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 호황인 이유는?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점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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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 호황인 이유는?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점의 필요성
  • 승인 2016.01.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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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덕

송미덕

mjmedi@http://


▶특집: 중의학과 한의학 / 한의학 참관단, 중국 중의병원-천사력제약 방문기


<중의학과 한의학>
1편
1. 3박 4일, 중의학의 현위치를 확인하다 (일지, 매일의 일정과 소감)
2. 달라진 중국, 정부지원과 의료현장
3. 중의연구발표의 산실
4. 한국의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추진과 중국의 비교
5. 한국 한의사가 본 중의학,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6. 중의학 호황인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점의 필요성
7. 한의사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
8. 한의학-중의학의 민간교류 왜 필요한가
2편
9. 중국 현지에서 보는 중의학과 한국 한의학의 갈길


★참관 기록의 관점 : 한국 한의사 역량은 현재 어떤 수준인가. 중국이 중의약에 호황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과 한국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입장이 필요하다.


◇중국중의과학원 부설 안과병원

나는 항상 한의사의 역량이 더 충실해져야한다고 생각해왔었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어떤 경과예후를 겪을지 알지 못하고, 한약과 침의 효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고, 한의학은 치료보다는 관리하는 의료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의사를 위한 임상아카데미를 통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북경의 3개 병원과 1개 제약회사를 방문하면서, 이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한의사의 역량이나 양방과의 이해관계 문제보다는, 정부정책과 국민정서, 연구방향 설정, 그리고 산업화를 향한 열망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정부정책-국민정서,
연구방향 설정,
산업화 향한 열망 중요성 절감


북경 중의약대학의 국의당, 중의과학원 부설 광안문병원, 안과병원을 들어선 첫 느낌은 20여년 전 수련의 시절, 한방병원의 호황기 같다는 것이었다. 병원 입구부터 접수대와 대기실을 가득 메운 환자들, 의료봉사지를 방불케하는 상황에 시간여행을 하는 듯했다. 안내를 해주던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라는 말을 연신했다. 도대체 이런 환경에서 어떤 우월한 효과의 중의치료를 받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중의사의 진료참관은 심혈관계, 종양 전문의였는데, 한국 한의사의 진료처럼 문진과 진맥, 설진 정도를 하고, 환자가 가져온 의무기록을 참고한다. 안과병원에서는 병동의 망막질환환자 차트 내용에 대해 담당의사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1)남자 약 60세, 1년 전부터 발생한 심계증상으로 중의약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의사는 이 사람의 혀가 虛寒證이라고 설명하면서 補陽還五湯으로 추정되는 처방에 몇 가지를 가미하여 처방하였다. 환자가 가져온 의무기록 뒤쪽에는 심전도 등의 검사지가 붙어있었으나, 진료 중 이에 대한 추이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국의당)

2)여자 약 60세, 대장부위의 종양으로 수술하고 서의가 중약처방을 받으라고 의뢰한 환자라고 한다. 보호자는 폐부위의 CT film을 들고 왔는데, 노의사는 둘러앉은 젊은 중의사들과 잠시 쳐다보고 처방을 하였다. 당시 진료는 자료를 보기보다는 환자 보호자의 서술로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보였다. (광안문 腫瘤科)

3)여자 68세, 유방암으로 수술하고 6년째 중약처방을 받고 있는 환자라고 한다. (진단명 乳腺惡性腫瘤 ; 乳癌) 얼핏 보아도 안색도 밝고, 경과가 좋은 케이스로 보였다. 黃芪, 土茯苓, 薏苡仁, 太子參, 山慈姑, 白朮, 茯苓, 枸杞子, 龍眼肉, 柴胡 등이 위주된 처방을 하였다. 환자는 암수술 후 불편한 증상들이 잘 컨트롤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광안문 腫瘤科)

4)망막(황반)변성 - 노인성은 肝腎陰虛과 당뇨병성은 氣陰兩虛로 치료한다고 설명들었다. 출혈성 증상이 있으면 生地黃 등 淸熱藥의 처방을 한다고 하였다. 눈의 외피쪽, 망막질환에 중약치료가 유효하다, 굴절이상 질환에는 서의적 수술이 유효하다는 견해를 보였다.(안과병원)

국의당, 광안문병원 외래 진료의 경우, 한국의 한의사가 진행하는 진료와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병행하는 양약과의 상관성이나 검사시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한국의 한의사가 더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다. 老중의사는 중약처방이 유효하다는 확신을 한국의 한의사들보다 더 가진 것 같았다.

