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물질에서 한의학적 ‘한열(寒熱)’ 특성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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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물질에서 한의학적 ‘한열(寒熱)’ 특성 찾는다
  • 승인 2015.1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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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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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 이영섭 박사팀 생물학적 접근법 활용 한의학적 특징 연구 착수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제주 해녀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잠수문화를 간직해오고 있다. 제주 해녀의 물질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기에 추운 바닷속에서 강한 적응력을 갖고 있을까? 이 같은 제주 해녀의 특징이 한의학적 개념인 한열(寒熱)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미병연구단 이영섭 선임연구원은 300년 이상 축적된 해녀의 추위 적응력이 가계 내 유전 특성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 제주 하도리 어촌계(계장 임백연)와 공동으로 생물학적 접근법을 활용한 한의학적 한열의 특징 연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제주 해녀는 300년 이상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특별한 잠수기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사시사철 물질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독특한 잠수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한열은 한의학의 변증(辯證)진단에 대한 내용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온도에 대한 민감도, 에너지 대사 및 수분 대사 등과 관련돼 있다.

특히, 온도에 대한 민감도의 경우 추위나 더위를 잘 타거나, 따뜻하거나 찬 음식을 선호하는 등 개개인의 생리적 특성 또는 질병의 병리적 특성과 연관이 깊다.

이런 한열특성은 한의학에서 인체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인마다 한열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생물학적인 접근법으로 기전을 밝히는 연구는 드물었다.

이영섭 박사팀은 지난 8월 말,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 거주하고 있는 현직 해녀 180여명을 대상으로 증례 수집을 실시했다.

증례 수집은 크게 설문정보(인구학적 정보, 한열허실·체질진단 등), 계측정보(체성분분석, 체표온도, 허리둘레 등), 혈액정보(혈액검사, 호르몬검사 등), 유전정보(유전체 검사 정보) 등을 바탕으로 추위에 대한 저항성·적응력에 관여하는 유전인자 및 생리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물질 능력의 유전적인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해녀 중 물질이 뛰어난 상군 및 애기상군 여부와 더불어, 모계 3대 이상에 걸쳐 해녀의 상군 및 애기상군 여부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해녀 경험은 어머니가 해녀인 경우 72.7%, 어머니·외할머니까지 해녀인 경우가 34.1%로 확인됐다.

해녀들은 잠수 능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물질이 뛰어난 해녀를 ‘상군’으로 부르며, 그 중에서 특히 어린 나이에 상군으로 인정받은 해녀를 ‘애기상군’이라고 부른다.

또, 어머니가 상군일 때나 어머니, 외할머니 모두 상군일 때, 본인이 상군(42.0%, 시작나이 평균 24.0세)일 경우가 각각 61.9%, 68.8%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모계 상군 여부에 따른 본인 상군 비율.


어머니가 애기상군일 때나 어머니, 외할머니 모두 애기상군일 때, 본인이 애기상군(29.5%, 시작나이 평균 20.3세)인 비율도 각각 60.7%, 75.0%로 높게 나타났다.

계절별 물질 횟수를 비교했을 때도 상군이나 애기상군이 일반 해녀에 비해 높았으며, 특히 겨울철 물질 횟수가 상군이 7.1회, 애기상군이 7.3회로 일반 해녀 4.5회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녀들에 대한 한의건강 설문조사 결과, 애기상군은 한증이 59.6%로 일반 해녀의 65.7%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해녀로서의 물질능력과 한의학의 한증 간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섭 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향후 후속연구를 통해 한열의 생리학적 특성, 추위 적응에 대한 유전성과 임상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영섭 박사는 “앞으로 해녀를 중심으로 한열의 근간을 이루는 내한성 유전지표를 유전체 분석법을 활용해 발굴할 계획”이라며, “이 유전지표를 바탕으로 세포 내 유전자 모델링을 통해 열 대사 영향력까지 파악하게 된다면, 한열 변증의 생물학적 실질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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