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 715 導水瑣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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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 715 導水瑣言①
  • 승인 2016.02.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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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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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腫치료와 六診合參

 
이번 호부터는 당분간 일본의 和刻本 고의서를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필자가 ‘일본소재 조선의학문헌 조사 연구’를 목적으로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잠시 머물게 되었기에 이번 참에 조선의학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고의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선행지식이 부족하여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도수쇄언』

小曾戶洋편 『日本漢方典籍辭典』에 의하면 이 책의 원작자는 와다 토오카쿠(和田東郭, 1744∼1803)라는 근세 일본의 의학자로 그가 직접 집필한 것은 아니고 ‘口授’ 즉 입으로 구술한 것을 그 아들인 和田哲이 받아쓰고 또 다른 아들인 和田釒囧이 교정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필자가 구한 사본에는 그저 ‘門人 授筆’이라고만 되어 있어 여러 종류의 이사본이 전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책은 水腫 치료만을 전문적으로 논구한 좀처럼 보기 드문 의학서이다. 분량이 적어서인지 체제는 불분권 1책으로 되어 있고 목차나 범례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원작의 제공자인 和田東郭이 죽자 같은 해인 1807년(文化2)에 무라세 코테(村漱栲亭)라는 사람의 서문을 붙여 간행하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사본에는 여기서 말하는 서문은 붙어있지 않으며, 아마도 본문 내용만을 초록해서 임상에 참고해 보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체적인 체제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책머리에 특별한 항목제도 없이 수종에 관한 의론이 전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수종병에 그 증상이 여러 가지이니 환자의 맥과 증상을 잘 살펴서 분별한 뒤에야 약을 쓰는 것이 과오를 줄이는 가장 큰 요령이라고 전제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하자면 수종에서 비롯한 모든 병은 3가지 증후로 나눌 수 있는데, 實腫과 그리고 虛實間腫이라고 말하였다. 대개 실증의 수종[實腫]이 가장 흔하지만 오히려 그 치료에 있어서는 용이하고 그 다음으로는 間腫(虛實間腫)이며, 또 그 다음으로는 허종이니 이 3가지 증후를 잘 알아서 살펴야만 施藥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직 극도로 허증이 심각한 사람의 수종[極虛之腫이라고 표현]의 경우에는 비록 그 수가 드물기는 하지만 약효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불치의 수종[不治腫]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저절로 낫는 수종[不療不治腫]과 함께 얘기할 것이 없다고 보았다.

또한 저자는 수종 증후의 분별에 있어서 외증과 함께, 맥상과 설진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설진에 있어서도 혀의 색깔과 苔를 중요한 진단의 요처로 생각하였다. 또 대변의 상태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실종에 대변이 秘塞하고 굳으면 오히려 길한 징조이고 거꾸로 下利하면 허종에는 매우 흉한 조짐이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책에서는 수종의 진단을 위해 반드시 수종의 형태(腫形)를 살피고 六診을 시행해서 허실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육진이 고토 곤잔(後藤艮山, 1659∼1733)이 기존의 望·聞·問·切 4진에 候腹과 候背를 더하여서 ‘六診’이라 말한 것과 동일한 것인지 어떤지는 책속에서는 명확한 언급이 보이지 않아서 확언하기 어렵다. 다른 기회에 관련 전문가의 고견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내용은 다행이도 『近世漢方集成』이라는 총서에 포함되어 영인 수록되었기에 누구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 이 총서가 구비되어 있는 대학도서관을 아직 알지 못한다. 최근에 이르러 경색된 한일외교만큼이나 전통의학 분야에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여 교류가 줄어들고 서로간의 이해의 폭이 좁아진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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