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17 - 先哲叢談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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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17 - 先哲叢談 ①
  • 승인 2016.02.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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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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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儒醫들의 人物小傳


이번 호에는 좀 색다른 책자 하나를 소개한다. 일본의 저명한 유학자들, 이른바 역대 名儒들의 전기를 기록한 책으로 원편과 후편, 속편, 그리고 年表에 이르기까지 제법 성대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구태여 의약서가 아닌데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많은 수의 儒醫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사적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성이 다소 복잡하다. 우선 전편 8권은 1816년(文化13)에 간행되었고 그리고 후편 역시 8권인데, 1829년(文政12)에 처음 간행되었다. 작자도 서로 달라 전편은 原三右衛門(호 念齋)이란 사람이고 후편은 東條信耕(호 琴臺)란 사람이 엮어서 펴내었는데, 속편과 년표 등도 역시 그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여러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전편의 작자인 原念齋는 애초에 室町幕府 이후 문신무장 가운데 一技一藝로 이름이 후세에 전해진 인물들의 傳記와 行狀, 碑誌, 家乘, 譜牒 등을 모아 100여권의 ‘史氏備考’라는 책을 엮었다고 한다. 뒤에 이것과 시문집에서 요점만을 가려 뽑아 수십 권 분량의 『先哲叢談』을 만들었으며, 훗날 다시 이 가운데 儒林部 14권중에서 분량을 줄여 교정 간행한 것이 8권으로 이루어진 통행본 『선철총담』이라고 전한다.

이때 원래 구상했던 원고의 전문을 미처 다 교정하지 못하여 간행하지 못한 채, 저자는 47세의 아까운 나이로 腦病에 걸려 죽고 말았다고 한다. 원래의 원고 안에는 桑門部(佛家), 義士를 비롯한 여러 부류 가운데 醫林部가 별도로 있었다고 하니 역대 의학자들의 생애와 행적을 살펴볼 수 없게 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후편의 작자인 東條琴臺는 어려서부터 여러 선생에게 학문을 익혔으나 원래 그의 아버지는 이름난 町醫 출신이라고 한다. 아마 이 책에 유의들이 유독 많이 포함된 것도 다소 이런 성장배경에서 비롯된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저술은 이 책 말고도 『先哲叢談序目年表』1권, 『先哲叢談續編』12권, 『儒林小史』10권, 『逸人小史』10권, 『經籍通史』20권 등 여러 저술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전서의 체제를 살펴보면 전편에는 72인의 전기에 550조문의 사적이 기재되어 있다. 또 후편에 역시 72인 인물전에 대해 679조문의 사적이 들어 있으며, 속편에도 또 72인의 사적이 기록되어 수록인물 수만으로도 216인에 달한다. 아울러 餘編에는 아직 상세한 사적을 고구하지 못해 미처 탈고하지 못하고 이름만 적어놓은 72인의 명단도 기록되어 있는데, 편저자는 우선 그 개략만 전한다고 밝혀놓았다.

물론 여기에 수록한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유학자로서의 학식과 덕행에 주안점을 두어 기록했겠지만 여러 사람의 저명한 의학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이들은 유학자임과 동시에 의약지식을 겸비한 儒醫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의 의가들은 士農工商으로 나누는 신분제가 철저하게 묵수되었던 조선시대 의학자들에 비해서 한층 포용성이 보장된 입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몇 사람 예를 들어 보자면, 전편에 수록된 藤原惺窩를 비롯하여 林羅山, 伊藤仁齋, 貝原益軒, 雨森芳洲 등은 모두 저명한 학자이자 의가이며, 특히 조선과의 관계도 밀접하여 반드시 조명해야 할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또한 후편에도 우리가 익히 알만한 山脇東洋이라는 명의가 들어 있어 가히 儒醫小傳이라 부를 만하다.
이외에도 직간접적으로 의학과 연관된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지면의 한계로 저명인 몇 사람만을 소개하는데 그치기로 한다. 이 책은 에도시대에 여러 차례 간행되었으며, 근세에도 『日本偉人言行資料』, 『漢學者傳記集成』과 같은 총서에 포함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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