진료실에는 보조의사 참관의사 몇 명 같이 자리를 하여 老중의사의 진료가 더욱 높은 수준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 중국에서는 ‘국의대사’에 선정되면 진료비도 높게 책정되고, 그의 지도를 받은 중의사는 또한 명성과 부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오랜 경험을 가진 ‘老’의사에 대한 의료진과 일반인의 존경이 매우 높다. 이런 선정은 정부와 병원 측의 일정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안과병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참관단.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영 군의관, 남민호 한의사, 판지핑 병원장, 최승훈 부총장, 장인수 교수, 송미덕 대표, 최가원 한의사, 조남훈 원장, 자오훼이루 원장실 주임, 통역사.
안과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안과병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중서결합의, 서의의 영역이었다. 외래 진료실은 모두 세극등현미경 등의 안과진료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치료실에서는 눈 주위에 침, 뜸 시술을 받는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각종 첨단 안과수술기계 동영상도 소개되고 있었다. 병동의 경우는 중서결합 진료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다.

진료실과 병동, 그리고 중의사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점은 ‘중서의 상호인정’, ‘순조로운 협진과 의뢰’, ‘실용주의’였다. 그리고 병원의 한 켠, 연구가 이루어지는 공간 또한 부러웠는데, 한의사가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해도, 이처럼 많은 케이스를 소화해내고 경험을 쌓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는 실현이 거의 불가하다고 판단되었다.

그 외, 병원의 대외행정가들과의 대화에서는 정부의 중의학 육성정책과 현재 병원규모 확장이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경 중의약대학은 중의와 중국문화를 포함한 헬스케어단지 설립 같은 대규모 의료사업도 추진하고 있었다.

직능간 쓸데없는 폄훼공방
그 에너지 긍정적 사용토록
연구과제 지속적 제시해야

실제 중국의 중의사는 중서의를 불편 없이 다 쓸 수 있는 직능이다. 교과과정은 상당부분 공유되어 있고, 중국 국내에서 일정부분 술기를 더 배우면 시술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의사도 중약을 처방하는 것이 허가되고 권장되고 있다. 광안문병원의 매년 20% 성장은 보험편입과, 중서의간의 인정이 연구자료로서 지지하여 가능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서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중국의 의료는 외형적으로는 중의, 중서의, 서의라는 이름으로 보여지지만, 향후 중약(한약)과 침구치료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는 곧 우리나라 같은 상황을 겪고, 서의가 더 많이 가미된 새로운 중국식 의료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택되고 융합되어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순수 중의약이 얼마나 남을지는 국가정책이 또한 중요하리라고 본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것이 한의학이 의료에서 한 축을 담당하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으로서 한의사가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의 정책이나 국민정서, 그리고 직능간의 이해관계가 매우 다르다. 두 가지 목적을 고르게 추구하려면, 한의사는 ‘질병’을 보는 시각(양방)과 ‘증상’을 보는 시각(한방)을 균형 있게 유지할 교육과정을 가지고, 기초학, 임상, 연구 각 분야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여야한다.

정부는 한국의 한의학이 국민보건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판단하여 보험에 편입시켜야하고, 한약재관리와 국민에게 한의학을 알릴 공공의 길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또한 직능간의 쓸데없는 폄훼에 쓰는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도록 연구 과제를 지속 제시하여야한다.

송미덕 / 한의사를위한임상아카데미 대표

송미덕 대표는?
87학번. 심계내과 수련, 한의학박사, 의학박사, 개원 및 임상경력 20년. 前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상한론 겸임교수 8년, 前 서울시 중구 한의사회 회장, 現 한의사를 위한 임상아카데미 및 살롱 대표.

<한의사의 진료역량을 높이고, 한의원 임상의는 1차 의료에 적합한 의료인이 되자는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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