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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 710] 고대 일본 본초약물학의 뿌리
「本草和名」 ①
2016년 01월 01일 () 11:14:08 안상우 mjmedi@mjmedi.com
 
지난번 일본 출장길에 우연찮게 입수한 본초서 1종을 소개한다. 서명은 ‘本草和名’,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뜻밖에도 일본의 고대 본초서 가운데 가장 연대가 오래된 책이며, 深根輔仁(생몰년 미상)이란 사람의 저술로 되어 있다. 그는 헤이안(平安) 시대의 인물로 9∼10세기경에 활약한 고대 의약학자이다. 이 책은 일본이 자랑하는 고대의약서 「醫心方」보다도 오히려 저술연대가 더 오래된 것이며, 일본 最古의 本草辭典으로 일컬어진다.

   
◇ 「본초화명」

전서는 상하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용 가운데는 약 30여종의 고대 중국 의서가 인용되어 있어 당시까지의 역대 본초서가 잘 정리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수록된 약물종수는 1025종에 달하며, 唐代에 편찬된 「新修本草」의 순서에 따라 배열한 것으로 보아 당나라 시대 본초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각 약물에 대해 한자로 된 약명을 적고 이에 대한 이명이나 별칭을 적은 다음 일본이름[和名]을 차례로 적은 것이 체제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양식으로 보건대 이 책은 당시 중국을 비롯한 외국으로부터 일본에 수입되던 약물의 공급에 대응하기 위하여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약물에 대해서는 産出地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전해져 내려오는 과정에서 대부분 일실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책의 존재는 오랜 동안 드러나지 않은 채 지내오다가 도쿠가와막부 시대 考證醫學派의 泰斗라 할 수 있는 丹波元簡이 막부의 紅葉山文庫 안에서 오래 된 寫本을 찾아내게 되어 비로소 확인되었다. 이후 1796년(寬政8) 원본을 교정해서 刊刻해 냄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재 紅葉山文庫 안에 있었다던 원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그것을 다시 베낀 몇 가지 종류의 影鈔本만이 현재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古本草書나 오래된 醫方書의 교감자료는 고대 언어학 발달사에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연구 자료가 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고려시대의 鄕藥名을 吏讀로 표기한 「향약구급방」의 方中鄕藥目草部나 「동의보감」탕액편에 적혀 있는 약명의 한글표기는 매우 훌륭한 국어음운연구 자료이자 본초학발달사에 있어 귀중한 문헌자료이다.

필자가 참고한 자료도 또한 18세기 후반에 일본의 고증의학파이자 「의방유취」를 연구했던 의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森立之의 手校本을 사진판으로 영인하여 수록한 「日本古典全集」판이다. 이 책 또한 1926년(大正15)에 비매품으로 간행한 것이라 매우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이 되고만 상황이다. 게다가 이 전집에 들어 있는 사진영인판의 권미에는 역시 이 책을 주석한 森立之가 작성한 ‘本草和名訓纂’이라는 약명사전이 부록으로 붙어 있어 참고하기에 편리하다. 이 책이 나온 뒤에 또 「續群書類從」이라는 전집에 활자본으로 수록되었다.

특히 이 관정판 원서의 후미에는 丹波元簡이 지은 提要가 별도로 붙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의 개요를 쉽사리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 개요에 의하면 애초에 원서에는 작자가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았으나 원서의 ‘新撰’이라 적인 두문자를 빌미로 「仁和寺書目」을 비롯한 여러 기록들을 참조하여 저자가 深江輔仁(深根輔仁의 원명)이라는 것을 고증해 내고 「醫心方」과 관련 조문을 일일이 대조하여 이 책의 실체를 규명해 내었다고 전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서와 唐 蘇敬이 편찬한 「新修本草」와의 상관성에 대한 고찰 역시 이 제요에서 논구된 것임을 상기해 보면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가장 큰 공로는 역시 丹波元簡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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