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중국, 정부 지원과 의료 현장…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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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중국, 정부 지원과 의료 현장…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승인 2016.01.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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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원

최가원

mjmedi@http://


▶특집: 중의학과 한의학 / 한의학 참관단, 중국 중의병원-천사력제약 방문기


<중의학과 한의학>
1편
1. 3박 4일, 중의학의 현위치를 확인하다 (일지, 매일의 일정과 소감)
2. 달라진 중국, 정부지원과 의료현장
3. 중의연구발표의 산실
4. 한국의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추진과 중국의 비교
5. 한국 한의사가 본 중의학,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6. 중의학 호황인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점의 필요성
7. 한의사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
8. 한의학-중의학의 민간교류 왜 필요한가
2편
9. 중국 현지에서 보는 중의학과 한국 한의학의 갈 길


복도마다 외래환자 넘쳐
80년대 우리 한의원
첩약 지어가던 모습 보는듯

하나의 의학인듯…
중서의 뒤섞인 의료현장
우리의 미래 모습 그려봐

★참관 기록의 관점 : 십여 년 전과 달라진 중국 - 정부지원과 정책이 중국 의료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병원규모, 환자의 숫자, 의사 경험의 누적효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9년 만의 베이징 방문이었다. 1955년에 설립된 중국중의과학원 부설 광안문병원은 국가중의약관리국 직속기관으로서, 외래진료건물, 입원건물, 전탕실, 조제실, 감염질병과, 장도문진부(enteric infection clinic), 노인외래건물 등 다양한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고, 총 26개의 임상각과와 다양한 기초임상연구실들이 들어차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외래 진료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2000년대 후반 1일 진료환자수 7000명대에서 현재는 1일 외래 진료환자수 1만2000명을 돌파하였고(참고로 서울아산병원이 1일 외래진료환자 수 1만 명을 넘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재 10층 규모의 신축건물을 짓고 있었다.

◇천사력제약을 방문한 참관단. 중의약 현대화의 모습을 확인했다.
問診部라고 적힌 12층으로 이루어진 외래건물은 복도마다 환자가 넘쳤다. 처방받은 한약재 뭉치들로 큰 가방 하나를 가득 채운 채 들고 다니는 풍경은 마치 80년대 한국 한의원에서 첩약을 지어가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11층 名中醫工作室에서는 책으로만 접했던 孫桂芝, 路志正 두 분 국의대사 진료실이 있었다. 그리고 종양과 朴炳奎 교수님의 진료를 잠시 참관할 수 있었다.

교수님 주위로 석박사생으로 보이는 4명이 둘러앉아 교수님께서 진료보시는 동안, 전산 차팅, 처방전 출력, 환자가 들고 다니는 진료기록지에 수기로 진료내용을 써주는 진료실의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오전 7시~11시경까지 37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는데, ‘서의들이 환자를 많이 보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한국 상황이 떠올라 안타까움이 배가되었다.

오후에는 국의대사 唐由之 선생님이 계신 안과병원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에서는 중서의결합치료로 다양한 안과질환을 다루고 있었다. 병원 곳곳에서 질환별로 중의치료, 중서의결합치료, 수술치료에 대한 소개포스터를 붙여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중서의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치 하나의 의학으로 통합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치료방법에서도 수술, 양약, 한약, 침구, 상담, 영양치료 등을 활용하여 이미 중국형 통합의학 시스템을 안착시켜놓은 듯했다. 안과라는 단일 진료영역만으로 규모 있는 병원을 만들어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셋째 날 방문한 톈진 천사력 제약은 규모가 대단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앞으로 만들어갈 ‘천사력 도시’의 극히 일부분이란 것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설립된 지 21년 만에 작년 한해 심적환 단일약 수출액만 약 4400억원, 전체 매출은 4조6000억원에, 현재 약 264만㎡(80만평) 규모의 땅에 산-학-연을 함께할 수 있는 복합도시 개발계획을 실행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천사력은 단지 심적환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아니라, 생수, 중성약, 양약, 술, 차(tea), 화장품, 비누, 건강기능식, 자가검진 헬스케어시스템, 재활운동기구 등 포커스가 어딘지 모를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Tia­nshili(天士力)라고 읽는 중국 발음을 외국인들이 읽기 쉽도록 ‘TASLY’로 바꿔 국내브랜드명과 국외브랜드명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모습에서는 세계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한중전통의학협회 첫 교류의 목적은 학교, 의료현장, 산업의 영역에서 중의학, 중의, 중성약의 현재를 확인하고, 향후 한국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할 지에 대한 발전적 논의의 기초를 닦는 것에 두었다.

