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한의학, 과학의 열매 소화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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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한의학, 과학의 열매 소화 도와야
  • 승인 2016.01.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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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호

남민호

mjmedi@http://


▶특집: 중의학과 한의학 / 한의학 참관단, 중국 중의병원-천사력제약 방문기


<중의학과 한의학>
1편
1. 3박 4일, 중의학의 현위치를 확인하다 (일지, 매일의 일정과 소감)
2. 달라진 중국, 정부지원과 의료현장
3. 중의연구발표의 산실
4. 한국의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추진과 중국의 비교
5. 한국 한의사가 본 중의학,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6. 중의학 호황인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점의 필요성
7. 한의사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
8. 한의학-중의학의 민간교류 왜 필요한가
2편
9. 중국 현지에서 보는 중의학과 한국 한의학의 갈길


★참관 기록의 관점 : 중국 방문을 통해 본 한의사-과학자의 역할


현대의학의 발전은 과학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 해왔다. 현미경의 개발로 미시의 세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각종 의료기기의 개발로 몸의 표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병을 진단해내거나 예측해낼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신경회로의 발견, 면역 조절 기전과 같은 생리학 각 분야의 지식도 과학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새로 밝혀지는 여러 질병의 원인과 치료 타깃 역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실이다. 지난 2~3세기 동안 현대의학은 과학의 발전이 고스란히 의학에 적용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그러나 근현대 과학의 발전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발전해온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현대과학의 결실을 향유하기 위하여 뒤늦은 노력을 하는 중이다.

과거 서양의 의사들이 과학자들의 흰 가운을 진료실 안으로 가져오며 과학의학을 만들어갔던 과정을, 한의학은 여러 세기가 지난 이후에야 시작하고 있다. 현대의 한의학과 중의학은 과학과 함께 발전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한국보다 먼저 시작되었고, 그 성과 중의 하나로 중국 중의과학원의 투유유 교수가 학질에 주로 사용해왔던 한약재 菁蒿의 유효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하여 말라리아 치료약으로 개발하여 작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최근 의대에서는 오히려 기초의학의 발전을 과학자에 너무 기대온 탓에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사이의 벌어진 간극을 메우는 중개연구를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대에서 시행하는 기초연구연수의제도와 KAIST의 의과학대학원이 그 일환이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을 등에 업고, 의대 학부 졸업생은 물론 전문의를 취득한 임상의들이 점차적으로 기초의학 연구에 투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MSTP)을 통하여 매년 17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해내고 있으며, 최근 15년간 14명의 노벨상수상자가 이 프로그램 출신일 정도로 의사 출신 과학자의 연구역량과 가능성은 크다.

임상의학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의학은 기초의학의 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임상의학의 기초과학적인 검증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한약과 치료수단을 개발해내는 모든 곳에 기초의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의학은 아직 과학의 열매를 그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한의학 콘텐츠에 과학자들이 빠져들게 할 만큼 매료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현대 과학의 성과를 한의학의 영역으로 가져오고, 한의학 콘텐츠를 과학의 영역으로 실어 나르는 중개역할을 하는 한의사-과학자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의학의 과학적 접근은 서양의학과 한의학 쌍방의 소통에도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작금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하는 전염병의 출현, 인체 장기의 시험관 내 배양, CRISPR와 같은 유전자 조작 기술 등이 인체의 건강 개념을, 그리고 질병의 양상과 치료의 방식을 모두 바꿔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의학의 변화,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학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출신의 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상과 연구 사이의 교량이 되는 인재의 양성이 새로운 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남민호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남민호 한의사는?
04학번.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의사. 경희대학교 기초한의과학과 박사과정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에 파견 근무 중. (성상교세포를 통한 파킨슨병의 병리기전 연구)

<한의학을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학문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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