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시평] 한약의 조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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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한약의 조제 책임
  • 승인 2016.02.18 10: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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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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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한의원 가맹점에서 공용 탕전실에서 잘못 조제된 한약을 먹고 중증신부전증을 앓게 된 환자가 한의사와 가맹업체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함께 1억9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탕전실에 2012년 한약재 제약회사가 신독성이 있는 아리스톨로킥 산(AA) 성분이 함유된 관목통을 통초로 잘못 납품했고, 탕전실 측도 검수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일어난 것이었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이 사건을 보고 한의사들은 왜 한약조제를 하지도 않은 한의사가 의약품 규격품이 잘못되어 조제된 한약의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따지면 한의사의 책임이 있는 것이 맞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한의사에게 “다른 지점과 탕전실을 공동 이용하게 돼 조제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음은 사실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면책될 수는 없다. 자신이 처방한 한약 성분을 검수할 의무를 못 지킨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맹업체 측에도 “탕전실의 실질 운영주체이자 탕전실 한약사의 사용자로서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실제 가맹점 한의사가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원외탕전실에 조제를 맡겼으면 한약재를 무엇을 사용했는지 보지도 못했을 수 있지만, 의료법상 원외탕전실은 의료기관 부속시설이고 가맹점은 소속한의원이 다른 의료기관의 시설을 공동이용한 것이다. 의약분업 상황에서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이용한 것과는 다르다. 의약분업은 진단-처방-조제-투약의 단계에서 의사는 진단-처방까지만 하고 약사가 처방전을 받아 조제-투약하는 것으로 분업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처방전에 잘못이 없다면 잘못된 조제에 대한 책임은 약사가 지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처방한 한의사와 조제한 한약사가 있다고 해도 원내조제의 확장일 뿐, 의약분업을 하지 않고 한약사가 한의원 원외탕전실에 고용된 형태이기 때문에 진단-처방-조제-투약의 단계를 모두 한의사가 총괄책임을 져야 한다. 원외탕전실을 공동이용하며 한약을 조제할 경우 책임은 환자를 진단/처방 후 직접 조제하지 않고 다른 의료기관의 시설을 이용하여 조제하기로 결정한 한의사와 조제의 관리책임이 있는 원외탕전실이 개설된 의료기관의 한의사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물론 잘못된 기원의 약재를 규격품 한약재라고 공급한 제약사의 잘못이 매우 크지만, 그 한약재를 검수시 체크하지 못한 한의사의 불찰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의료기관에 의약품인 규격품 한약재가 입고될 경우 유통기간과 수량 등 기본적 사항과 함께 변질이나 이물질 혼입 등 제대로 된 한약재가 들어왔는지 검수하는 것은 의무이다.
여기에서 한의사가 이 업무를 직접 할 수 없다면 반드시 한약에 대한 전문가인 믿을 만한 한약사에게 맡기고 이를 관리하여야 한다. 관리책임도 지지 않으려면 한약에서도 진단-처방과 조제-투약을 분리하는 의약분업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규격품 한약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완전 의약분업을 하는 것이 과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 때까지는 한의사가 꼼꼼히 확인하고 총괄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여 원외탕전실을 의료기관 부속시설로 한의사의 관리하에 둔 것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저질의 값싼 원료 또는 독성이 있거나 사용할 수 없는 유해·위해물질 등을 사용한 의약품 등을 불량의약품이라 하고, 다른 성분 등을 사용한 것,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의약품, 허위 표시 등으로 소비자를 오인·혼동케 하는 의약품 등을 부정의약품이라고 한다.
식약처의 생약종합정보 페이지(http:// www.mfds.go.kr/herbmed/index.do)에는 공정서 한약재의 외부형태나 내부형태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나와 있어 검수에 유용하다. 한약재는 의약품이므로 검수시 잘못된 부정의약품이 확인된다면 제조회사를 부정의약품 유통으로 식약처에 신고하여야 한다. 현재 무허가 의약품 등을 제조·수입 또는 판매해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친 제조·수입자에게는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과 별도로 전년도 생산·수입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시중에서 유통 중인 의약품이 안전성·유효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위해가 우려되는 위해의약품일 수도 있으므로 식약처의 위해의약품 정보(식약처 홈페이지 분야별 정보-의약품-위해정보 공개 메뉴)의 행정처분이나 회수, 판매중지 정보등을 항상 확인하고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AA성분이 함유되어 유통금지품목인 등칡(관목통)이 전혀 다른 약재인 통초로 유통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 부정의약품 사건으로 2012년부터 한약재에도 GMP(hGMP, 우수 한약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가 도입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한약재 제조 판매 업체는 개정된 약사법시행규칙에 따라 식약처의 hGMP 인증이 의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약재 규격품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GMP 인증은 받았지만 아직 한약재 제조수준은 예전의 경동시장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고 할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은 한약재 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믿고 쓰기에는 미흡하다.

식약처는 그동안 금지약재인 관목통으로 인한 신독성 사건이 이번 한건이 아니므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목통과 통초 제품에 대하여 시중유통상황과 취급업체를 전수 조사하며, 관리자들을 재교육하여 다시는 관목통이 통초로 유통되지 못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목통을 통초로 유통한 회사들이 적발되면 언제 어디 제품인지 알려 한의사와 한약사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부정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의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한의약계는 문제가 있었던 약업사는 이용하지 않으며 목통이나 통초를 쓸 때는 각별히 확인하고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규격품에 학명을 병기하여 제조업체가 반드시 확인하여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습관이고 세 번이 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hGMP 인증제도 등으로 간신히 회복되려고 하는 한약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국민들의 불안을 다시는 돌이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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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6-02-20 15:30:31
원외탕전 이후

샤른호스트 2016-02-20 09:03:36
한약사는 아무런 책임이없군요. 한약전문가라고앞으로 주장하지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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