한국 한의학은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불충분한 지원에 늘 아쉬움을 가진 채 지금까지 근근이 버텨왔다면,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부 주도에 의해서 중의학을 발전시켰다.

높은 중의이용률, 조화로운 중서의결합치료, 거액의 중성약 매출액.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는 국가주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중서의 간의 소모적인 논쟁을 정부가 나서서 종식시켜버리고, 상호비방에 낭비될 에너지를 중서의결합모델을 개발하도록 향하게 하여 서로의 장점을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였다.

한의와 양의.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의학은 환자라는 공통 분모위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보았다. 마치 하나의 의학인 듯 중서의가 뒤섞여 있는 중국의료 현장의 모습 속에서, 서로를 거부하는데 이미 익숙해져버린 한국 의료계의 상황도 충분히 역전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중국은 국의대사를 선정하고, 그들의 학술사상과 경험처방을 정리하는 작업을 국가 중점사업으로 지정하여 이론화함과 동시에, 도제식 교육을 통해 직접적으로 실전경험을 후대에 전수하는 방법으로 실용적으로 중의학을 보존, 전승, 보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험지식의 과학화, 표준화, 산업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이제 산-학-연이 맞물려 함께 커가는 선순환 구조를 잘 안착시켜가는 듯하다.

국가의 발전적 목표 제시와 적극적지지 vs. 비전 없는 방치상태, 양 극단의 결과물이 현재 중국과 한국 의료 현장의 모습이 아닐까. 중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면허 간 배타적 장벽만 허물어뜨려도 한국 의료계의 의료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일원화’ 혹은 ‘의료통합’을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흑백논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중국중의과학원 부설 광안문병원
중국의 체계는 중의, 서의, 중서결합의 같은 3원적 면허체계로도 볼 수 있지만, 상호 면허 배타성이 낮다는 점에서 보면 느슨한 의료일원화라고도 볼 수 있다. 굳이 하나의 면허, 하나의 의료로 통합시키지 않고서도 중국은 다원적이면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통합된 의료체계를 만들어내어 중의와 서의의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2030년까지 교육과 면허를 통합시키겠다는 보건복지부안으로 인해 한양방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어쩌면 정부가 중국의 변화를 우리에 맞게 수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였다.

통제 불능 상태에 있는 소모적 비난을 종식시키고, 양자 간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정부는 상호비방금지를 법제화하고 한국형 융합의료의 큰 그림 속에서 한양방간의 면허배타성을 단계적으로 느슨하게 만들고, 원하는 사람에 따라 적절한 추가교육을 통해 통합면허를 허용한다면 의료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한국형 통합체계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의 의료체계 및 산-학-연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낸 ‘국가적 이점’을 다각도로 분석한 후, 세련되게 포장하여 한의계가 선제적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차후 한의 관련 산-학-연 대표자들과 정부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여 발전적인 공론화를 꾀해야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다음 숙제이다.

최가원 / 산돌한의원 원장

최가원 원장은?
97학번. 수련의 기간 제외 임상경력 10년차. 한의학을 사랑하며 한의사인 것이 자랑스러운 침구과 전문의. 통합종양학자의 꿈을 꾸는 의학박사과정생.

<한국형 통합의료모델을 현실에 녹여내고픈 산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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