표한 최병태 생명과학자(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2016년 03월 10일 () 10:50:20 박애자 기자 aj2214@mjmedi.com


한의치료기술 연구, 양방치료기술 연구에 비해 저평가 받아

보편적 과학적 방법론 기초한 연구자 육성·연구 성과 축적 절실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100여 편 이상 한의치료기술을 포함한 한의학 관련 SCI 논문을 발표한 생명과학자가 있다. 이 생명과학자는 최근에는 동의보감을 텍스트마이닝 방법으로 분석해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은 24가지 한약재 후보’를 선별하고, 인삼·오미자·생지황이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증상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있다. 이 과학자는 최병태 교수(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다. 해부학을 전공한 최병태 교수는 부산대 한의전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의학 관련 SCI 논문을 100여 편 이상 발표했다. 이와 관련, 최병태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생명과학자면서 100여 편 이상 한의치료기술을 포함한 한의학 관련 SCI 논문을 발표했다. 한의치료기술 관련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은.

   
◇100여 편 이상 한의치료기술을 포함한 한의학 관련 SCI 논문을 발표한 최병태 교수

1997년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에 해부학 교수로 첫 발령을 받으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생소한 학문분야인 한의학을 접하게 됐다. 비록 한의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의대 소속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한의학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공인 해부학과 관련 깊은 경락 체계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경락 학설의 실제 임상 응용 분야라 할 수 있는 침구학이 그 분명한 효과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 판단하게 됐다.

여기에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침 마취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과 동경까지 더해져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한·중 신진 과학자 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한 중국 연수까지 다녀왔다. 전침의 통증조절(침 마취)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침 효능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을 이끌어 낸 북경대학교 의학부 신경과학연구소의 Han Ji Sheng 실험실에서 1년 간 연구한 것인데, 이것이 한의학 관련 연구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발표했던 주요 논문을 소개해 달라.

관심분야가 경락 및 침구 학설의 임상효과의 규명이기 때문에 많은 논문이 전침의 효능기전에 대한 것이다. 연구의 대전제는 ‘체표 특정 혈위의 자극에 따른 전신의 항상성 유지 및 임상효과를 신경해부학적으로 밝히는 것’인데, 처음에는 다양한 통증모델을 사용해 전침의 통증 조절 과정을 척수 내 기전 파악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뇌졸중, 뇌졸중 재활, 혈관성치매 등 다양한 허혈성 동물모델에까지 연구 범위를 넓혀 왔다.

그간의 연구에서 얻은 성과를 개략적으로 말씀드리면, 침 자극은 중추신경계 내 글루타메이트(glutamate) 수용체를 매개로 해 다양한 세포신호전달계를 조절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중 NMDA 수용체가 뇌에서는 기억 등에 관여하지만 척수에서는 통증조절에 관여한다. 허혈성 병이나 치매에 대한 침의 효능도 NMDA 수용체의 활성을 통한 NMDA수용체/신경성장인자(neurotrophin) 관련 신호전달의 증진 및 조절을 통해 신경세포에 대한 보호 작용을 한다.

결론적으로 침 효능의 기본 기전은 중추신경계의 흥분성 및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미묘한 조절에 의한 다양한 세포신호전달물질의 수렴과 분산의 효과라고 판단된다.

▶발표한 논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은.

항상 연구를 시작할 때는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일시적 성취감을 얻은 순간은 있었지만 크게 내세울 연구는 없는 듯 하다.

다만 전침의 통증조절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지기능개선 연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한의학 치료 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해옴으로써 한의학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일조했다고 자위한다. 그래도 굳이 기억에 남는 논문을 이야기하자면, 한방성형술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매선요법에 대한 SCI급 국제 학술지 논문이 한 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이번에 동료인 백진웅 교수(부산대 한의전)와 함께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특히 비한의사와 한의사가 오랜 기간 동안 서로의 학문에 대해 나눈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의학 원전 전공자인 백진웅 교수는 이 논문 외에도 동의보감에 수록된 내용을 분석한 여러 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헌을 연구하는 원전분야에서는 쉽지 않은 길을 새로 개척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논문의 준비, 분석 및 출판 과정에 도움이 됐다는 백진웅 교수의 감사한 인정이 비한의사로서 한의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제게는 무엇보다 값진 연구 성과 중 하나이다.

▶비한의사로서 한의치료기술 관련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의학 전공자들처럼 한의학 지식을 바탕에 깔고 있었더라면 중요한 연구 주제를 선정해 보다 효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한의학 비전공자라 우선 구체적인 연구 방향의 설정이 어려웠다. 다행히 핵심을 잘 집어주는 여러 동료 교수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극복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난관에 부딪친다.

두 번째로는 한의치료기술인 침에 대한 연구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구 초기에는 전침에 대한 논문을 투고할 잡지마저 찾기 어려웠다. 그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제한점이 적지 않은데, 이는 양방치료기술에 대한 연구가 폭 넓은 학술지 선택 기회와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 현실과 비교된다. 또 한의치료기술의 효능평가를 진행할 경우, 특정 질환에 대한 효과는 대부분 인지되지만 포지티브 콘트롤(positive control)에 비해 현저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열정을 쏟더라도 양방 관련 치료기술 연구에 비해 저평가 받는 듯해 가끔 방향 전환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한의계 화두 중 한의학의 과학화가 있다. 한의학을 과학화하기 위해 한의계와 한의협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라는 목표로 설립된 부산대 한의전의 설립 추진 때부터 참여한 제게도 한의학의 과학화는 중요한 화두이다. 과학은 과정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 외의 방법으로 얻은 지식은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한다. 즉 과학에서 실험의 역할과 지위는 생명과도 같이 중요하다. 이미 과학에 익숙한 일반인에게 한의학 고유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분명한 현실이 한의학 과학화의 필요성의 근본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의학적인 고유원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갈수록 보편화 돼가는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한 한의학 연구자(기초한의학자뿐 아니라 임상한의학자까지 포함한)의 배출이 더욱 중요하다.

한의학적 연구방법이 고도화되고 고급화될수록 한의학 기초와 임상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이에 비례해 한의학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따라서 한의계와 한의협은 ‘한의학 고유의 방법론’보다는 ‘보편적 과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연구자 육성 및 연구 성과 축적이 보다 절실한 시대적 당면 과제임을 공감하고 이 방향으로 힘을 모아 나아가야 한다.

▶한의학을 과학화하는데 어려움은 무엇인가.

과학적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왜(why)’가 아니라 ‘어떻게(how)’에 대한 답이 명확해야한다. 과학적 방법론의 주요단계는 한의학적 원리에 대한 ‘좋은 질문(good question)’을 도출해야 한다. 한의학에 대한 좋은 질문이란 ‘답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과학적 방법에 의해 초점을 분명히 집중할 수 있는’ 연구여야 한다.

그리고 한의학적 지식을 적극 활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기존 한의학적 패러다임에 안주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접근 방법에 대한 동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의학의 과학화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은.

침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노령사회의 형성에 따른 신경변성질환 및 재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한의치료기술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재활 또는 노인성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치료기술연구와 효과 증진을 위한 연구에 치중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의계에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매년 배출되는 제자들의 앞날도 걱정된다. 그러나 어려움과 시련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원동력이 된다. 한의계에 몸 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에 따라 묵묵히 노력하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면 한의학의 앞길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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